은퇴 후 10여 년 역경 지나며 정리한 신앙의 결정체
“역사 바꾸는 투철한 신념과 가치관 가진 성도들 많아져야,
자만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하나님만 보고 한 걸음씩 내딛길”

평생 교회를 섬기고 목회에 전념하던 목회자가 은퇴 후 마주한 것은 냉정한 현실이었다. 준비 없이 은퇴한 뒤 10여 년간 숨쉬기조차 힘들고 고단한 역경 속에서 목회자는 깊은 기도와 묵상에 집중했다. 아쉬운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성도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믿음의 선진과 선각자들의 말들, 목회자 자신이 교회 강단과 부흥회에서 전했던 말씀 중 핵심 메시지를 한 구절, 한 구절 모아 정리했다. 정문식 목사가 펴낸 저서 『은 쟁반에 금 구슬』(코람데오)은 이번이 개정 3판으로, 긴 세월 영성의 우물에서 정성스럽게 길어 올린 신앙의 결정체다. 책 앞에는 ‘보석 같은 삶에 지혜와 용기를 주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 목사는 “이 책의 제목은 잠언 25장 11절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은 쟁반은 ‘믿음의 그릇’이요, 금 구슬은 ‘연단된 믿음의 정수’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은 쟁반에 금 구슬
정문식 목사는 동국대학교 상학과, 목원대학교 신학과 및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ORU(Oral Roberts University)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반송교회,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숙진교회를 거쳐, 1981년부터 2013년까지 연산제일교회에서 33년간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은퇴할 때까지 평생 충남 논산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했다. 

또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남부연회 논산지방 감리사, 남부연회 장학재단 상임이사, 월드비전 논산지회장, 목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대전·충남 향목회장, 기감 선거관리위원장, 기감 남부연회 부흥단장, 태화 복지재단 이사, 기감 총회 재판위원장 등 교단 내 주요 직책을 두루 맡으며 교계 안팎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이 책을 쓰신 계기와 이번에 개정 3판을 출간하신 감회가 궁금합니다.

“저는 동국대 졸업 9년 만에 목원대학교에 학사 편입하여 마치고,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1981년부터 1985년 사이 40명이던 성도가 500명으로 늘었고, 1987년에는 한국 10대 아름다운 교회, 충남도 선정 100대 우수 건물, 세계 우수 건축지에도 실린 교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할 때 100만 원을 들고 교회를 나와 살려니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목사이기에 힘들다는 말도 꺼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지냈는데, 12년이 지나니 하나님께서 조금씩 여유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로 있는 힘을 다하여 그간의 생각과 경험을 책으로 쓰고, 또 아쉬운 마음에 다시 들여다보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개정 3판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목회와 교단 사역 모두 신실하게 감당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책 서문에서는 이 책을 ‘아쉬운 마음으로 지난날을 되돌아본 회한의 결정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어떤 까닭이 있으십니까.

“감리교회 남부연회 1,300여 곳 교회 중 면 단위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면서 감리교회에서 중요한 요직을 경험했으나, 뒤돌아보니 좀 더 겸손하게, 좀 더 열심히, 좀 더 신중하게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마음을 글로 남겨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은 쟁반에 금 구슬』이라는 제목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17대 종갓집에서 태어나 자라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양반이라도 경우에 벗어나면 안 되고, 염치를 무섭게 여기지 아니하면 금수만도 못하다’는 교훈이었습니다. 그 가르침이 잠언 25장 11절 말씀에서 다가와서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은은 ‘믿음’을, 금은 ‘연단된 믿음’을 말한다고 하여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정문식 목사는 “십자가 앞에 순종으로 일관하고, 사명을 끝까지 감내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말했다.
▲정문식 목사는 “십자가 앞에 순종으로 일관하고, 사명을 끝까지 감내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말했다. ⓒ정문식 목사 제공
-책을 쓰신 과정도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목사님들도 대개 교회를 내 교회인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저 역시 교회의 성장을 경험했지만, 내가 교회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분명히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아무리 힘든 고통의 시간도, 지나고 나면 순간이고 절망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시작임을 너무나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는 것이 복’이라는 말씀도, 내게 귀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웠는데 꿈을 통해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기도와 묵상할 때뿐 아니라, 언제나 잠자는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꿈속에서 영감을 느낄 때 깨어서 한 단어라도 적어두면 다음 날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 후 12년간 작성하고, 마지막 1년간 교정하여 완성한 책입니다.”

-첫 구절이 잠언 25장 11절, 마지막 구절이 ‘작은 한 개인의 투철한 신념과 가치관이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입니다. 처음과 끝에 이 구절들을 배치하신 이유가 있는지요.

“요즘은 10분 이상 책을 느긋하게 보기 힘들고, 바쁘게 사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첫 구절과 중간 한 구절, 마지막 한 구절만 읽어도 이 책의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구절을 처음과 끝에 기록했습니다. 책 내용이 구절 모음으로 되어 있어, 한 문장만 읽어도 설교나 부흥회, 성경과 신앙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특별한 인물들은 지식과 지혜의 바탕 위에 투철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되새겨, 투철한 하늘의 신념과 성경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가진 신앙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습니다. 마지막 구절 역시 기도와 묵상 중 꿈속에서 얻은 영감으로, 이 책의 결론입니다.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투철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에서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꼽아주신다면 무엇입니까.

“설령 내가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내 생각보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십자가는 극한의 고통이지만, 순종으로 일관하면 어느덧 고통이 사라집니다. 사명을 감당하는 일도 매우 힘들지만, 끝까지 감내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확신하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과 격려의 말씀을 부탁합니다.

“아무리 성공했어도 자만하지 말고, 아무리 처절하게 실패했어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길 바랍니다.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깨닫게 되고, 반드시 승리하여 감사하게 된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