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교회가 화해와 치유의 도구로 쓰임 받고,
어려운 시기에 빛과 소금의 역할 감당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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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네팔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시위는 지난 9월 5일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 26개 주요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하면서 촉발돼, 8일부터 카트만두, 포카라, 다란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경찰이 물대포, 최루탄, 실탄 발사 등 강경 진압을 하면서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격렬해져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 대법원, 검찰청, 정치인 자택, 교도소 등이 불타거나 습격을 받았다. 이 사태로 현재까지 70여 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9일 네팔 총리와 장관 4명이 사임했고, 12일에는 이번 시위를 이끈 청년 조직인 ‘하미 네팔’의 요구를 반영해 1990년대 네팔 왕정 체제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2016년 정부의 부패에 반대했던 전 네팔 대법원장 수실라 카르키(Sushila Karki)가 임시 총리로 세워졌다. 카르키 임시 총리는 내년 3월 총선까지 임기를 맡는다.
이번에 네팔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네팔에 등록하지 않은 국제 SNS의 이용을 금지했다가 철회했지만, 사실은 젊은이들의 평화시위 계획을 사전에 알고 미리 SNS를 차단한 것이라고 A선교사는 알렸다. A선교사는 “네팔 정부가 정부에 등록하지 않는 유튜브를 비롯한 SNS 26개를 차단하면서 네팔 정부에 대한 Z세대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게 됐다”며 “최근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고위층 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에 반감을 품은 젊은이들의 평화시위 예정을 정부에서 미리 알고, 이를 막고자 갑자기 등록 문제를 핑계 삼아 SNS를 차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 B씨도 “Z세대는 단순히 소셜미디어 제한에 반대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최근 네팔에서도 금수저 2세인 ‘네포 키즈(Nepo Kids)’에 대한 토론이 오가며 좌절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날 시위는 총체적으로 정치인들의 무능함과 시스템적 부패에 대한 시위였다”고 전했다. 실제 네팔에서는 SNS에서 고위층 자녀들이 사치품과 호화 생활을 누리는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고를 대조한 영상이 확산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년들의 분노를 격화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정부와 고위층의 부패, 정보 통제 및 자유 억압, 법치 부재, 사회 전반의 부의 불평등, 오랜 경기 침체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저항이 Z세대의 폭동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본 것이다.
B씨는 “네팔인들에게 SN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수도와 시골의 격차는 매우 크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 확산, 소통하는 도구이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도구”라며 “(SNS는) 매일 네팔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떠나는 2~3천 명의 젊은이, 이주노동자가 네팔 가족들과 소통하는 도구다. 네팔 가족의 약 40%는 해외에서 송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10년간의 내전 후 왕정은 무너졌으나 3개 정당이 불안한 행정력과 협상력으로 뒷주머니만 찼다”며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네팔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A선교사는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전국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 공항이 폐쇄되고, 일부 지역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며 “카트만두 시내가 체류탄 가스와 연기와 폭음 소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고, 시위 진압 경찰들이 시위대 청년들에게 총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하여 시민들의 불안과 긴장은 더해갔었다”고 말했다. A선교사는 “저희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좀 조용했는데, 시위가 확산되며 가게, 학교도 다 문을 닫고 젊은이들이 시위를 하려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지금의 사태가 속히 안정되고 Z세대 시위대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번 사태로 사망한 청년들의 가족을 위로해 주시고 부상자들이 속히 회복되도록, 치안을 담당하는 군인들에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주시도록, 이번 계기로 네팔에 정치 개혁이 일어나고 청렴결백한 정치 지도자들이 세워지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C선교사는 “하나님은 큰 혼란과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다. 12일 카르키가 네팔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로 임명된 것은 네팔 정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이정표이며, 혼란을 안정으로 이끌어가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청렴성과 공정성으로 존경을 받아온 인물로, 하나님께서 여전히 이 땅 가운데 일하고 계심을 믿고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C선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팔은 많은 도전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 특히 Z세대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부패와 정실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맞서 거리로 나서는 과정에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고 정치 지도자들과 대통령은 임시정부 구성을 합의했으나, 아직 장관 후보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카르키 총리가 대부분의 직무를 임시로 감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르키 임시 총리가 공정하고 지혜로운 지도력을 발휘하여 혼란을 안정으로 이끌고, 2026년 3월에 예정된 총선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지며 네팔이 정의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또 시위와 충돌로 상처 입은 국민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임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나님께서 네팔 땅에 평화와 정의를 이루시며, 교회가 화해와 치유의 도구로 쓰임 받도록 기도해 달라”며 “이 땅 네팔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새로워지고, 복음의 빛이 더욱 밝게 비추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앞서 네팔주재 한국기독교선교사협의회(어부회)는 네팔 현지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대사관 안전 공지사항과 함께 기도제목을 공지했다. 어부회는 “카트만두와 전국 각지의 시위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 있는 교민들과 선교사님들의 안전을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도록, 시위로 희생된 사망자 유가족들을 주님의 위로로 감싸주시고 부상자들이 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긴급 구조와 의료 활동을 감당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힘과 은혜가 임하도록 기도해 달라”며 “또 네팔 정부와 Z세대 시위대가 폭력과 유혈사태를 멈추고 대화와 화해의 길을 찾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교회와 선교사님들이 어려운 시기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두려움 속에서도 복음의 소망을 전할 수 있도록, 이번 위기를 통해 네팔 땅에 하나님의 뜻과 나라가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젊은 세대가 진정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