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해외 단기봉사팀 위기관리 포럼 및 외교부 안전간담회
▲22일 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팬데믹 이후 다시 급증하는 한국교회 단기봉사팀의 안전 대비와 위기관리 강화를 위한 ‘2025년 해외 단기봉사팀 위기관리 포럼’이 22일 서울 종로 외교부 청사 1층 모파마루에서 개최됐다.

한국위기관리재단과 외교부가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미션파트너스가 협력한 이날 행사에는 지역교회 및 선교단체 단기봉사팀 인솔자, 교회 선교담당자, 현장 선교사 등 30여 명이 참여해 올여름 해외 단기봉사 준비 시 유의해야 할 안전사항과 과거 위기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재외국민보호 정책과 제도, 테러자금 조달 악용방지 방안, 테러 및 납치 대응의 실제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조동업 대표는 인사 말씀에서 “한때 주춤했던 해외 단기봉사팀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전의 패턴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이라며 “안전 및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너무나 소홀하다. 한마디로 여전히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 대표는 “지구촌 곳곳에 지진과 홍수, 자연재해, 전쟁, 테러, 인질, 교통·강도·도난 등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특히 소득수준이 높아진 한국인들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들이 증가해 더욱 안전 및 위기관리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포럼은 지역교회, 선교단체, 현장,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데 의미가 크다. 오늘 행사를 통해 모든 해외 단기봉사팀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서정호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의 첫 순서로 미션파트너스 김사무엘 선교사가 ‘해외 단기봉사 준비사항’에 관해 발표했다. 김사무엘 선교사는 “모든 사고는 ‘설마’에서 시작된다”며 “우리가 (위기) 사례가 되지 않으려면 첫 번째 준비물은 ‘정보’, 두 번째 준비물은 ‘위기 대응 매뉴얼’”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보’에 관해 김 선교사는 “정보 없는 사역이 위험을 초래한다”며 “많은 단기팀이 떠나기 전 항공편, 숙소, 일정은 꼼꼼히 챙기지만, 정작 현지의 문화, 정치 상황, 종교적 민감성, 법적 제한 같은 핵심 정보는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는 곳은 선한 의도만으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선교 현장으로, 관광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실제 캄보디아,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교통사고, 물놀이 사고, 소음으로 고발당하는 사건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기도 사진을 SNS에 올린 것만으로 감시 대상이 되고, 심지어 경찰 조사까지 받는 사례도 있었다”며 “네팔, 인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모로코 등에서 현지 법을 모르고 전도하다가 벌금, 심지어 체포나 추방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열정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했다. 우리가 떠나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준비물은 짐이나 일정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정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위기 대응 매뉴얼’에 대해 김 선교사는 “믿음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매뉴얼은 (위기 앞에서) 멈추지 않게 한다”며 “단기팀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일이 터졌는데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이다. 그 상황은 리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위기에도 다른 결과, 차이를 만드는 건 믿음의 크기가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매뉴얼”이라며 “단기봉사팀은 준비된 공동체여야 하며, 떠나기 전 말씀 묵상표뿐 아니라 대피 루트, 대사관 정보, 2차 리더 지정, 비상연락체계와 같은 매뉴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매뉴얼이 없는 팀은 위기에서 멈춘다”고 역설했다

남서울교회 해외선교위원회 사역자 담당 이승준 목사는 ‘지역교회의 단기봉사 위기사례’에 대해 “매년 12개팀 내외의 아웃리치(단기선교)를 내보내면서 참가팀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설정한다”며 ‘기획 단계-아웃리치 교육 단계-아웃리치 진행 단계-아웃리치 후속 단계’로 구분하여 안전 사항을 점검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남서울교회는 해외 단기봉사를 위해 △6명으로 구성된 교회 전체 위기관리대응팀 구성 △팀 내 위기관리 담당자 선정 △준비 기간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팀장과 위기관리 담당자를 위한 심화 교육·참가 사역자들을 위한 교육 △전체 교육 자료와 팀장 및 위기관리 담당자를 위한 소책자 제작 △활동 지역에서 두 곳 이상의 의료시설 파악 및 비상사태 발생 시 신속한 지역 이탈을 위한 루트와 방법 숙지 △복수의 보고 체계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확실한 의사소통 채널 확보 및 매일 의사소통 △후속 사역 안전도 점검과 후속 지원 여부 결정 등의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승준 목사는 위기관리 사례로 “동남아 등 더운 지역에서 활동하는 1~2개 팀 정도는 항상 배탈, 식중독, 고열 증상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사전 파악한 적절한 의료시설과 검증된 현지 의료인을 통해 건강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고 활동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웃리치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교육 중 소매치기, 경범죄 등의 기본 범죄에 대한 교육은 사전 예방뿐 아니라 이후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며, 여권 분실 사건은 현지 경찰서 번호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덕분에 분실 여권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올해 이슈가 되는 말라리아가 염려되는 지역은 현지에서 적절한 말라리아약을 구입하도록 조처했고, P국은 경찰이 보호하는 곳에 머물고 이를 벗어나면 반드시 경찰의 안전을 제공받는 위치에서 단기봉사를 진행했다. 인도는 성추행, 소매치기 같은 경범죄가 많은데, 팀이 활동할 때 반드시 팀원들과 연락이 가능하도록 무전기를 사용하여 안전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관 송강일 서기관은 ‘재외국민보호 정책과 제도’에 대한 발표에서 전쟁, 피랍, 지진, 국제 대회 상황 등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펼친 노력 등을 소개했다. 송 서기관은 “코로나가 끝난 직후부터 해외에 나가는 국민이 증가해, 2024년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반 이상인 3천만 명에 육박하면서 사건 사고도 역대 최다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고, 해외안전여행 로밍 문자 및 홈페이지, 여행경보제도, 여행금지국가 및 지역, 해외안전여행 앱(APP) 등 재외국민보호 제도가 있다고 알렸다.

또한 “2021년 영사조력법이 제정되어 그 법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규정한다”며 “해외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그 나라 정부의 행정력이 우선이며, 저희는 인도적 대우와 빠른 수사를 요청하며, 필요할 경우 변호사인 명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으로 돕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영사콜센터(+82-2-3210-0404), 신속대응팀, 신속해외송금, 법률전문가 자문, 긴급지원비, 영사협력원 위촉 등의 제도가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이영선 전문위원(GP선교회 민간인 안전팀장, 한국글로벌안전센터 대표)은 ‘단체의 단기봉사 위기사례’를 전했다. 이 전문위원은 태국에서 500여 명이 참여하는 선교대회를 치르며 위협분석, 긴급대피 계획, 교통수단과 행사장 안전관리 등 안전 관련 실제 사항을 담당한 경험을 전하고 “행사계획에 따른 안전 협력체계의 협업이 동시에 어우러져야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준비한 만큼 안전해지며, 예측된 위험과 위험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그 위험의 강도는 상당히 축소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위원은 또한 “안전 계획은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실행하는 것”이라며 “(안전과 관련해) 굉장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한국에서는 하는데, 해외에서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안전 계획) 준비는 많이 하는데 어떻게 실행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송영광 전문위원(HOPE 선교회)은 ‘개인적 선교현장 단기봉사팀 위기사례’를 발표했다. 송 전문위원은 “단기봉사팀 사역 후 현지의 오래된 천주교회를 방문, 옥상에서 마을 전경을 둘러본 후 어두운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한 팀원이 시야를 잃고 난간이 없는 계단을 따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당시 신속한 조치와 대응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전문위원은 “이 사고를 통해 응급처치 기본교육, 현장 위험 요소 인지 교육 등을 출국 전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방문 예정지의 구조와 상태, 안전요소에 대한 사전 점검과 위험 요소 파악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해외 단기봉사 중 위기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며, 준비 여부에 따라 사고가 되기도 하고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에게 있어서도 단기봉사팀의 위기는 새로운 협력과 사역 확장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 전문위원은 이뿐 아니라 “단기봉사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양국 간 이해 증진과 우호 협력의 민간외교 역할을 수행하는 소중한 기회”라며 “위기 예방과 위기 대응 역량은 필수적인 준비 요소”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이준협 사무관은 ‘테러자금 조달 악용방지 방안’에서 △한 국내 NPO(비영리기구)의 테러자금 조달 사례 △종교 목적 NPO로 등록된 기숙학교에 테러리스트 감시목록에 등재된 사람이 고용된 사례 △재난구호 지원자금이 지역 송금업자를 통해 테러단체가 장악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현금 지급 방식으로 배분되면서 일정 부분 테러리스트 활동 자금으로 전용된 사례 등을 소개하고, NPO 테러자금조달 관련 법규, NPO 테러자금조달 악용방지 방안 등을 소개했다.

이 사무관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테러 자금 조달 관련 사례가 굉장히 많지는 않으나, 해외 금융 정보 분석 기관과 정보 공유를 하면서 간혹 ‘우리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인이 테러 자금 조달과 관련해 수상한데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온다”며 “이런 사례들이 꼭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금융정보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영리단체의 테러자금조달 악용방지 가이드라인, 비영리단체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설명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테러정보통합센터 관계자는 ‘테러 및 납치 대응의 실제’에서 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테러 동향과 테러 원인, 유형 등을 소개하고, 각 테러 발생 시 행동요령, 인질납치 시 행동요령 등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방문 예정국의 테러 정세와 여행경보 현황을 확인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출국 전 테러 납치 대비요령을 숙지하고, 현지 치안 상황을 검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선교단체와 안전한 선교 활동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2025년 해외 단기봉사팀 위기관리 포럼 및 외교부 안전간담회
▲이날 오후 2025년 상반기 정부-선교단체 안전간담회가 열렸다. ⓒ외교부
한편, 이날 오후에는 해외 파송 선교사의 안전 확보와 선교단체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외교부 17층 양자회의실에서 ‘2025년 상반기 선교단체 안전간담회’가 열렸다.

정기홍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 주재로 열린 안전간담회에는 정부 측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중동1과, 아프리카2과, 아태2과, 카리브중남미협력과, 국정원 테러정보통합센터, 문체부 종무2담당관실 등 유관 기관과 민간 측 한국위기관리재단과 해외 선교사 파송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기홍 정부대표는 “해외 선교사 파송 시 외교부 및 관할 공관이 제공하는 안전 공지를 숙지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관할 공관과 긴밀하게 연락을 유지하도록 선교단체 측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총기 강도 살인 피해 등 필리핀 내 강력범죄 사례를 소개하며 “선교사들의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말했고, “한국인 대상 중국의 한시적인 일방적 사증면제 조치는 종교활동 방문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중국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요 국가 정세 및 테러 동향 △각 선교단체의 위기관리 사례 △해외 선교 안전 관련 유의사항 등이 논의됐다. 또 5개 지역(중앙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선교단체 대표가 직접 경험한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여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선교단체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안전한 선교 활동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선교단체 관계자들은 “외교부가 정기적으로 안전간담회를 개최하여 지역별 정세 및 안전 동향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파송 선교사의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하는 데 감사하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사고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