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목사
▲김종필 목사
우리 모두 언젠가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나는 너에게 생명을, 시간을, 재능을, 물질을, 그리고 복음 전하는 명령과 사명을 주었노라. 너는 그것들을 통해 무엇을 했느냐?” 물으실 것입니다. 주님의 생명과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통해 주의 명령을 어떻게 잘 준행했는가에 대한 준엄하고도 엄위한 평가와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핑계치 못할 그날이 올 것입니다. 지금 하루를 사는 것을 마지막을 사는 삶처럼 주님의 명령을 지키고 행한 자는 결단코 상급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나를 위해 쓰고 나의 안위와 안락을 위해 사용한 사람에게는 책망과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교회로 하여금 아시아 복음화를 이루게 하라! 순교자의 영성을 갖고 복음을 위해 순교자가 되게 하는 학교를 세우라!’ 이 두 개의 명령 앞에, 조직과 기관과 후원이 없어도, 처음에는 듣는 체도 하지 않는 교회 앞에서, 해외 선교는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한국과 같이 부자 나라가 하는 것이라는 필리핀 땅에서, 지금 국내 복음화도 이루질 못했는데 무슨 해외 선교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물질이 없으면 금식으로, 대회 당일까지도 식사비를 마련하지 못해 밤새도록 발을 동동 구르며 뜬눈으로 지새우며 마닐라 국제 선교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1회 대회 첫날에는 마닐라전력공사에서 설치한 변압기가 타버려서 아예 전력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2회 대회에는 식사비는 물론 강사들과 참석자들을 위한 재원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해야만 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어디든 국제선교대회를 한다고 하니 선뜻 헌금을 해주는 사람이나 교회를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도 아닌 아예 손에는 계란조차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도 자칭 잘나가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많은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수십 편의 논문을 썼으며, 여러 권의 책도 저술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주님께서 이 두 개의 명령을 주신 이후,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주님의 명령에 준행하고자 할 때, 그동안의 후원이나 헌금도 안개 사라지듯 사라졌고 주변에 바글바글했던 수많은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참으로 외롭고도 쓸쓸한 여정이었습니다.

잡초를 제거하려 해도 낫이 없는 농부처럼 학교를 세우고자 해도, 국제선교대회를 개최하고자 해도, 숙소를 정비하고자 해도, 침대 도구와 물품들을 구입하려 해도 들어오는 재정은 없었습니다. 넉넉하고 공급이 될 때 사역을 한 것이 아니라 우물이 마르고 가뭄이 오고 사막화가 한창 지낸 곳에 땅을 경작하듯, 그렇게 순종의 시간으로, 죽음을 각오한 인내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4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초등학교는 180명의 학생이, 대학과 대학원에는 4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교사와 교수와 교직원의 수도 상당합니다. 마닐라국제선교대회는 400명으로 시작하여 지난 대회는 4,500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자리가 비좁아 다 들어올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대회장 밖에 대형 스크린을 세워 못 들어오는 참석자들도 참여케 하고자 합니다.

이제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케이터링 식사 계약금을 지불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을 위한 바인더를 만들어야 하는데 재정은 제로입니다. 아내 김은주 선교사가 저에게 말합니다. 여러 숙소에 냉장고가 없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합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냉장고 없이 하자고….

북한에서 탈북한 탈북자들이 50명이 온다고 합니다. 숙소가 부족해서 지하실 바닥에 잘 수밖에 없다고, 새로 만든 숙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에어컨이 없어서 후덥지근합니다.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겠지만 저의 형편이 그렇지 못합니다. 주변에 값싼 숙소들이 있지만 그조차 낼 수 없는 분들이 오시는데, 그런 분들을 대회장 바닥에 주무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회에서는 수백 명의 사람이 성전 바닥에서 잠을 잤습니다.

돈이 있어서, 돕는 이가 있어서, 이미 갖추어져 있어서 하면 이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돈이 없어도, 돕는 사람이 없어도, 무에서 시작하여도, 믿음으로 나아가면서 역사가 일어난다면 이는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기에 신비와 비밀이 있습니다.

대단한 독지가도 아닐지라도 과부의 두 렙돈처럼 1달러도 안 되는 작은 헌금일지라도, 자신의 지갑을 열고 마지막 남은 농부의 파종 씨앗마저 드리는 손길을 통해 지난 14년의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민다나오 무슬림 지역에서 사역하는 목사 부부와 함께 믿음으로 컨퍼런스 바인더 제작 회의를 하였습니다. 이제 파종할 씨앗조차도 없지만, 다시금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나아갑니다. <끝>

김종필 목사
미국 파토스 재단 대표
필리핀 한 알의 밀알교회 개척 및 위임 목사
미국 보스턴 소재 임마누엘 가스펠 센터 바이탈리티 소장 역임
미국 시티 임팩트 라운드테이블(City Impact Roundtable) 집행위원 역임
필리핀 그레인 오브 휘트(Grain of Wheat) 대학·대학원 설립자 및 초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