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성 애착장애란 태어난 지 9개월~5세 미만에 양육자로부터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결여된 장애를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아이들에 대해 성장부진, 의존성 우울증, 시설증 등으로 불렀는데, 1980년에 처음으로 미국정신의학회(DSM-Ⅲ) 에서 반응성 애착장애(RAD)라는 현대 정신과 진단명칭으로 소개됐다. 그러다가 DSM-Ⅲ-R에서는 ‘억제된’ 아형과 ‘탈억제된’ 아형, 두 가지를 처음 도입하여 DSM-Ⅳ와 DSM-Ⅳ-TR에 이르렀다.
그런데 DSM-5에 이르러서는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장애’라는 코드에 반응성 애착장애와 탈억제성 사회적 유대감 장애, 적응장애를 별도로 분리시켜 새롭게 분류했다. 외상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의 노출을 진단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는 장애 속에 이 세 가지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방임은,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장애에 속하는 병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두 장애가 동일한 병인을 공유하지만 반응성 애착장애는 우울증상과 위축행동이 나타나는 내재화 장애로 표현되고, 탈억제성 사회적 유대감 장애는 탈억제와 외현화 행동으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반응성 애착장애의 특징은 억제된 애착행동 및 발달단계상 부적절한 애착 행동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아동은 애착대상으로부터 위안과 지지, 보호와 돌봄 등을 받으려 하지 않거나 거의 받으려는 관심이 적다. 보호자와 아동 사이의 결핍된 애착관계 또는 거의 발달되지 못한 애착관계가 반응성 애착장애의 필수증상이다.
초기 발달단계에서는 애착의 기회가 한정되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애착의 행동적 징후가 잘 나타나지 않아 양육자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로 아이는 고통을 받아도 보호자로부터 어떤 돌봄이나 보호를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응성 애착장애 아동은 보호자와 일상적인 상호작용 중에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거나 거의 드물게 표현한다. 이에 대해 감정조절능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공포, 슬픔, 과민함 등 부정적 감정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는 안정적 애착을 형성할 기회를 제한시키는 주 양육자의 잦은 변경도 반응성 애착장애를 만든다.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 2살 미만에 주 양육자를 두 번 이상 바꾸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양육자가 장기간 입원을 하거나 아이가 친척 집에 맡겨지거나 시설 같은 곳에서 양육되는 경우에도 반응성 애착장애가 발생된다.
어떤 미혼모가 12개월 된 아이를 아동보호소에 맡기고 가출해 버렸다. 이 아이는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시설에서 3개월을 지내다가 15개월 때에 입양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양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집안에서 특별히 누구를 따르지도 않고 누구와도 반응하지 않으며 애정을 추구하거나 보살핌을 받으려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서위축형, 애착부재장애가 반응성 애착장애의 증상인 것이다.
이처럼 반응성 애착장애는 병적인 양육이나 결핍된 사회적 방임 또는 박탈에서 오는 불충분한 양육에 의해 발생되므로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성장의 부진으로 인해 저체중, 작은 키, 그리고 불량한 청결상태를 보이며 환경에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므로 이 아이들의 욕구를 무조건 무시하거나 함부로 체벌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의 반응성 애착장애로서 탈억제형이 있는데, DSM-5에서는 독립된 병으로 분리시킨 탈억제성 사회적 유대감 장애라는 병이다. 억제형(inhibited type)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는데, 애착행동이 무분별하게 과잉적으로 나타나 낯선 사람에게 극도로 친밀감을 보이다가 헤어질 때는 별다른 감정이 없는 게 특징이다.
45개월 된 남자아이인데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상담 받으러 왔다. 이 아이는 10개월 때 엄마와 헤어져 6번째 다른 부모에게 입양되어 그동안 방치되어 자라왔으며, 한 가정에서 가장 오래 양육된 기간이 고작 8개월 정도였다. 아이는 양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고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아무 사람을 따라가려 해 억지로 데리고 나오기도 했으며, 한번 울면 쉽게 멈추질 않았다. 이 아이는 상담실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양모가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낯선 상담자의 무릎에 앉아 옷을 잡아당기고 머리를 만지고 넥타이와 안경도 만지는 등 친밀한 행동을 보이다가 헤어질 때는 아무런 느낌 없이 그냥 가버렸다.
이처럼 탈억제성 사회적 유대감 장애는 어른에게 쉽게 가까이하며 지나치게 친근한 언어와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또 생소한 환경에서 보호자가 자신을 두고 멀리 가려고 할 때도 화를 내거나 경계하는 행동이 적으며 주저함이 없이 생소한 사람을 따라가는 행동을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무관심이나 방임은 애착외상이 되어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의 하나인 반응성 애착장애나 탈억제성 사회적 유대감 장애가 될 수 있다. 양육자의 섬세한 반응이 안정애착의 필수요소이다. 그래서 양육자를 자주 바꾸는 일은 병적애착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