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 대표회장 황성주·상임대표 박동찬)는 지난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제주아름다운교회(이종한 목사)와 오션스위츠호텔에서 ‘북한의 대내외 전략 평가와 통일선교 방향 모색’을 주제로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작년 말부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하면서 민족, 통일 개념을 폐기하는 등 남북 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통일선교 환경은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이번 컨퍼런스는 남북미의 입장과 신냉전 구도를 종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황성주 대표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가 위축되고 통일과 선교의 명제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통일한국과 선교한국의 비전이 다시 빛을 발하고 차세대에 이 사명을 전수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선교는 세계선교의 마지막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북한선교를 사명이나 의무로 해석하기보다 선물로 해석하면 좋겠다. 북한 동포들을 선교적으로 끌어안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분단과 전쟁의 아픈 역사 한 가운데 있는 한반도에서 한국교회가 북한을 선교적으로 품어 내는 것은 치유와 더불어 새 역사를 만드는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첫날 개회예배는 황성주 대표회장이 ‘일어나 빛을 발하라’(사 60:1~5)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으며, 컨퍼런스 기간 총 4개의 발제와 토론, 조별토론이 각각 진행됐다. 22일에는 윤현기 교수(평화나눔재단)를 좌장으로 이창현 박사(한국평화연구원 사무국장, 이음과배움 대표)가 발제1에서 ‘북한의 대내외 전략평가와 통일선교 방향 모색’에 대해 전하고, 이빌립 목사(통일소망선교회)가 토론했다.
또 “통일선교는 다른 영역에 녹아들도록 길잡이로서 사역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통일선교 사역자들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야 하며, ‘통일선교’와 ‘한반도선교’라는 두 카테고리가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협력 방안, 통일선교와 다음세대 이슈 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왔다.
토론자인 이빌립 목사는 “북한선교·통일선교 영역의 지형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기존 통일선교의 범주만으로는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국교회는 옛 공산권 나라의 준비된 그리스도인 등 대안세력을 세우고 동역자 관계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로의 전문성이 함께 필요하고 복음전파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 박사의 발제 내용에 공감했다.
또 “남북한의 통일신학을 계속 발전시켜야 하고, 총체적 선교에 대한 담론을 북한선교와 통일, 평화신학 논의 안에 함께 다뤄가는 적극적인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복음평화의 일상적인 실천과 교육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한반도의 회복과 복음통일의 역사가 속히 일어나길 소망하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토론자 배기찬 원장은 “기존에 방점은 평화가 아니라 복음과 통일로서, 성경적 평화개념을 회복해 통일신학 안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복음평화는 복음통일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면을 보게 할 획기적인 제안으로, 복음통일의 중간단계로 축소되거나 약화되어서는 안 되고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통일선교 방향에 대해 “북한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 없이 한반도 상황 개선은 요원하다”며 “△완전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미국과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남북문제로 치환해야 하며 △내년 초 북한이 현 국면 타개를 위한 담판에 나설 수 있으므로 대응이 필요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지웅 교수는 “미국으로만 경도된 외교는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미국과는 동맹관계를 잘 유지하되, 중국과도 동맹수준에 버금가는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일본, 러시아와도 모두 다 잘 지내야 한다. 이 같은 중첩외교, 복합외교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 외교의 방향은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아침 찬양은 김강오 목사(북한기독교총연합회 부회장)가 말씀을 전했으며, 나성균 교수(한영신학대학교)를 좌장으로 정성철 교수(명지대)가 발제4에서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한의 대내외 정책 분석과 통일선교 방향모색’을 주제로 발제하고, 김규남 교수(바르샤바 국립대)가 토론했다.
정성철 교수는 “현재 유럽과 중동 전쟁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30년 만에 탈냉전 1기가 종식되었다는 징후로, 탈냉전 2기를 신냉전, 탈단극, 복합질서 등으로 전망하는 작업이 경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자유주의-권위주의’ 양대 리그의 세계, ‘미국-중국’ 양극체제의 세계, 다질서·다문명·지역화의 세계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전략을 전망했다.
토론자 김규남 교수는 “‘경쟁적 인식’과 ‘자기중심성’이 강화되고 있는 국가적, 국제적 현실 속에서 교회(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늘의 세상과 현실적 외교가 경쟁과 견제, 드러냄, 힘, 편 가르기를 다소 추구한다면, 교회는 상생과 섬김, 겸손, 온유, 화목을 추구한다. 동아시아 교회 간 풀뿌리 협력과 대화는 통일선교의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종합토론에 나선 이수봉 박사(선교통일한국협의회)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한미가 추진한 대북 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고 보아야 한다”며 “북한에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대북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황금률”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또 “북한이 한국교회의 통일선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이상, 한국교회는 그동안 해오던 통일선교의 국제화 버전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통일선교가 북한을 살리기 위한 것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폐회예배는 박동찬 상임대표가 ‘소명과 사명’(사 43:1~3)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으며, 참석자들은 이 시대 북한·통일선교를 위해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과 사명을 가슴 깊이 되새기고 각자의 사역 현장과 삶의 현장으로 나아갔다.
한편,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는 선통협이 매년 5월 한국교회와 통일 선교계에 통일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사역자들에게 정보 교환과 교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되어 왔다. 특별히 둘째 날 ‘통일선교단체 축복의 밤’은 소수로 고군분투하는 통일선교단체들 가운데 열심히 사역하고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단체의 임원들을 초청, 그동안의 사역을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통일선교를 위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나아가는 시간이 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