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백모 씨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북한 관련 활동을 해 온 선교사로 확인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올 초 한국인 한 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탈북민 구출과 인도적 지원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백 선교사는 한국의 소외계층 지원단체와 연계해 해외에서 활동해 왔다. 백 선교사는 아내와 함께 올 초 중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입국한 직후 FSB에 같이 체포된다. 이후 백 선교사의 아내는 석방돼 한국에 돌아왔다.
백 선교사는 2월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현재 미결수 구금시설인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구치소에는 2023년 3월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 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도 구금 중이다.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최대 200명의 수감자를 수용할 수 있고, 주로 독방에 가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탈린 시절 ‘피의 숙청’으로 악명높은 곳이기도 하다.
백 선교사의 구금 기간은 6월 15일까지로 연장됐으며, 외신들은 러시아가 백 선교사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그의 사건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 현지 언론은 백 선교사가 러시아의 국가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작년 3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에 이어 작년 6월 자유유럽방송 소속 기자를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기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 7월 중국이 무기징역,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간첩법을 시행한 데 이어, 러시아도 비슷한 방법으로 외국인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지 공관에서 우리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필요한 영사 조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선교사와 연계된 단체는 구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의 건설 현장이나 벌목 현장에는 최소 수만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는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직전 북한 노동자들을 항공기로 북송하면서, 탈북민 수십 명도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