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속지적 선교에 고착된 사고로 이주민 선교 등한히 해
이주민 포용·통합의 시작은 성경적·신학적·타문화적 수용과 이해
21세기 세계선교의 중요한 흐름은 ‘남반구 선교의 약진’, ‘현지인 선교 중심으로의 전환’, ‘다양한 선교의 수용’이라 할 수 있다. 또 21세기 한국선교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은 ‘비서구 주도의 선교 수용’, ‘속지선교가 아닌 속인선교로의 전환’, ‘지역교회의 선교 참여’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6가지 이슈를 관통하는 한 가지 키워드가 있다. ‘디아스포라·이주민’이 그것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이주민은 세계 인구의 3.6%에 해당하는 2억 8,100만 명이었고, 2050년에는 약 4억 5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아스포라·이주민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세계선교의 흐름을 바꾸는 원동력이자 한국선교의 도전과제를 풀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아시아복음연맹(AEA) 4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인도네시아 센툴 SICC 및 해리스호텔에서 열린 ‘이머징 리더스 서밋’(ELS’23, Emerging Leaders Summit 2023)과 23일부터 27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 AEA 40주년 기념대회(ACML’40, Asian Church and Mission in a New Landscape)에서 문창선 목사는 AEA 6개 태스크 포스팀 중 하나인 ‘새로운 환경에서의 선교’ 팀의 대표로서, 플래너리 시간과 태스크 포스 워킹 세션, 워크숍에서 디아스포라 선교 및 이주민 선교의 잠재력을 소개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EA 선교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문 목사는 로잔디아스포라·GDN(Global Diaspora Network) 부대표, 국제디아스포라선교센터(ICDM) 대표, 넥스트무브(NextMove) 아시아 대표, 쥬이시 보이스 미니스트리 인터내셔널(JVMI) 한국대표,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상임대표, 디아스포라신문 편집인, 위디국제선교회 대표, 이주민선교훈련학교(MMTS) 대표, 전주비전대 객원교수 등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전문적인 이주민 사역을 펼쳐왔다.
◇디아스포라·이주민 선교, 왜 주목해야 하나
문창선 목사는 “세계 인구의 3.6%, 소위 30명당 1명이 이주민인 시대에 8,700만 명의 이주민이 있는 유럽 대륙에 이어 아시아에는 두 번째로 많은 8,600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한다”며 “디아스포라·이주민은 아시아 교회와 선교에 매우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제적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아시아 대륙에서 그동안 디아스포라 선교, 이주민 선교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여러 아시아 국가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의 존재가 기독교인들에게 어려움을 끼치고 있고, 특히 많은 아시아 국가의 고유문화가 이주민 선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목사는 “이주민 선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심도 있는 성경적 확인, 신학적 적용, 국제문화적인 학습을 통해 이주민 선교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하지만, 그동안 기술, 법, 사회·경제적 통합의 관점이 더 중요시 돼 왔다”며 “증가하는 이주민들을 포용하면서 이 같은 통합을 이루려면 성경적, 신학적, 타문화적 수용과 이해가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주민 시대를 맞아 이주민 선교는 가장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선교 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민선교훈련이 필요한 7가지 이유
미국의 가드너웹대학교 선교학 교수인 테리 까지뇨(Terry Casino) 목사는 “디아스포라 지도자들의 훈련과 준비는 아시아 지역의 디아스포라 선교의 효과성, 성장, 지속 가능성,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창선 목사는 아시아 지역 교회와 선교사들이 이주민선교훈련을 받아야 하는 7가지 이유에 대해 먼저 “한국은 MMTS(Migrant Mission Training School)와 같은 이주민선교훈련학교가 성공적으로 준비되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아시아 국가는 그들의 강력한 문화와 종교 성향에 따른 제한성으로 인해 이주민선교훈련학교가 자체적으로 시작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중동 지역처럼 복음의 대척점에 있는 나라들은 이주민이 많이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지역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효과적으로 이들을 품는 일이 적어, 더더욱 이주민선교훈련이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두 번째는 이주민 교회에 참여하기 원하는 지도자나 성도들은 의지만 갖고 사역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교리적, 선교적, 실천적, 영적 시각으로 무장되어야 이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할 수 있으며, 세 번째는 성도들도 주님의 대위임령을 이루기 위해 주님의 제자로서 살아갈 때 이주민선교훈련을 통해 우리 곁에 찾아온 이주민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목사는 “네 번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적용하고 실질적인 이주민 선교에 참여하는 자체가 성도 자신에게도 신앙적 지경을 넓히고 성숙함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며, 다섯 번째는 이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과 리더십을 개발해 가는 방법, 성경이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목사는 “여섯 번째는 이주민선교훈련을 통해 이주민이 겪는 실제적인 삶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삶의 애환을 수용하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통전적 선교를 위해서라도 이주민선교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일곱 번째는 우리에게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주어진 이주민 환경을 선교지화 하고, 이주민과의 만남과 이들에 대한 환대가 영적인 선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훈련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이주민선교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 목사가 한국과 필리핀, 카타르 등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는 이 분야 전문가이므로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이 분야 전공자이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이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더는 필요하지 않다’, ‘내게 주어진 영적 은사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훈련은 불필요하다’, ‘나는 너무 바빠서 이런 훈련을 받을 시간적 여력이 없다’, ‘이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이 많이 나왔다.
이주민선교훈련을 중도에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서도 ‘낮은 동기 부여’, ‘과다한 업무량’, ‘가족의 재정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 ‘자격이 부족한 교사’, ‘맞춤형 교과서 부족’, ‘공부할 시간의 부족’, ‘학습 규율의 부족’, ‘신학교육에 대한 영적 은사의 타당성’ 등을 꼽았다고 밝혔다.
◇디아스포라·이주민 선교의 실천적 선교 전략 ‘페이스 이론’
문창선 목사는 지난 30년간의 사역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이주민 선교의 실천적 선교 전략으로 ‘FAITH(페이스) 이론’을 개발했다. ‘FAITH’는 1단계 ‘노방이든 지역 방문이든 접촉점을 가지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모임을 갖는 단계’(Friendship: Gospel Presentation), 2단계 ‘대상자를 교회로 초대하며 예배, 교육, 친교의 단계’(Assembly: Regular programs – Worship, Bible Studies), 3단계 ‘이주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모임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Independence: Self-management system), 4단계 ‘훈련, 선별된 이주민을 사역자로 파송의 단계’(Transmission: Reverse Sendoff), 5단계 ‘역파송된 이주민 선교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사역하는 단계’(Hub: Network)를 의미한다.
문 목사는 “기본적으로 이주민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지속적으로 쏟아부어야 하고, 반드시 복음적인 제시가 그 이후에 뒤따라야 한다”며 “그러고 나서 교회의 정기 예배와 성경공부, 친교를 통해 교회 팀원들이 내가 초대한 이주민 친구를 함께 맞이하고 전략적으로 섬겨주게 된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또한 이주민들끼리 자신들의 모국어와 문화로 나누는 시간과 공간, 그들의 리더십을 제공하여 스스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계시록 7장에서 모든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의 사람들이 흰 세마포 옷을 입고 예수님을 찬양하는 것처럼,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라며 “그러나 저는 그것이 궁극적인 하늘나라의 목표이지만, 이에 도달하기 전에는 고국의 언어와 문화, 정서를 갖는 공간과 시간을 교회가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은 자칫 그들이 아닌, 우리 자신을 만족케 하는 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목사는 이어 “이주민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열정과 의지, 좋은 프로그램과 전략보다는 이주민 그 자체”라며 “이주민들이 행복해야 하고, 그들이 예수님을 믿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가 맞춰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선교에서도 재생산은 중요하다. 문 목사는 “도날드 맥가브란 교수는 선교는 항상 재생산이 일어나야 된다고 말했다. 이주민 선교도 그들 가운데서 리더가 나와야 한다”며 “이주민 리더들이 세워지도록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을 교육시켜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 또는 자신들과 같은 동포들이 많은 지역이나 해외로 나아가 선교할 수 있도록 역파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목사는 이어 “위디국제선교회는 32년째 이주민 선교를 하면서 150여 명의 이주민 근로자, 유학생을 역파송했는데, 이 중 3분의 1을 잃어버렸다. 이단 사이비에 실족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소명을 놓치기도 했다”며 “이주민 선교사들도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충분한 관리와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허브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아스포라·이주민 선교의 7가지 실천단계
문 목사는 “전 세계 디아스포라 및 이주민 선교의 기회가 증가하고 있지만 오직 소수의 선교 파송 기관과 지역 교회만이 효과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 속지적 선교에 고착된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속인적 사고로의 전환을 요청했다. 특히 “이주에는 두 가지의 선교학적 요인이 발생한다. 곧 개방성과 접근”이라며 “사람들이 움직일 때 정상적인 삶의 패턴이 무너지면서 종종 새로운 관계와 아이디어에 대한 열린 마음이 생긴다. 삶이 고단하고 두려울 때 절대자를 찾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개방성을 갖게 되며, 소위 복음의 접촉점을 갖고 쉽게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이주민들이 찾아온 나라의 지역 교회와 성도 입장에서는 먼 나라까지 가지 않고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개방성과 접근은 이주민 선교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문 목사는 디아스포라·이주민 선교의 7가지 실천단계로 ①이주민 선교의 참여와 진행을 위하여 비전과 열정을 하나님께 기도 ②이주민을 위한 선교적 태도 개발(마인드+라이프 스타일) ③주변 영역에서 이주민 관련 지도 제작 ④이주민 가족을 위한 창의적이고 전체적인 접대 활동 설계 ⑤효과적인 이주민 사역을 위한 지속적인 훈련 ⑥이웃 이주민들과 진정한 관계 구축 ⑦이주민 선교 파트너십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역 교회의 이주민 선교 참여 형태로는 ①이주민 모임이 지역 교회의 공간을 가능한 시간에 사용하는 모델 ②이주민 모임이 지역 교회의 부서, 또는 부분 사역으로 포함되는 모델 ③여러 이주민 모임이 같은 지역 교회 내에 포함되는 모델(2번의 복합 모델) ④지역 교회가 어느 지역에 목적형 이주민 교회를 설립하는 모델 ⑤서로 다른 지역 교회가 공동으로 이주민 교회를 설립(지원)하는 모델 ⑥지역 교회가 이주민 교회를 품으며, 상호협력과 교류 형태의 모델 ⑦이주민 성도들이 지역 교회에 참여하여 동화하는 모델 ⑧여러 이주민 교회들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나 자치 형태의 모델 ⑨예배를 공유하기 위하여 여러 이주민들이 모이는 교회 모델 ⑩지역 교회가 여러 모델을 수용하여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모델 등을 소개했다.
문창선 목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먼저 세계선교를 보고, 선교적 행함은 지역에서부터 해야 한다(Think globally, act locally!)”며 “작은 것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만나는 사람부터, 지금부터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From small one, From near one, From little one, From now on!)”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