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유럽 공산권 붕괴와 교회의 역할 조명…
“흡수통일·기득권 환상 버리고 섬김의 본질 회복해야”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
▲‘2026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에 참석한 교계 및 북한선교 전문가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선교통일한국협의회(대표회장 박정곤 목사, 이하 선통협)가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간 경남 거제고현교회 및 라마다스위츠 거제에서 ‘동유럽 체제전환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2026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교계 및 북한선교 전문가 60여 명이 모인 이번 행사는 동유럽 구공산권 국가들의 체제전환 사례를 통해 통일 이후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대표회장 박정곤 목사가 개회예배에서 ‘대한민국을 살린 거제도’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고 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개회예배에서 박정곤 대표회장은 ‘대한민국을 살린 거제도’(시 33:12)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박 목사는 “분단 80년을 넘어가며 젊은 세대의 관심이 약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통일의 역사를 이끌어갈 실질적 준비와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통일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를 동유럽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학습하고, 한국교회 통일선교가 전문화·구체화되길 기대한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규영 명예교수(서강대 국제대학원)는 ‘중부유럽 현실사회주의 체제 전환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동독·폴란드·헝가리·체코 4개국의 체제 전환 과정을 비교 분석했다. 이 교수는 “교회는 단순한 ‘영웅’도 ‘협력자’도 아닌 양면적 행위자였다”며 “30~40년에 걸친 평시의 신학적·조직적 축적이 비폭력 변혁 자원을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
▲이규영 서강대 명예교수가 ‘중부유럽 현실사회주의 체제 전환과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특히 이 명예교수는 “전환 직후 도덕적 권위를 정치적 영향력으로 급격히 환금했던 국가들에서 오히려 장기적인 세속화와 신뢰 잠식이 나타났다”며 “한국교회 역시 흡수통일의 환상과 양적 팽창 충동을 경계하고, 30년 단위의 ‘사전 축적의 명령’, 정치 환금을 자제하는 ‘자기 절제의 명령’, ‘공적 가치 형성자’로서의 ‘재정의 명령’을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철원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는 ‘동유럽 체제 전환 전후의 변화: 경제적 관점에서’를 통해 중동부 유럽 V4 국가(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의 시장경제 이행과 한국 기업의 투자 진출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논찬을 맡은 채규운 장로(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는 “한반도 경제통합은 신뢰 구축 및 협력 사업부터 시작해 경제 공동체, 남북 연합, 완전 통합으로 이어지는 4단계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파적 이해를 넘어 사랑과 화해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에 순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교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2박 3일간 동유럽 체제 전환 사례를 나누며 한국교회 통일선교의 방향을 모색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이날 현장 선교사들의 생생한 증언도 있었다. ‘진리가 이깁니다-체코 체제 전환 전후 교회의 역할’을 발제한 이원희 선교사(프라하한마음교회)는 “체코 교회는 억압기에는 민족의 양심이자 도덕적 보루였으나, 자유화 이후 빼앗긴 재산과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사회적 지지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교회가 세상을 향해 십자가를 질 때 세상은 복음에 귀 기울였다”며 “기득권이 아닌 진리의 연대와 ‘낮은 자의 섬김’으로 나아가는 소수 공동체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영섭 목사(로잔미디어인게이지먼트 포럼)는 “북한 체제 전환의 본질은 ‘인간의 전환’이며, 80년 주체사상 해체 이후 찾아올 가치관의 진공상태를 성경적 진리와 창의적인 문화적 소통으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사례를 발표한 정홍기 루마니아 선교사는 비밀경찰 감시 치하의 지하 사역과 1989년 혁명 이후의 교훈을 전하며, “북한의 체제 변화는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으므로 통합적인 성경 교육과 인성 교육 매뉴얼을 사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송영섭 박사(마산재건교회)는 “통전적이고 총체적인 복음을 붙드는 ‘선교적 교회’로서 루마니아 및 북한선교의 파트너십을 다져야 한다”고 화답했다.

제9회 선교통일한국컨퍼런스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교제하고 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며 종합토론을 이끈 이수봉 선통협 사무총장은 “통일 이후 북한을 일방적 통제나 훈계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원주민 우선 원칙’과 섬김의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교회는 남한의 방식을 강요하는 우월적 태도를 버리고, 북한 주민들의 상처와 결핍을 공감하며 십자가의 사랑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나, 통일 후에 가장 먼저 북한에 가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정이 통일 후 북한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 조사에 근거하여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동유럽 체제 전환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통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에 서는 것이며, 더 복잡한 통합과제 앞에 서는 것이며, 교회의 리더십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함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