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사역자들이 명심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성경 읽는 일을 소홀히 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성경을 읽으며 주님의 음성을 듣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브라더 앤드류가 항상 힘 있고, 영감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을까요? 브라더 앤드류는 늘 포켓에 성경을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도 짬만 나면 성경을 읽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포켓에 성경을 지니고 틈만 나면 성경을 읽으며 주님의 음성을 듣고 있습니다.”
오픈도어 창립자 브라더 앤드류(Anne van der Bijl, 1928~2022년)는 지난 9월 27일 향년 94세로 주님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11월 18일 그를 기념하는 예배가 오픈도어 사역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열렸다. 저마다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그의 발자취를 끄집어내며 그를 기억했다. 요한 컴패년은 이 자리에서 또 포켓 성경을 꺼내 들었다. 그만큼 이 시대 우리에게 간절하게 요구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고, 성경대로 살고, 성경이 되자!(Read the Bible, to live the Bible, and be the Bible)”
성경을 읽고, 성경대로 살자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듣는다. 그런데 성경이 되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걸어 다니는 성경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을 때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들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중국의 가정교회 1세대 목회자들-광주우의 사무엘 램(Samuel Lamb, 林献羔, 1925~2013년), 씨아먼의 양신페이(杨心斐, 1928~2011년), 북경의 위앤씨앙천(袁相忱, 1914~2005년), 후아이난의 왕 형제-을 만나는 축복이 있었는데, 그들의 삶의 모습이 성경 그 자체라는 강한 인상을 느끼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2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석방 후 중국 광조우에서 따마잔 교회를 개척한 사무엘 램 목사님은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의 삶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중국 공안의 회유와 협박을 당하고 수감생활을 반복했는데,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부흥의 축복을 주셨다고 간증하곤 했다. 오픈도어는 그를 통해서 중국에 20만 권의 성경을 전달할 수 있었다.
사무엘 램 목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성경 전달을 통해서였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필자는 오래전에 중국으로 성경 전달 여행을 많이 다녔다. 홍콩에서 성경을 전달받고, 중국에 성경이 필요한 지역으로 배달하는 일이다. 해관을 통과해야 하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이동해야 했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성경책이지만 중국 가정교회 성도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값진 것이었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번은 우리 성경전달팀이 성경을 전달하고, 따마잔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있을 때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다. 막무가내로 강단에 서있는 사무엘 램 목사님을 끌어 내리고, 뒷문으로 나갔다. 성도들은 일상적이듯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 한 성도가 ‘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를 선창하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찬양을 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혹시 한국인들이 함께 예배드린다는 것이 탄로 나서 더 큰 어려움이 있을까 하여 우리는 고개를 푹 눌러 숙이며, 숨을 죽이고 사태를 관망했다. 얼마 후 교회 지도자 중 한 분이 강단으로 올라오셨고, 이날 모임을 마무리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무엘 램 목사님은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다시 교회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띄우며 일상처럼 말씀을 계속 전하셨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가정교회 성도들이 극심한 환난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그들을 존경하며 따랐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성경을 읽고, 성경대로 살고, 성경이 되는 삶의 본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딤후 3:12)
김경복 선교사(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