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가 종교적인 이유로 동성결혼 지지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북아일랜드의 한 제과점에 대한 고소를 기각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성소수자 지지단체인 퀴어 스페이스는 지난 2014년 “벨파스트에 위치한 애시어스베이커리(Ashers Bakery)에 대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문구가 담긴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며 스트라스부르법원에 고소했고, 법원 측은 유럽인권협약을 바탕으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인 가레스 리(Gareth Lee) 씨는 스트라스부르법원을 유럽인권재판소에 기소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가레스 리의 고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영국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다니엘 맥아서
▲영국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다니엘 맥아서 ⓒThe Christian Institute
유럽인권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국내법에만 의존함으로써 국내 법원에서 제기된 협약 문제를 다룰 기회를 박탈한 대신 인권재판소에 국내 법원의 역할을 승계할 것을 요청했다”며 “국내 구제 방법을 다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제과점을 운영 중인 에이미와 다니엘 맥아서(Amy & Daniel MacArthur) 부부의 법적 대리를 맡은 크리스천인스티튜트(Christian Institute)는 이같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인스티튜트의 사이먼 캘버트(Simon Calvert) 대변인은 성명에서 “영국 대법원은 이 사건의 인권 분쟁 요소에 깊이 관여했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맥아서 부부의 권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를 간과하려는 또 다른 시도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고, (시도가) 실패하게 되어 안도한다”고 밝혔다.

반면 원고 리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공정하게 분석되고 판단되지 못한 것에 실망한다”며 “우리 중 누구도 가게에 들어가거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기 전에 해당 업체 사장의 신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예상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가 있고, 그것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그리고 트랜스젠더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리 씨는 2014년 맥아서 부부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라”는 문구와 ‘세서미 스트리트’(미국의 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캐릭터인 (동성애자 논란이 있었던) 버트와 어니가 등장하는 케이크 제작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1심에서 재판부는 애시어스베이커리가 리에게 500파운드(75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법관 5명의 만장일치로 제과점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렌더 헤일 대법원장은 “제과점 주인은 고객의 성적 취향 때문에 주문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면서 “다른 고객들이 주문하는 케이크 제작도 역시 그들의 성적인 취향과 상관없이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누구도 자신의 신념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갖거나 표현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