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개신교회 미래와 교회 자립의 열쇠는 캄보디아인 개신교회 지도자와 교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개신교회는 자치·자립·자전하면서 크메르 민족 복음화에 앞장서야 하며,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는 종교가 아닌 삶의 영향력으로, 캄보디아 최대의 영적·정신적 표상인 앙코르 와트를 믿음으로 뛰어넘을 제자를 양육해야 합니다.”

1923년 1월 첫 개신교 선교사가 입국하면서 시작된 캄보디아 개신교 역사는 곧 1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캄보디아 복음화율은 약 1%에 불과하며, 전국의 1만4천여 마을 중 82%에 교회가 없는 실정이다.

‘선교지 교회의 자신학화와 자립’을 주제로 최근 줌으로 열린 제2회 온라인 ACTS선교포럼의 발표자인 주 보디아한인선교사회(KMAC) 회장 장완익 선교사는 “진정한 교회의 자립은 경제력의 자립이나 지도력의 자치보다 스스로 복음을 전하는 자전”이라며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 방안에 대해 열정적으로 발표했다.

제2회 온라인 ACTS선교포럼 제2강
▲장완익 선교사가 발표하고 있다. ⓒ줌 영상 캡처
장 선교사는 1993년부터 2006년까지 베트남에서 13년간 사역하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캄보디아에서 사역한 현장 전문가인 동시에 선교학자로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현재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장로교 목사 선교사와 소수 캄보디아인 장로에 의해 세워진 캄보디아장로교 독노회(APCC, 전 캄보디아장로교 공의회)에서 부노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사무차장, 아시아기독교사학회(HSAC) 이사, 캄보디아교회사연구원(ICCHI) 원장, CRRC(Cambodia Research & Resource Center) 이사, 아신대학교(ACTS) 선교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날 장 선교사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조지아센트럴대학교에서 통과된 박사 논문 ‘캄보디아 개신교회사에 나타난 자립정책 연구 -캄보디아 장로교회를 배경으로’를 요약한 내용이다.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정책과 캄보디아인의 세계관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 개신교회 역사를 크게 세 시대로 구분하여 소개했다. 1923년 첫 개신교 선교사가 입국한 후 1970년 론 놀(Lon Nol)의 크메르 공화국 수립 이전까지는 미국에 본부를 둔 C&MA가 거의 전담하여 캄보디아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이들 선교사들에 의해 1948년에는 캄보디아 민족 교단인 크메르복음교회(KEC)가 설립됐다. C&MA와 크메르복음교회는 외국의 원조를 끊고 스스로 교회 사역을 시도하는 자립정책을 약 50년 동안 두 차례 실시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교회 사역자들이 급여가 나오지 않자 사역을 그만두는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크메르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캄보디아 국내 교회는 모두 문을 닫고, 캄보디아 교회 역사를 해외 난민캠프의 캄보디아 교회가 이어받게 되었다. 당시는 교회 자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다.

이후 1993년, 지금의 캄보디아 왕국이 수립되면서 특이한 점은 많은 한국인 선교사가 캄보디아 선교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장 선교사는 “현재 캄보디아 선교의 주력 세력은 캄보디아 개신교인과 1923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비한국인 선교사 그룹, 그리고 1993년부터 참여한 외국인 선교사의 국적 기준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 선교사 그룹”이라고 말했다. 장 선교사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교회는 20~30명이 출석하는 가정교회들을 포함하여 대략 3천 개 정도로 파악되며, 이중 절반은 어느 교단이나 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된 교회다. 또한 캄보디아에는 약 3천 명의 외국인 선교사가 활동하는데, 이중 약 절반은 공식, 또는 비공식 경로로 파송된 한국인 선교사로 추정하고 있다.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인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크메르 민족은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대한 크메르 제국을 건설했고, 영토는 지금의 태국, 라오스, 베트남 중남부와 말레이시아 북부 등에 이르렀다”며 “그러나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국력은 날로 약해지고, 1000년 동안 프랑스, 베트남, 태국 등의 침공을 계속 받으면서 힘 있는 사람 밑에서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이 양심과 세계관과 본능으로 다가서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는?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인 장로교인 103명,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 103명 등 총 206명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결과, 4가지 기초 변수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첫째, 캄보디아인 장로교인 대다수는 교회 자립에 어느 정도 관심과 의식이 있고, 상당수는 교회에 자립정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의 상당수도 교회 자립에 매우 관심과 의식이 있었고, 자립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둘째, 캄보디아인 장로교인의 상당수는 ‘대체로 자립을 못한다’고 응답했고,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의 상당수는 ‘거의 자립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캄보디아 장로교인 일부는 자립하고 있다는 응답한 것과 달리,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는 그러한 응답이 거의 없었다.

셋째, 캄보디아 개신교회 자립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진 이를 묻자, 캄보디아인 장로교인 상당수는 캄보디아 개신교회와 캄보디아인 교인이라고 응답하고, 일부는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선교사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의 절대다수는 같은 질문에 캄보디아 개신교회와 캄보디아인 교인이라고 응답했고, 소수가 한국인 선교사라고 응답했다.

넷째,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를 묻자, 캄보디아인 장로교인의 반 정도는 ‘캄보디아 교인의 의존성’이라고 대답했고, 한국인 선교사들의 다수는 ‘외국인 선교사의 물량주의 사역’과 ‘캄보디아인 교인의 의존성’ 등 두 가지를 응답했다.

장 선교사는 또한 캄보디아인 2명,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2명, 한국인 선교사 2명의 인터뷰를 통해 “캄보디아인 개신교인은 재정적인 자립보다 지도력의 바른 정립을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 주재 한국인 선교사가 캄보디아 개신교회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묻자, 캄보디아인 장로교인 대다수는 ‘교회 개척과 건축’, ‘목회 사역 및 지도자 훈련’, ‘신학교육 사역’이라고 응답했지만, ‘어느 분야에도 기여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한국인 장로교 선교사들도 대다수 ‘지도자 훈련’과 ‘신학교육 사역’ 및 ‘교회 개척과 건축’, ‘목회 사역’이라고 응답하고, 소수는 어느 분야에도 기여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고 장 선교사는 설명했다.

제2회 온라인 ACTS선교포럼 제2강
▲김한성 ACTS 교수가 포럼 사회를 맡았다. ⓒ줌 영상 캡처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자립을 돕는 방안은?

장완익 선교사는 캄보디아 개신교회 자립정책과 관련해 우선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속한 모든 교회 지도자와 선교사가 정기적인 교류와 국내외적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 선교사는 “2023년 1월 27~28일은 캄보디아 개신교 100주년 기념일인데, 그전까지 각종 자료 취합과 통계, 분석이 이뤄지면 그 의미는 훨씬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 개신교회가 따를 자립교회의 모델은 현재 지상에 존재하는 제도적 교회나 국가가 지도하는 교회, 건물이 앞장서는 교회가 아니라 신약성경에 나와 있는 초대교회와 같은 가정교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주후 300년경까지 존재한 이때의 교회는 건물이나 조직이 갖춰지지 않았으나 온전히 자립하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지상명령을 따르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셋째, 그는 “캄보디아에서의 바람직한 교회 개척자는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보다 캄보디아인 교회 지도자나 사역자가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가 교회를 설립한 후 캄보디아인 교회 지도자가 그 지도력을 이어받아 자립을 이룬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는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와 캄보디아인 교회 지도자와의 논리적, 경험적 사고와 재정적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며, 성경적 자립 원리와 캄보디아인의 세계관을 근거로 했을 때도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와 한국인 선교사 가운데 교회당을 먼저 건축하고, 캄보디아인 교회 지도자나 사역자에게 재정을 정기적으로 지원하여 교회를 유지하는 사례에 대해 “이는 성경에 나와 있지 않은 사역 형태이며, 향후 지도력 이양과 자립에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 개신교회는 캄보디아인이 지도력을 갖는 민족 교회에 해당돼야 하며, 토착적이고 자립하는 교회가 마땅하다”며 “캄보디아에 첫 개신교 선교사가 입국한 지 98년인데도, 일부 교단과 교파의 지도력을 외국인 선교사가 갖는 것은 경제적 자립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그는 캄보디아 개신교회 자립을 위해 △일찍이 힌두교와 소승불교를 받아들였고, 2천 년간 왕을 중심으로 한 캄보디아인의 전통적 세계관이 성경적 세계관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선교사들은 심성과 정신, 영적인 면이 변화되는 사역에 힘써야 하며 △1975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캄보디아인들 가운데 미국에 정착한 캄보디아인 개신교인 디아스포라 교회를 활용하며 △4만여 명의 한국 체류 캄보디아인을 전도하면, 이들이 귀국 후 캄보디아 개신교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는 캄보디아인 교회 지도자나 사역자와 정신적, 문화적 눈높이를 최대한 비슷하게 갖고, 그들이 온정주의나 물량주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국인 선교사는 캄보디아인을 대상으로 개인적 차원의 교회사역보다 선교사가 속한 교단이나 선교단체를 통한 연합 차원의 교회사역을 지향하고, 주 캄보디아한인선교사회를 통해 캄보디아 개신교회 및 캄보디아 주재 비한국인 선교사 그룹과 소통을 노력하고 연구개발 사역을 하여 캄보디아 개신교회 자립정책에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캄보디아 교회 지도자 및 사역자에 교회 지도자를 이양하고 이들에게 정기적 재정 지원을 중단하며, 더 많은 대화를 통한 공동 관심사 개발과 상호 이해의 폭 확장, 교회사역의 중장기 계획을 함께 세워 교회 자립의 공동책무와 동역의 의미가 깊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종교가 아닌 삶으로 영향력을 미쳐야

장완익 선교사는 결론적으로 “한국인 선교사를 포함한,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는 캄보디아의 역사 문화적인 면, 영적인 면, 정신적인 면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캄보디아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견지해야 한다”며 캄보디아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캄보디아인 교인과 사역자, 이웃을 구제하고 지원하는 일은 대부분 열매 맺지 못하고, 거꾸로 면역성만 키우고 복음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많이 보았다”며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물량적으로 구제하고 지원하는 온정주의는 결국은 교회 자립을 어렵게 만든다”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장 선교사는 “캄보디아 최대의 영적, 정신적 표상인 앙코르 와트를 믿음으로 뛰어넘을 제자를 세우느냐에 캄보디아 개신교회의 진정한 자립의 결과가 달려 있을 것”이라며 “캄보디아 주재 외국인 선교사는 종교가 아닌 삶의 영향력으로 제자를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크메르복음교회와 C&MA, 캄보디아장로교 독노회 등이 한자리에서 교회 자립에 대한 주제로 실무적 대화를 나누며 캄보디아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고 △주 캄보디아한인선교사회의 연구개발 사역을 시작하고 △144개 지교회가 소속된 캄보디아장로교 독노회(APCC) 차원의 자립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며 △캄보디아교회사연구원(ICCH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김한성 ACTS 교수(네팔선교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교회와 선교사님들에게 선교 지식적 도움을 주기 위해 1학기에 이어 두 번째 선교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귀한 연구 내용이 공유되고, 함께 의논하다 보면 한국교회와 선교사님들이 좀 더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