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15일(현지시간) 사망자가 최소 724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2,800여 명에 달한다고 아이티 재난당국이 밝혔다.
이번 지진은 14일 오전 8시 29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25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km로, 아이티 전역과 도미니카공화국,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아이티 소방당국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으나, 계속된 여진으로 인한 추가 건물 붕괴의 위험과 산사태 발생으로 도로가 막혀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16~17일에는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로 아이티에 집중 호우가 예상에 구조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100여 년간 프랑스 식민지로 있다가 1804년 독립한 아이티는 독재, 쿠데타, 폭동 등으로 치안 불안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날 빈곤율이 60%에 이르는 극빈국이다.
2010년에는 포르토프랭스 부근 7.0 지진으로 최소 25만 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1만 명 가까이 사망했다.
2015년에는 대선 무효 사태를 겪고,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정국은 계속 혼란 상태를 보였다. 야당은 올해 모이즈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끝났다며 사임을 요구하고, 대통령은 임기 첫해 임시정부가 점령했다며 퇴임을 거부하는 가운데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월 모이즈 대통령은 사저에서 괴한들에 피살됐다.
대통령 공백과 정국 불안, 코로나 확산 등에 몸값을 노린 갱단의 납치와 강간, 살해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수도 인근도시 과다부께 교도소에서 아이티 최대 갱단 두목을 비롯한 400여 명의 탈옥사건이 발생했다. 3월에는 코로나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목적이 아니라,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범들로부터 학생과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발생한 강진으로 아이티는 다시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진 발생 이후 한 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