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내 현 선교사 4명 중 1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교사 은퇴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선교사의 23.6%가 60대 이상으로, 한국선교를 이끈 1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곧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선교사를 위한 통합적 지원 사역을 해 온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KWMCF)은 지난 23일 선교사복지정보상담센터를 개설하여 선교사들이 은퇴 후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사회복지 시스템을 소개하고, 기초생활 보장, 복지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교사복지정보상담센터 원장 최윤선 선교사는 “해외에 수십 년 계셨던 선교사님들에게는 한국의 사회복지 개념이 생소하고, 매년 변하는 사회복지 제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사님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수년 전 AX국에서 비자발적 철수 후 국내에서 귀국 선교사 정착 및 사역 전환, 사회복지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상황에서 사역지로 복귀가 쉽지 않은 선교사들도 사회복지 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최 선교사는 “선교사 가족이 당장 머물 곳이 없어 전세 대출을 알아보거나 근로장려금, 임대주택,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 지원 신청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며 “그렇게 많았던 선교대회나 선교세미나, 선교훈련, 선교전략대회 등에서도 사회복지 관련 정보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선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교사가 한국에 오면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수준인데, 아무도 이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오래전 선교지로 나가면서 부모님과 세대 분리를 하지 않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선교사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을 몰라서 못 받는 선배 선교사님들이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며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신청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신다”고 했다.
최윤선 선교사는 “저는 AX국에서 캐리어 2개를 들고 급히 철수한 후 어떻게 집을 구하고 살아갈지, 또 한국에 들어오니 후원이 거의 없어지고 건강도 안 좋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한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며 자신과 또 다른 귀국 선교사들의 복지를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밝혔다.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사람이 은퇴 후 받는 4가지 고통은 빈곤, 질병, 고독, 무위(일거리)라고 했다. 최 선교사는 “제일 중요한 것은 은퇴 후 상실감이 가장 힘들다”며 “은퇴선교사들이 집, 생활비, 일거리가 없는 문제도 있지만, 선교사로서 정체성에 대한 상실이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감안하여 상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외국에서도 은퇴 시 고려할 4가지로 ①은퇴하면 어디에 살 것인가 ②재정이 충분한가 ③무엇을 할 것인가 ④친구가 있는가를 꼽는다며 “일단 귀국하면 후원비가 거의 없어지므로, 국민연금보험, 저축,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계획을 지금부터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친구’”라며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친구가 없으면 힘들다. 주변 선교사 친구들, 목회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외지 집으로 들어가면 고립되기 쉽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로 나뉜다. 최윤선 선교사는 “공공부조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제공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기초수급대상자, 차상위계층이 있다”며 “내가 돈을 내지 않고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이 있다”며 “국민연금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눈여겨보고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며, 국민연금보험은 부부가 같이 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서비스는 아동,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인,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것으로, 귀국 선교사의 역량으로 사회서비스를 활용하여 다문화 가정 등을 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선교사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으면 국가에 부담이 되니 할 수 없다는 분들이 계신다”며 “중요한 것은 본인이 선택해야 하며,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절대 누가 대신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세 자녀를 데리고 C국에서 귀국한 선교사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했다. “이 선교사님은 ○○구에서 긴급주거지원비를 3개월간 받았고 월세 집을 구해 정착했다”며 “제 코칭 덕분에 여기저기 복지에 관해 문의하고 도움을 받게 됐다면서, 특히 이러한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어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윤선 선교사는 “청춘을 선교지에서 다 쓴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들어와 잘 정착해서 하나님의 영광의 자리에 함께 있고,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선교로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며 “선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혜택받는 사례 등을 공유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교사복지정보상담센터는 홈페이지(www,easyhb.net/issa/mcare)에서 사회복지 제도를 소개하고 메일, 카카오톡으로 선교사들의 상황에 따라 상설 개별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