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문화권 선교를 위하여 상황화가 필요한 가운데 텍스트와 컨텍스트, 즉 하나님의 말씀과 문화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도의 많은 사람이 복음을 문화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대한 입장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인도에서 사역하였던 서양 선교사들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인도 사람들이 자신의 카스트 그룹을 떠나서 서양의 생활양식을 따르도록 가르치는 경향이 강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문화를 무시하게 되고, 반대로 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복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서양의 선교사들이 근대선교를 감당하면서 복음을 전할 때 마치 서양의 문화가 복음적인 것으로 전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교회에서는 복음과 문화를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된 적용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였는데요. 그 중에 한 예가 '경건한 입맞춤'입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26절에서 "거룩한 입맞춤(a holy kiss)으로 모든 형제에게 문안하라"고 부탁하고 있는데요. 중동 지역에서는 남자들끼리 진한 입맞춤을 하는 것이 그들의 인사법이기에 그 당시 그 지역의 문화에 적당한 부탁이었습니다.
몇 년 전, 북인도선교회 이사회에서 인도의 아지메르라고 하는 도시의 서양 선교사가 세운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이 교회에서는 아직도 1년에 세 차례 이 말씀을 지키고 있는데요. 즉 새해, 부활절, 성탄절 예배가 끝나고 나가는 성도들을 일일이 목회자가 볼키스를 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도시화와 서양화가 이뤄진 상황에서는 용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인도 교회의 목회자는 이 말씀을 절대적으로 순종해서 예배가 끝날 때마다 모든 여성 성도에게 일일이 입맞춤을 하다가 불륜을 일으켜서 교회가 무너지게 한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순종해야 할 수많은 말씀 중에서 하필 '거룩한 입맞춤'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거룩한 입맞춤과 신체적인 입맞춤을 구별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반대로 문화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하나님의 창조를 강조합니다. 하나님이 만물을 선하게 창조하셨으므로 모든 문화는 거룩한 것이며, 그 속에 '복음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예수 박타 운동'을 하는 그룹은 스스로 교회가 없는 기독교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교회가 서양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힌두교의 종교지도자인 사두와 같은 주황색의 복장을 하고, 쌋쌍이라고 하는 힌두교식의 예배형태를 따르기도 합니다. 멀리서 보면 사두인지 사도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서양의 문물을 적대시하던 힌두교인들도 이러한 예배의 형태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석하면서 주님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예수 박타 운동을 통해서 많은 상층 카스트들이 주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에 맞춰서 복음을 전하면서 예수님의 유일성과 절대성이 훼손되고, 마치 예수님이 많은 신 중 한 분인 것처럼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적인 색깔에 맞춰서 복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형태로 받아들여진다면 바로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루대학교의 한 크리스천은 대학원 과정으로 시골 지역에 리서치를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곳에 유명한 불교신전이 있었습니다. 많은 힌두 학생이 자연스럽게 부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크리스천 청년도 부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브라이트 선교사가 잠시 당황하면서 "왜 부처에게 기도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뭐가 문제냐?"고 답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많은 기독교인이 어떤 마음과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의 문화는 종교와 구별된 별도의 생활양식이 아니라 종교의 범주 속에 서로 얽혀서 구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많은 신 중 한 분이 아니라 오직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유일하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기 때문입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