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호주에서는 작년 9월부터 5개월간 이어진 산불로 최소 29명이 사망하고, 1,000만 헥타르(10만㎢)가 잿더미로 변했다. ⓒ위키미디어
지금 세계는 극단적인 이상기온과 그로 말미암는 자연재해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부터 호주의 남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은 2020년 1월 중순까지 남한 면적의 삼림을 태우고, 하늘에서 비가 내려 어느 정도 진화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악마의 화염 토네이도'라는 별명을 붙였는데요. 야생동물이 10억 마리 이상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그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불에 타는 땅을 짚고 도망가다가 화상을 입은 코알라의 사진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유럽에서 유명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2019년 말부터 물난리가 났다가 2020년 초에는 수로의 바닥이 드러나는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상징 '곤돌라'도 운행을 멈추고 말았는데요. 곤돌라는 관광객들의 운송수단뿐만 아니라 환자 이송 같은 비상운송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로가 드러나는 가뭄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인도는 2019년 말 118년 만에 두 번째로 추운 날씨가 강타하여 길에서 잠을 자던 노숙자들이 여러 명 죽고 휴교령이 내리는 등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원인 모를 폐렴으로 2003년에 있었던 사스의 기억으로 많은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2003년 사스로 5,328명이 감염되어 349명이 죽음에 이르는 공포스러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극단적인 자연재해를 보면서 성경에 나오는 말세지말(末世之末)의 상황인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해 힌두교에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을까요? 힌두교에서는 시대라는 의미를 가진 '유가'라는 말로 네 개의 유가를 언급하는데요. 현재는 마지막 시대인 '깔리 유가'(Kali Yuga)에 속합니다. '깔리'라는 말은 '검은색'을 의미하는데요. 마지막 시대인 깔리 유가는 죄악으로 가득 찬 어두운 시대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개의 유가는 시대가 바뀔수록 그 시대에 속한 시간의 길이가 반감됩니다. 시간의 길이가 반감되면서 인간의 죄가 더욱 범람하고 인간의 도덕성도 전 시대보다 반감되고, 인간의 수명도 전 시대보다 반감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점점 심판의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짧아지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심판하는 신은 보존의 신 '비쉬누'와 파괴의 신 '쉬바'가 있습니다. 비쉬누는 네 개의 시대에서 총 10번을 환생해서 이 세상에 오게 됩니다. 대부분 구원자의 모습으로 오지만, 깔리 유가 때 비쉬누의 마지막 아바타의 모습으로 올 때는 심판과 파괴의 신인 '깔까'로 오게 됩니다. 특별히 백마를 타고 환생을 한 수많은 의인을 대동하고 온다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파괴의 신 쉬바는 이마에 있는 제3의 눈을 뜨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앞에서 사라지는 멸망을 당하게 된다고 묘사합니다. 이러한 신의 심판은 우주의 생성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 우주가 탄생, 성장, 퇴락의 과정을 거치면서 멸망할 때는 한 점이 됐다가 다시 회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우주의 팽창을 맞이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시대의 개념은 우주의 생성과정을 말하는 철학적 사유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됩니다.

힌두교의 발전 과정 중에 뿌라나 시기는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천 년의 시간을 의미하는데요. 이 시기에 수많은 서사시와 경전이 나와서 자신들이 섬기는 신들의 위대함을 표현합니다. 뿌라나는 '오래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수많은 옛날이야기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그중에 보존의 신 비쉬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비쉬누 뿌라나라는 경전이 있는데요. 비쉬누 뿌라나는 마지막 시대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비쉬누 뿌라나에 의하면, 마지막 시대인 깔리 유가에는 사회적 지위는 성취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재산의 소유에 의해 결정되며, 물질적인 부가 미덕이 되는 물질만능주의의 시대를 맞이하며, 부부 사이는 오직 욕망과 사치로 연합하게 되며, 성공의 조건은 허위와 거짓말에 기초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종교는 진리를 밝혀주는 등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상적이고, 공허한 의식을 행하며, 영적인 혼돈을 가져오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인간관계는 깨지고, 이 세상은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고통받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힌두교의 말세지말의 묘사가 오늘날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호주를 불태우고 있는 악마의 화염 토네이도를 바라보면서 세상의 마지막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요?(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