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CEO가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레이몬드 코 목사에 대한 청원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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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폴리 목사와 에릭 폴리 목사가 청원서를 대사관 측에 전달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3년 전 발생한 레이몬드 코(Raymond Koh) 목사 납치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정보 공개 및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코 목사를 위해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펼쳐온 한국 VOM은 지난 16일 800여 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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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코 목사.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VOM은 "우리는 레이몬드 목사의 동료 기독교인으로서, 레이몬드 목사의 강제 실종과 경찰 특수부의 개입과 관련된 정보 일체를 공개할 것을 말레이시아 정부에 요청한다"며 "레이몬드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과 안전한 귀환을 요구하며, 코 목사 실종에 관여한 장본인들은 비인간적인 범죄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는 이날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한 후 대사관 측이 이 사건에 대해 함께 염려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폴리 대표는 "고통받는 코 목사의 아내와 가족들을 위해 대사관에 코 목사 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와 소재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며 "대사관 측은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투명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으며, 코 목사의 실종에 대해 조사해 온 정부의 태스크포스팀이 곧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 목사 납치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한국 VOM은 지속적으로 말레이시아 대사관과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도로에서 운전을 하던 중 검은색 SUV 3대에 포위된 후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납치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은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가 코 목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역의 주택을 일일이 방문하여 직접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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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방한한 레이몬드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가 남편의 실종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수잔나 사모가 처음 경찰서에 남편의 실종 신고를 하러 갔을 때, 경찰은 코 목사가 무슬림에게 기독교로 개종을 권유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우리는 보통 말레이시아를 온건한 무슬림 국가로 여기지만, 이슬람법을 더 강력하게 지키자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당국은 코 목사가 납치된 사실보다 코 목사가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더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한국교회 기독교인은 히브리서 13장 3절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 받는 자를 생각하라'는 말씀을 기억하여 코 목사 가족을 지지하고 그들과 결속하여 코 목사의 목소리가 침묵 속에 묻히게 방관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자선 단체인 하라판 코무니티(Harapan Komuniti, 희망의 공동체)를 운영하며 미혼모, 어린이, 마약 중독자, 에이즈 환자 등을 돌보았다. 2011년 이 단체가 주관한 저녁 식사 자리에 셀랑고르 주 이슬람 부서 직원 30여 명이 난입해 참석자 전원의 사진을 촬영해간 후 코 목사 부부는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당했으며, 정체 모를 흰 가루나 총알이 든 상자를 받기도 했다. 2018년 5월 샴쟈니 모하마드 다드(Shamzaini Mohamed Daud) 경사는 경찰 내부 비리를 고발하며 말레이시아 공안부가 코 목사 실종에 연루돼 있다고 폭로했다가, 같은 달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는 현재 코 목사 실종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