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목사를 위해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펼쳐온 한국 VOM은 지난 16일 800여 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했다.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는 이날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한 후 대사관 측이 이 사건에 대해 함께 염려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폴리 대표는 "고통받는 코 목사의 아내와 가족들을 위해 대사관에 코 목사 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와 소재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며 "대사관 측은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투명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으며, 코 목사의 실종에 대해 조사해 온 정부의 태스크포스팀이 곧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 목사 납치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한국 VOM은 지속적으로 말레이시아 대사관과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도로에서 운전을 하던 중 검은색 SUV 3대에 포위된 후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납치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은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가 코 목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역의 주택을 일일이 방문하여 직접 확보했다.
이어 "우리 한국교회 기독교인은 히브리서 13장 3절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 받는 자를 생각하라'는 말씀을 기억하여 코 목사 가족을 지지하고 그들과 결속하여 코 목사의 목소리가 침묵 속에 묻히게 방관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자선 단체인 하라판 코무니티(Harapan Komuniti, 희망의 공동체)를 운영하며 미혼모, 어린이, 마약 중독자, 에이즈 환자 등을 돌보았다. 2011년 이 단체가 주관한 저녁 식사 자리에 셀랑고르 주 이슬람 부서 직원 30여 명이 난입해 참석자 전원의 사진을 촬영해간 후 코 목사 부부는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당했으며, 정체 모를 흰 가루나 총알이 든 상자를 받기도 했다. 2018년 5월 샴쟈니 모하마드 다드(Shamzaini Mohamed Daud) 경사는 경찰 내부 비리를 고발하며 말레이시아 공안부가 코 목사 실종에 연루돼 있다고 폭로했다가, 같은 달 자신의 주장을 번복했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는 현재 코 목사 실종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