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지도자를 양성을 위해 올해 신설된 숭실대통일아카데미(원장 조요셉 초빙교수) 초청강사로 나선 태영호 전 공사는 26일 저녁 숭실대 형남공학관에서 열린 오픈강의에서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만일 우리가 (북한에) 교회당을 한 개라도 더 건설하고 기독교의 자유를 조금씩 허용해나간다면 북한을 다원화된 사회로 만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통일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히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반이 된 태 전 공사는 강의에 앞서 "평균 한 달에 교회 강연을 3~4곳을 가는데, 교회에 갈 때마다 목사님들이 성경책을 주며 꼭 읽어보라고 하셔서 읽어본다"며 "제게는 아직 성경이 대단히 힘들다. 북한에서 쓰지 않는 말도 너무 많아 핸드폰으로 찾아보면서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는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며 성경 읽는 것이 힘들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하룻밤에 읽는 만화 성경'을 가져와 새벽 3시까지 신구약을 다 읽었다. 만화책을 읽으며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강의 중에는 "북한에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 유물론적 사고방식을 배웠기 때문에 성경책을 읽어봐도 아직까지도 내가 교인이다 할 수 없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안 가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날 북한의 기독교 탄압정책과 최근 일어나는 움직임에 대해 언급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작년 성탄절 때 당국이 직접 제작한 성탄 영상을 우리나라 개신교와 가톨릭 공동단체에 보내온 데 대해 "북한이 지금에서야 이 영상을 보내는 등 의도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할 때는, 항상 근저에 내부 사정이 상당히 어려워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북한은 사정이 어려워지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첫 번째 출구로 교인들의 마음부터 사려고 한다. 그러나 사정이 좋아지면 금방 (이 일을) 하지 않는 패턴이 있음을 사전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공산국가들은 종교를 '탄압'했다면, 북한은 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펴 왔음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종교의 힘을 알고 있으며 정치구조, 운용방식 등을 기독교에서 많이 벤치마킹해 왔다"며 "기독교를 북한에서 말살해야 인간인 김일성이 하늘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으므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종교 말살 정책을 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 탄압은 법률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주고 교회당과 목사 등 종교 구조는 그대로 두지만 종교의 정상적 전파, 확대는 억제하고 간섭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종교 말살은 교회당 자체를 다 허물어버리고 목사들은 처형하거나 내쫓아 물리적으로 종교 자체를 없애버린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교회당을 모두 허물었고, 1970년대 말에는 김일성이 북한에서 종교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선포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종교 말살, 탄압은 미국이 꾸며낸 것으로 책임을 돌리기 위해 북한은 평양 등 큰 도시에 열 개의 교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봉수교회, 칠골교회 두 개를 짓고 멈췄다"며 "봉수교회를 시범적으로 지으며 과도기로 정하고, 북한 당국이 교회당의 통제가 가능한가를 먼저 시험했는데 종교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광복 이후 당시 20~25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분명 이전 신자가 있을 것으로 봤다. 국가 보위부가 잠복하여 보니 일요일 예배 시간만 되면 교회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나이 든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며 "그 중에서 몇 사람을 잡아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하고 솔직히 말하라고 하니 '아직 하나님을 믿는다'고 시인했고, 봉수교회도 김일성이 지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하나님께 기도하고 믿어서 하나님이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 숭실대통일아카데미는 3월 5일부터 6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숭실대 형남공학관에서 진행한다. 오는 5월 14일에는 무기형 선고를 받고 북한에 노동교화소에서 31개월 동안 복역하던 임현수 캐나다 큰빛교회 원로목사를 초청해 '복음통일과 한국교회'에 대해 오픈강의(02-828-7076, www.ccul.kr)를 진행한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