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청소용역회사인 서비스마스터의 전 CEO였던 윌리엄 폴라드(C. William Pollard)는 “하나님이 주인이시며 우리는 청지기일 뿐이다. 예수님을 따르기로 한 날부터 내 목표는 내 삶을 잘 투자해 주인이신 하나님께 이윤을 남겨 드리는 것이다. 하나님은 내가 잠시 맡은 재능과 재물의 충성스럽고 생산적인 청지기가 되기를 원하신다”고 고백하였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시고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셨다. 이로써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이 세상을 다스리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기독교적 경영에 있어서 책임의 원리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여 이해관계자 전체의 기대에 부응하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책임의 원리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주어진 책임과 소명을 다하여 우리 조직과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원리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인간은 하나님께 위임받은 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달란트의 비유에서도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맡긴 달란트와 주인이 돌아와서 종들과 회계하는 행위 속에는 책임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기업의 소유와 주권과 목적은 책임의식에 근거해야 비로소 올바른 방향이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책임은 크게 보면 법적 책임, 경제적 책임, 사회적 책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준법정신과 윤리경영을 체질화
첫째, 기업의 법적 책임은 제반 관련법을 준수함으로써 사회와 국가가 정한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관련 법규 준수, 세금 납부, 회계 투명성 등에서 정확하고 철저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업과 사람을 맡기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윤리적이고 합법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돌볼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최근의 경영환경은 단순한 수동적 법규 준수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법규 준수와 윤리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말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금융인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에서도 인간은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기 위해 탑을 쌓다가 심판을 받았듯이, 서브프라임 사건에서도 최고의 금융엘리트들이 재물에 대한 탐욕에 눈이 어두워 현대판 바벨탑을 쌓았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인간의 탐욕과 비윤리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국내외적으로 분식회계를 둘러싼 회계부정 스캔들이 계속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갈수록 투명하고 정직한 회계정보의 필요성은 증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식회계 내지 탈세의 유혹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생존의 긴급성과 절박함이 강한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비윤리적 유혹에 더욱 강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법규 준수를 해야 하지만 단순히 법규에서 정하는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윤리적으로 행동하며 옳은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금융위기의 본질도 결국은 도덕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도 자세히 살펴보면 출발은 윤리적 문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생하는 대기업 문제도 결국은 대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임직원들의 윤리 문제가 핵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법규준수와 윤리경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뉴욕 타임즈의 토마스 프리드만은 그의 칼럼에서 “인간 행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어 장치는 경찰관이나 울타리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와 문화다”라고 설명하였다. 기업은 단순한 법규 준수에 그치지 말고 윤리, 도덕성, 책임감 등으로 구성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렴한 기업문화가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원이자 토대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조직 내 윤리적 행위나 법규준수에 대한 경영자의 지속적이고 절대적인 헌신도 중요하다. 경영진이 윤리 및 준법경영의 가치를 신봉하고, 자신의 자발적 행동으로 이를 강화시켜 나간다면 부하 직원들도 따르게 되고 윤리와 준법 준수는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될 것이다.
고객가치와 고객만족을 통한 이윤창출
둘째, 기업의 경제적 책임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좋은 상품을 생산 판매하며,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등 경제 주체로서의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자원을 사용할 때 세상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고객과 사회로부터 기대되는 바람직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율성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 사용을 절감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효과성은 올바르게 설정된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가에 관한 개념이다. 즉 효과성(effectiveness)은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는 정도를 말한다면, 효율성(efficiency)은 투입량에 대한 산출량의 비율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효과성을 위해서는 고객니즈 변화나 기술혁신, 그리고 사회트렌드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진정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세계적 기업 애플은 초창기에 창조와 혁신을 강점으로 효과성에 집중하여 성공한 뒤, 나중에 효율성을 장착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CEO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결국 애플은 효과성을 통해 시장개척과 급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서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보다 높은 수익성을 실현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기업이 계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윤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윤 창출은 바로 고객가치와 고객만족의 실현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기업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이야말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매기고 경제적 자원을 부로, 자원을 제품으로 바꾸는 유일한 객체이다. 기업의 목적은 단 하나,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업은 어떠한 역량을 가져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 즉 시장예측과 분석능력이다. 왜냐하면 기업 자신과 경쟁자를 알기 전에 무엇보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일의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먼저 시장수요와 고객욕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함으로써 고객욕구에 대한 감지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윤리, 사회봉사활동, 기부와 같은 행위를 통해서 기업이 사회에 적절한 이윤의 환원활동을 함으로써 대사회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는 것을 말한다. 경영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인 주주, 종업원, 고객, 협력사, 정부, 지역사회 등에 대한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와 행동을 의미한다. 즉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의 행위를 말한다. 기업은 법적 책임을 다하고 전략적 경영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책임성 있는 자세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1851년 뉴욕에서 약국으로 시작한 화장품기업 키엘(Kiehl's)은 화학성분을 배제한 친환경 제품으로 성장하였다. 키엘은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철저히 제품의 품질과 모범적인 서비스로 고객 편에 서서 기업을 운영하였다. 최상의 성분으로 정직하게 제조하고, 광고보다는 손님의 입소문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며, 구매 전 반드시 샘플을 사용하게 한다. 특히 키엘은 사회공헌에 앞장섰는데 에이즈 퇴치, 교육, 환경, 아동인권 등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이러한 키엘의 정신은 ‘기업의 이윤은 그 기업이 속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라는 기업철학에 잘 나타나 있으며, 현 CEO인 크리스 살가도도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법이다’라고 말하였다.
최근 마케팅 영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 내지 선한 소비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소비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와 영향력을 일으키는 것으로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기업에게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수반된다. 따라서 이제는 각 기업의 수준과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책임활동의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모든 임직원들이 공유하고 실천해나가야겠다.
책임을 다함으로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해야
경영학에서는 고전적으로 기업의 목적을 ‘기업은 영속하는 것(going concern)’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기업은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존재하는 생명을 가진 조직체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계속적인 존재로 영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이 감당해야 할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이윤창출이라는 경제적 책임도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성경에서도 인간은 하나님께 위임받은 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달란트의 비유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적 책임의식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한국사회 전반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핵심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해진 법규와 규칙을 준수하고 부정한 청탁과 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법규와 규제의 준수라는 소극적,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기업의 책임을 다할 것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책임의 원리를 다하는 청지기들에게 주님은 마태복음 25장 21절에서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도 주님은 책임을 다하는 크리스천 경영자와 성도들에게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 수 있는 은혜와 특권을 허락하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겠다.(끝)
정연승(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기독경영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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