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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경영을 논의할 때 대전제들이 있는데 하나님의 주권사상, 하나님 나라,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등이 그러한 예이다. 기업은 하나님의 소유이며 그분의 주권이 기업 세계 위에 임해야 한다. 기업경영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어야 한다. 기업에 속한 구성원이 주님을 영접하게 하는 것, 하나님의 뜻대로 기업경영을 수행하는 것, 기업경영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그리고 기업을 통한 선교를 하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할 것이다. 기독경영의 대전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청지기 정신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독경영의 대전제를 바탕으로 기독경영의 실행을 위한 성경적 원리의 도출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독경영의 대전제를 따라 배종석 외(2010)에서는 창조(Creation), 책임(Accountability), 배려(Benevolence), 공의(Justice), 그리고 신뢰(Trust) 등 다섯 가지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각 원리의 영어단어 첫 글자를 모아서 이를 ‘JusT ABC’로 표현하였다. 2017년 여기에 새롭게 안식(Sabbath)의 원리를 더하였다. 

성경에서 도출한 기독경영의 핵심원리

창조
하나님께서는 창세기에서 문화명령을 통해 우리에게 ‘창조사역’에 동참할 것을 명하셨다. 창조의 원리란 ‘하나님의 창조의 동역자로서 가치 창출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원리’이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이다. 기업은 창조의 주체이자 단위 조직이므로 창조원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창조 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목적지향(purpose-driven), 주인의식(ownership), 그리고 혁신성(innovativeness)이다. 목적지향이란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맞게 합당하고 명확한 비전과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이다(창 1:18, 고전 10:31). 주인의식은 조직 리더와 구성원들이 조직의 일원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역량개발에 힘쓰는 것이다(창 1:28, 갈 4:7). 혁신성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창1:27, 엡5:16).

책임
우리는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책임의 원리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여 이해관계자 전체의 기대에 부응하는 원리’를 말한다. 달란트 비유(마 25:14~30)에서처럼 위임을 맡은 자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완수하고 이를 주인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기업을 내 것이라 여기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방만하고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경영하고 있다면 책임의 원리를 실행하지 않는 것이다. 책임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준법(compliance), 지속가능(sustainability), 그리고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다. 준법이란 법적, 윤리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행위를 함에 있어 관련 법규를 철저히 지키며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은 경제적 책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객가치를 제공하여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통해 건전한 기업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배려
사랑과 용서는 하나님의 중요한 성품이다. 기독경영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사랑을 베풀고 섬기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배려의 원리’라 한다. 배려의 원리란 ‘하나님의 사랑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섬기는 원리’를 말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타고나서 남을 위한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과 선행, 온유와 관용이라는 배려의 원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기독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배려의 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포용(embracement), 호혜(reciprocity), 그리고 나눔(sharing)이다. 포용이란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감싸주며, 관대함을 보이는 것이다(잠 10:12). 호혜란 조직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상호협력하며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다(눅 6:31). 나눔은 기업의 자원, 수익을 사회의 필요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것이다(신 10:18).

공의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는 말씀(아모스 5:24)처럼 하나님은 경제, 사회,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정의가 지켜질 것을 원하고 계신다. 공의의 원리는 ‘하나님의 의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원리’다. 기독경영이 공의의 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펼치시는 하나님의 속성 때문이다(사 30:18). 기업 내에서 불의가 횡행하고, 불의한 자들과 손잡는 경영은 공의의 원리를 실행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공의 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형평(equity), 평등(equality), 그리고 공평(impartiality)이다. 형평은 자신의 능력, 노력, 성과 등에 상응하는 대가를 인정하는 것이다. 평등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태어난 귀중한 존재이므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평은 사회와 개인의 편견과 치우침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와 행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
신뢰는 대부분 기업이 내세우는 핵심가치지만, 정작 신뢰를 얻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단 3:18)’라는 믿음의 고백을 경영현장에서도 드러내는 것이 기독경영의 실천이다. 신뢰의 원리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거짓 없이 행하여 이해관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원리’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근거는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의 말씀과 이루실 일에 있어 신실하시기 때문이다. 아무리 앞의 원리들을 잘 실행한다 하더라도 그 속에 진실되고 정직하며 일관성 있는 신뢰의 원리가 깔려 있지 않으면 기독경영을 온전히 한다고 할 수 없다.  신뢰 원리의 구성요소는 진실(trustfulness), 투명(transparency), 그리고 일관(consistency)이다. 진실이란 하나님으로 부르심을 받은 일에 거짓됨이 없이 합당하게 행하는 것이다(엡 4:1, 잠 11:1). 투명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어떤 것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딤후 5:25). 일관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히 13:8, 6:11).

안식
bc1.jpg히브리어 메누하(menuba)는 충만한 휴식 혹은 몸과 마음이 평안을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시 23:2). 안식의 원리란 ‘하나님이 주신 영적, 정서적, 육체적 쉼과 평안을 누리는 원리’다. 아무리 앞의 원리들을 잘 적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식이 없는 경영은 진정한 기독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안식의 구성요소는 영혼의 풍요(fullness of soul), 그침과 쉼(finish and rest), 그리고 관계의 누림(enjoyment in relationship)이다. 영혼의 풍요란 마음의 평안과 영원의 맛을 누리는 것이다. 그침과 쉼은 일에서 벗어나 정서적, 육체적 휴식을 누리는 것이다. 관계의 누림이란 일, 직장, 공동체, 가정 속에서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다. 안식은 단순히 활동을 멈추고 다음날을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창조를 즐기고 감사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적극적인 의미이며 안식을 통해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6가지 기독경영의 원리를 적용하여 기업경영에 힘쓰는 크리스천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철(기독경영연구원장,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