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전도팀 선배는 사람을 낚는 훌륭한 ‘어부’였다. 권준호 용인 송전교회 목사(47)는 선배로부터 전도를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에 영혼을 살려야 한다는 눈물은 별로 없이 습관처럼 전도했다. 송전교회에 부임한 후에도 10년은 의무로 전도했다. 물론, 전도할 때 가슴이 뛰기는 했다고 한다. 자신은 전도 안 하면 안 되는 목사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전도해야 하는 분명한 동기를 찾지 못했었다. 하나님의 꿈과 생명을 살려야 할 이유, 곧 전도에 대한 동기가 크게 깨달아졌던 때는 2014년 제자훈련 교재를 준비하면서였다. “먼저는 전도를 꾸준히 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깨달아지고, 마음이 확 뚫렸습니다. 제 머리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는데 하나님이 발견하게 하신 거죠. 그 내용이 제자훈련 마지막 코스에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열리면 인생을 보는 눈이 바뀝니다.”
전도달란트시장에 모인 사람들. 사진=송전교회
모든 전도, 제자훈련 프로그램은 교회에 맞게 재구성
송전교회의 영혼구원과 양육, 제자화 단계는 일 년 내내 숨 가쁘게 돌아간다. 새가족 공부부터 쉬지 않고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1년은 꼬박 걸린다. 보통 제자화 단계에서 재수강(?)도 하기 때문에 총 2~3년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믿음이 있는 상태로 주일에 등록한 ‘새가족’은 예비 새가족 공부(3주)와 새가족 공부(5주)를 한다. 셀에서 초청한 믿지 않는 ‘해피게스트’는 해피코스 초대만찬(1주) 후 해피코스(8주)에 참여한다. 해피코스는 알파코스 책 내용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외하고 한국적 상황과 교회 상황에 맞춰 10여 차례 수정, 보완해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이를 권 목사는 “된장국 냄새가 나는 코스로 바꿨다”고 표현했다. 기존 교회에는 없는 해피코스 덕분에 믿지 않는 이들의 영접 및 교회 정착률이 훨씬 높아졌다. 해피코스 마지막에는 대부분 해피게스트가 예수를 영접하기 때문에 수료식과 세례식을 함께 연다. 이전에는 한해 세례신자가 5~10명 안팎이었으나 현재는 50~60명으로 늘었고, 매년 100명이 목표다.
그러고 나서 열리는 주말 수양회에는 새가족과 해피게스트가 모두 참여하는 자리다. 이후 양육과 강화 단계(확신반, 양육단계 4주→강화단계 4주→내적치유 수양회 1박 2일)를 거쳐 제자화 단계(1단계: 큐티학교 2주, 기도학교 4주, 제자학교 4주, 전도학교 4주, 피플퍼즐 1주, 오픈셀 시작→2단계: 셀리더 학교 6주, 비전수양회, 단기선교)로 들어간다. 이후 셀 리더로 파송 및 번식을 하도록 한다.
훈련단계가 올라갈수록 요구되는 신앙 기준도 높다. 새벽기도 3회, 금요기도회, 큐티 3회 등의 기준과 과제물이 주어지는데 마지막 비전수행의 단계까지 가면 처음 60~70명 중 10명도 안 남는다고 했다. 각 단계를 수료하지 못하면 재수강하도록 권면하는데, 다행히 성도들이 은혜와 기쁨으로 모든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전도의 큰 프레임은 교회돌봄연구소 김종석 소장의 조언을 받아 2년 반 전에 완성했고 지금도 계속 수정, 보완 중이다. 교재 내용과 예화 등은 시중 교재 등을 참고하여 교회 상황에 맞게 연구하여 제작했다.
교회 프로그램이 계속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스태프들의 헌신은 필수다. 송전교회는 120여 명의 열정이 넘치는 스태프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1주일에 4~6차례 제자훈련 반에 참여하면서 영혼구원 사역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고 헌신하고 있다.
송전교회 전도학교에서 훈련받고 있는 성도들. 사진=송전교회
전도한 영혼의 변화 경험할 때 번식하는 셀 리더 세워져
권준호 목사는 처음에 훈련을 통해 리더가 세워지면 셀을 분리해주었다. 셀번식을 거듭하며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신이 배 아파서 전도해서 한 사람이라도 세례를 주고 제자훈련으로 변화시킨 경험이 없으면 분리해서 나가도 셀 리더가 ‘애를 못 낳는’(전도를 못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부터는 모든 과정을 다 수료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세례 받고 제자훈련을 마친 영혼이 없는 리더는 셀 리더로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자훈련 받는 영혼을 전도한 경험이 없으면 처음에는 뜨겁던 전도의 불이 오래 가지 못하고 열정이 곧 식어버리더라는 것이다. 반대로 직접 영혼을 구원하고 변화되는 기쁨까지 누려본 셀 리더는 꾸준히 전도를 했다.
권 목사가 또 하나 발견한 사실은 사람이 변화되는 곳은 ‘소그룹’(셀)이라는 것이다. “예배시간 은혜가 임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목회자가 아무리 훌륭한 설교를 해도 사람의 변화는 소그룹에서 이뤄졌습니다.” 소그룹에서의 과제, 큐티 등의 신앙기준을 꾸준히 지켜나가면서 영혼이 변화됐다. 번식이 계속 일어나도록, 권 목사는 리더와 전도된 영혼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케어도 한다. 작년부터는 셀 리더, 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를 없애고 셀 별로 1박2일 여름캠프를 보냈다. 겨울에는 성경학교를 진행한다.
현재 송전교회의 셀은 3~12명 규모이며 셀 리더는 50여 명이 된다. 전 훈련 과정에서 검증된 리더만 세우다 보니 수가 줄었다. 셀 리더라도 계속 훈련 받는 것을 전제로 하며, 그가 전도한 사람이 제자화 코스도 받고 변화된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시골 지역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권 목사와 제자훈련을 한 사람이 300명이 넘으며, 120여 명의 핵심멤버를 비롯하여 많은 리더를 배출했다.
더욱 기쁜 소식은 변화되기 쉽지 않은 남성들, 또 청년들, 직장인들 사이에 번식이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오전 10시), 수요일(오전 10시), 토요일(오후 3시), 주일(오후 4시) 등 4차례 2시간씩 열리는 제자훈련 반에는 각 3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평일반보다 청년, 직장인들이 많은 주말반이 인원도 많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청년부는 2014년부터 부교역자 없이 주일 3부 예배를 청년부 예배로 드리고 있다. 청년부 역시 제자훈련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인생의 목표를 알려주는 제자훈련을 마치고 나면 청년들의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다. 번식도 제일 빨리 일어난다. 송전교회에 부임하기 전 2002년 청년부 예배를 드릴 때는 2~3명밖에 없었고 2014년에도 2~3개 셀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한 번씩 번식해서 6~7개 셀로 늘었다. 타지의 대학에 진학하면 오지 않던 아이들도 이제는 다시 교회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직장인이 되어 교회를 다시 찾는 이들도 생겼다. “복음으로 하나님이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목적을 분명히 알게 되니 다 뒤집어졌죠. 자기가 살아갈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된 청년들이 가장 역동적으로 바뀌고 전도와 해피코스 등에서 헌신하게 됩니다.” 복음으로 삶이 변화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 부흥회를 따로 하지 않아도 교회에 늘 은혜와 간증이 넘친다고 덧붙였다.
전문전도팀이 음식전도를 위해 반찬을 만들고 있다. 사진=송전교회
교회에서 전도와 양육,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해지자 교회 내 다른 문제들은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현재 전도학교 수료 후 오직 전도에만 집중하는 20명의 전문전도팀이 활동하고 있으며, 기도학교를 수료한 이들 중 120명이 중보기도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회도 곧 이은 해피코스 스태프 회의 관계로 10분 만에 ‘전도형 당회’로 끝난다. 교회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던 몇몇 장로는 전도와 양육에 집중하는 환경으로 바뀌자 스스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갔다. 지금은 서리집사 등 교회 중직자들도 전 코스에서 1~2년간 검증 후 임명한다. “처음에는 중직자를 많이 세웠는데 재작년에는 2명, 작년에는 1명이 세워졌습니다. 장로님들께도 다 이해를 시켜서 이제는 중직자를 세울 때 헌금도 받지 않고, 교회에서 한복도 안 해줍니다. 이런 부담을 줄이고 제자훈련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역 사회와 상생 모델 제시
사실 송전교회 하면 지역 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전임 목회자 때부터 시작한 지역 어르신을 위한 노인대학은 용인시 노인복지모범사례로 선정되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제2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상도 수상했다. 10년이 넘은 지금도 노인대학은 매주 목요일 150~200여 명이 모여 지역 어르신들의 문화, 교육, 복지, 친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도의원은 “송전교회 노인대학이 생긴 이후 지역 노인자살률이 떨어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장수촌이지만 특별히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이 목요일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돌보며 교제하며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것이다. 대부분 교회 노인대학이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송전교회 노인대학에 모인 어르신의 3분의 2는 불신자다. 노인대학과 함께 독거노인을 위한 김치봉사팀, 반찬을 나누는 도르가반찬팀, 외식을 지원하는 만나푸드섬김팀, 이미용봉사, 불우이웃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전달 등 다양한 사회봉사로 송전교회는 지역에서 꼭 필요한 교회가 되었다.
2015년부터는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이동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꿈축제’를 교회 앞마당에서 개최하고 있다. 어린이날이 되어도 인파가 몰리고 비용이 비싼 유명 놀이공원이 아니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지역 아이들,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교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작년 2회 행사에는 30개의 체험부스를 만들고 놀이기구를 설치해 1,5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 1,700명이 찾았다. 용인 시장, 지역 경찰서장, 국회의원 등도 참여하고 경찰서, 소방서, 군부대, 병원 등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다. 단순히 교회 행사가 아니라 지역 어린이들과 가족을 섬기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한다.
지난 5일 용인 송전교회 앞마당에서 ‘제3회 꿈을 먹고 자라요’를 주제로 어린이 꿈축제가 열렸다.
사진=이지희 기자
노인대학, 어린이 꿈축제를 비롯하여 장학금 지원을 위해 인근 초등학교들과도 교류하며 송전교회는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졌다. “노인대학의 경우 기본 인원이 150명 이상 모이니 개강식 때 국회의원, 시의원 등이 꼭 옵니다. 이분들이 꿈축제를 여는 발판이 되셨고요. 교회가 사회봉사를 하면서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좋은 일을 위해 인간관계를 넓혀달라는 기도가 이루어져서 감사합니다.” 꿈축제 예산도 교회 헌금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지역 기업의 후원도 받았다.
다만, 사회봉사가 아쉬운 점은 교회의 이미지 전도는 되지만, 본질인 전도와 양육, 제자화까지 직접 이어지기는 거의 어렵다는 것이었다. 교인들에게도 사회봉사를 할 때 ‘예수’ 이름을 꺼내지 않도록 당부했다. 대신 행사 후에 관계전도로 영혼들을 초청하고 있다.
교회 프로그램과 지역 봉사활동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 노인대학, 꿈축제의 경우 지자체 복지예산과 지역 기업들의 후원으로 일정 부분 커버하고 있다지만, 해피코스 예산도 중형교회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관계전도를 셀 별로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2월과 8월, 딱 1주일씩 특별새벽기도를 진행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기간 우리의 존재 목적이 생명을 살리는 것임을 강조하는데, 일반 부흥회보다 더 많은 헌금이 모여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외부강사 없이 권 목사가 직접 설교하는데, 6개월 전부터 설교 준비에 들어간다.
1910년 개척된 송전교회의 시대별 변천사(맨 좌측 위에서 순서대로)와 현재 성전 사진(가운데 및 맨 우측)
사진=송전교회
전도, 양육, 정착 시스템을 한국교회와 나누고 싶어
권준호 목사의 하루는 오전 3시 전에 시작된다. 6시까지 기도하고, 6시 30분까지 새벽기도모임을 한 다음 운동을 하고 10시부터 제자훈련을 한다. 제자훈련이 없는 날은 설교준비를 한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설교, 강의, 수양회, 컨퍼런스, 교재 준비 등을 한다. 2014년부터 특별한 병원심방 외에는 대심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셀 리더들이 먼저 교패 심방을 하고, 새가족 신청을 하면 담임목사가 직접 심방하며, 매주 셀 리더들의 보고를 통해 담임목사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케어한다.
특히 주일은 1~3부 예배를 드린 후 새가족 공부, 셀 리더모임, 해피코스, 토크 등이 분 단위로 이어진다. 식사할 시간도 충분치 않고 부족한 잠도 틈틈이 채운다는 그가 말했다.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목사의 피를 보면 성도들이 쫓아온다고…. 너무 안타깝게 보지 마시고 저는 행복합니다.”
향후 3~4년 안에는 송전교회의 전도, 양육, 정착 시스템을 한국교회에 공개하는 것이 기도 제목이다. “시골에서 송전교회가 어떻게 매년 100명을 세례 주는 교회가 됐는지 생각하면 한국교회가 위로받을 것입니다. 모든 개척교회가 쉽지 않겠지만, 교회 성장학적으로도 전혀 유리할 것 없는 지역에 위치한 전통적인 시골 교회에서도 전도가 이뤄지고, 사람들이 변화되고 건강한 교회로 커나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 힘이 되는 소식이 있겠습니까.”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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