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스마트폰에 위챗(WeChat, 微信)이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다운로드 횟수였는데 1억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이제까지 앱을 다운로드하면서 처음 본 ‘억’이라는 숫자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 혹시나 하고 다시 들어가 보았더니 여전히 1억이라는 숫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마 스마트폰이 그 이상을 표기할 수 없어서 그렇겠지요. 그 아래 설명을 보니 8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메시징앱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뉴스에서 2016년 12월 29일 기준, 일일 사용자 수가 7억 6천8백만 명. 상대적으로 카카오톡은 일일 사용자 수가 4천2백만 명이라고 하니 중국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를 맺으면서 한국선교사님들이 본격적으로 조심스럽게 중국에 들어가던 때로부터 25년이 흐르는 동안 중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더 이상 거리에 달구지가 지나가고 노란 ‘빵차(面包车)’가 택시인 시대가 아닙니다. 경제 규모로 보나 군사력으로 보나 세계가 인정하는 주요 2개국 G2(미국, 중국)가 되었습니다. 이런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유럽연합은 영국의 탈퇴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과 브라질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세계가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작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 6중전회에서 시진핑 지도부 집권 1기 5년을 마무리하면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공식 언급하며 안정된 정치 환경을 마련하고 굳건한 집권 2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7년 세계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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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자세 달라져야

그렇다면 이제 이런 중국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우리의 자세도 달라져야 합니다. 중국 곳곳에서 교회 부흥의 소식을 듣는 것은 실로 큰 기쁨입니다. 이제 중국교회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도움에 의해서가 아닌 중국교회 스스로 일어나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숙한 현지인 사역자가 이미 많이 세워졌습니다. 그동안의 중국선교를 향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열정이 아름다운 열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니, 중국의 문이 닫혀져 있는 동안에도 하나님의 역사는 끊이질 않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진실하게 응답한 중국 성도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 사역자들이 전국 곳곳의 소수민족지역에도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며 활발하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중국인사역자들이 중국 주변국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사역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9월 중국 전역의 가정교회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이 참여한 제2회 ‘선교중국2030’ 대회가 베이징지역가정교회연합 주관으로 제주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1,000여 명이 넘는 중국인이 참석하였고, 중국가정교회가 새롭게 제시한 선교비전은 중국교회가 2030년까지 2만여 명의 타문화권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한다는 것입니다. 25년 전에 중국선교의 문이 열릴 때 한국선교사님들이 꿈꾸고 계획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은 선교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선교를 위한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중국이 세계선교의 큰 동력이 되는데 여전히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현재 한국에 중국인유학생이 6만 명입니다. 10만 6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유학생 중 중국학생이 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중국에 유학을 간 한국학생의 숫자도 6만 6천 명입니다. 총 22만 명의 한국학생이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최대 유학국가가 되었습니다. 유학을 통한 젊은이들의 인적 교류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학문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학습을 하게 되고 젊은 시절의 경험이 양국에 대한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유학생을 위한 교회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6년 웹진 ‘중국을주께로’ 9월호 기획 ‘재한 중국인유학생의 세계관에 관한 연구)’서 중국 젊은 세대의 특징인 바링허우(80后)와 지우링허우(90后) 세대에 대한 연구를 실은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10년 전 한국에 유학 온 중국학생들이 바링허우 세대였다면 최근에 유학을 오는 학생들은 지우링허우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여 선교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 달 전에 중국 내륙도시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 선교사님한테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이가 한국에 유학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알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한국에 감사하다며 예배와 모임에 열심히 출석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한국에서 중국인유학생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였습니다. 한국이 중국과 경제뿐 아니라 선교에 있어서도 동반자가 되어 함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선교사들과 중국선교단체가 힘써야 할 일은 국내에 있는 중국선교사 출신 사역자들이 국내에서 중국인유학생을 전도, 양육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중국 복음의 일꾼으로 파송하는 유학생 사역, 중국 현지에서 제자들을 양육하여 중국 전역에 사역자로 파송하는 사역, 특히 여전히 미전도종족으로 남아 있는 소수민족지역으로 파송하는 사역입니다. 더 나아가 중국 주변국에 선교사로 파송하는 사역, 중동지역 등 전 세계 디아스포라 중국인들 중 소수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교회 사역 등을 위해 중국선교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변화의 시대, 제주도에서 열 명이 한 사람의 옷을 붙잡고 함께

중국어문선교회는 변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격월간 종이 ‘중국을주께로’를 2014년 9월호부터 월간 웹진으로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제주도로 본부를 옮겨 제주도에서 중국 사역을 하는 과감한 결단을 하였습니다. 선교단체의 본부가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것도 가장 먼 제주도입니다. 변해가는 사역의 상황을 잘 읽고 앞서 나간 행보에 감사합니다. 중국어문선교회의 제주도 시대가 2017년에는 더 활짝 열릴 것입니다.

스가랴 8장 23절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그 날에는 말이 다른 이방 백성 열 명이 유다 사람 하나의 옷자락을 잡을 것이라 곧 잡고 말하기를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하심을 들었나니 우리가 너희와 함께 가려 하노라 하리라”

스가랴의 이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구절의 ‘유다 사람’이 한국 사람이었다가 점차 중국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70, 80년대 한국교회의 부흥으로 전 세계가 놀라며 선교한국시대가 열렸다면 이제 21세기 중국교회의 부흥으로 선교중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더욱 활발해질 것입니다.

논어의 안연(颜渊)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제(齐)나라 임금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라고 물었습니다. 공자의 대답은 “君君(군군), 臣臣(신신), 父父(부부), 子子(자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합니다”였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때 조화롭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인데, 그 당시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사회상을 보고 공자가 나라를 고치기 위해 이런 교훈을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가을부터 우리나라 정국은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각자 제 역할을 못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물론 그들만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국민도 국민의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이제 이런 변화의 시대에 교회는 교회의 역할, 성도는 성도의 역할, 선교사는 선교사의 역할을 잘해야 할 시대의 요구에 우리는 직면해 있습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초대교회를 거치며 제대로 이어가지 않고 변질되고 타락한 교회한테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고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총으로 돌아가자며 시작된 종교개혁은 온갖 박해를 이기며 믿음의 근본을 지켜 왔습니다. 하지만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염려할 정도로 500년 동안의 기독교는 다시 변질되어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기독교인들로 인해 불의와 잘못에 항거한다는 뜻의 ‘Protestant’(프로테스탄트)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 개인이든 교회이든 단체든 하나님께 쓰임 받지 못합니다. 올해 2017년은 나로부터 새로워지고 한국교회가 개혁되고 중국선교가 개혁되도록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듭시다. 이 일에 중국어문선교회가 앞장 서서 나를 개혁시키고 중국선교를 개혁해 갑시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말씀으로, 오직 은총으로’라는 개혁의 정신을 가지고 이 변화의 시대에 잘 대응해 갑시다.

유은식 | 전 중국 티베트선교사, 현 산돌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