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에서 미션차이나(선교중국)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이 열렸다. 지난 수년 전만 해도 중국교회 안에 선교 열의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추동체가 없었다. 한국교회 또는 세계(화교 포함)교회들이 중국교회(선교단체)와 공동으로 선교운동을 부분적으로 펼쳤지만 풍성한 열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원저우(温州) 상인’들도 국내외에 교회를 세워 선교공동체 운동을 펼쳤다. 중국 접경국가는 물론 중동지역까지 선교사 또는 선교후보생들을 파송해 선봉대 역할을 감당하게 했다. 이 역시 선교 경험이 일천하고 구체적인 선교전략 부재로 인해 ‘서바이벌(생존)’ 수준에 머물렀다. 비즈니스 사역 등으로 선교의 지평을 넓혀가려 했지만 복음전도와 사업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한국교회 등이 선교 브리지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청을 해왔다.

“중국교회는 격려해주고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한국교회가 전 세계 선교네트워크를 활용, 중국교회가 선교중국운동에 힘쓰도록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m11.jpg
지난 9월 제주에서 열린 선교중국 2030 대회 모습. 사진=중국은주께로(중국어문선교회)
선교하는 중국교회, 즉 ‘선교중국’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부르짖고 있다. 선교중국 운동은 2007년 한국의 중국선교단체들이 세계기독교의 중국선교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중국선교협의회(KCMA)’를 결성한 뒤 중국과 중화권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주창한 구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5년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선교중국 2030(2030년까지 2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자는 계획)’ 제1차 선교대회는 큰 의미가 있다.

이때 채택된 홍콩선언과 행동강령을 보면 중국교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11가지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설기구 설립. 선교중국 2030운동을 확장하기 위해 상설기구를 세워 교회와 선교단체의 소통의 장을 만드는 한편 선교대회와 각종 세미나 개최와 선교전문지를 발간한다.
둘째, 선교대회 개최. 선교중국 2030 선교대회를 열고 전통적인 가정교회, 단체형 가정교회, 도시신흥가정교회와 기독교전문가 그룹을 동원해 세계선교에 참여하도록 돕는다. 각 지역과 교회들은 다양한 규모의 선교대회를 지원한다.
셋째, 선교간행물 발간. ‘오늘의 선교(今日宣教)’, ‘중선회회간(中宣会会刊)’ 등 선교전문지를 발간해 선교중국의 비전을 널리 알리고 선교중국 전략을 깊이 연구하며 선교중국운동을 기록으로 남긴다.
넷째, 선교연구 진행. 선교중국과 관련된 전문세미나를 개최해 선교신학을 발전시키고 선교전략을 깊이 연구해 선교동향을 따라가고 선교경험을 나누면서 해외선교를 돕는다.
다섯째, 선교를 위한 기도운동 확산. 각 지역교회의 연합기도회를 연결해 선교를 위한 기도운동을 확산시킨다. 동시에 각 지역에서 선교중국을 위한 (중보)기도용사들을 일으켜 정기적으로 기도제목을 알리고 기도회를 통해 선교의 부흥 불길을 일으킨다.
여섯째, 선교인재 육성. 선교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사역이기 때문에 각 영역에서 활동할 선교전문가, 즉 전략가, 동원가, 훈련교사, 행정가, 선교목사, 선교사 등을 육성해야 한다.
일곱째, 선교적 교회의 건립. 선교운동의 전제는 잘 준비된 다수의 선교지향형 교회이다. 선교중국 2030운동에 헌신하길 원하는 교회지도자와 교회를 발기인과 회원화해 함께 운동을 추진해나간다.
여덟째, 단기선교루트 개발. 단기선교루트를 선정해 중국교회가 선교현장에 깊숙이 들어가도록 계속 동원해나간다. 특히 중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더불어 선교현장을 경험하도록 한다.
아홉째, 선교현장의 발전. 10/40창을 중심으로 이슬람권, 불교권, 힌두교권, 민간신앙권 등을 향해 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현장을 넓혀나간다.
열 번째, 선교네트워크 구축. 선교에 앞선 서방과 한국, 해외 화인교회로부터 겸손히 지도와 도움을 받는다. 해외교회와 선교단체와 더불어 동역해 선교사명을 완수한다.
열한 번째, 비즈니스선교 개발. ‘일대일로(一带一路)’의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해 비즈니스선교를 발전시킨다. 기독교상인, 기독기업가들을 동원해 선교현장에 영향을 끼치고 변화의 물꼬를 튼다.

실로 매우 광범위하고 대륙의 기개가 느껴진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대에서 중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끝이 하나님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실에 대한 바른 안목과 신앙이 필요하다. 기독인들은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갖고 개인, 세상, 교회를 바로 알 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질가치만을 신앙의 목표로 삼아 따라가면 안 된다. 과거엔 비록 신학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말씀을 진정 사모하고 기도에 힘쓰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 상황과 사회의 요구가 바뀌었다. 국가의 종교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교회는 국가와 민족, 사회가 진정 필요한 인재를 성경의 세계관으로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교회 안에만 머물 때 사회와는 멀어지고 선한 영향력을 흘려 내보내지 못해 결국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삶을 통한 소통과 공감, 감동과 울림을 전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교회가 ‘두란노서원’과 같은 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면 좋겠다. 원래 성경에 나와 있는 두란노서원은 헬라철학 번성기에 두란노라는 웅변가가 에베소에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바울은 제자들을 따로 세워 이곳에서 날마다 강론하며 제자들을 복음의 일꾼으로 키워나갔다. 한국에서는 하용조 목사가 온누리교회를 창립하기 5년 전인 1980년 12월 두란노서원을 세웠다. 하 목사는 존 스토트가 세운 ‘런던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면서 복음전파와 사회참여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교회와 선교단체의 융합구조를 생각해냈다. 온누리교회라는 ‘처치’에 두란노서원이라는 ‘파라처치’를 네트워크화하고 모든 사역을 공유하고 협력하게 한 발상은 당시만 해도 매우 독창적이었다. 교회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마련이다. 따라서 교회는 반드시 파라처치(Para-church)와 함께 다차원의 목회를 통해 갱신돼야 한다.(계속)

왕빈 중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