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jpg폭우가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칼리치(Kalich, 체코) 주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은 쏟아지는 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라비안 교외의 깊은 숲 속 거석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열리는 집회 외에는 어느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지하교회 시대의 성도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폭우는 또한 비밀경찰의 위협으로부터도 지켜주었다.

게다가 그 날은 모라비안 교회가 화형당한 얀 후스(Jan Hus)의 죽음을 기념하는 순교자 주일이었다. 후스는 백 년 후에 재가 된 그의 몸에서 백조가 나온다고 예언하였고, 사람들은 그 백조를 마틴 루터라고 생각한다. 후스는 가장 박해가 심했던 1415년 7월 6일에 죽었다.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진리를 철저히 강조한 점 때문에 같은 운명을 맞지 않았을까? “진리를 구하라. 진리에 귀 기울여라. 진리를 연구하라. 진리를 사랑하라. 진리에 충직하라. 끝까지 진리를 수호하라.”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 6장 9절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저희가 가진 증거’ 때문에 사람들이 순교 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가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행한다 함을 듣는 것보다 더 즐거움이 없도다(요삼 1:4)’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도 친히 ‘나는 길이요 진리’라고 말씀하셨다.

죄악 된 세상 속에서 진리 안에 행하는 사람은 독특한 존재가 된다. 이 일을 통해 기독교인의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다. 거짓 가르침이 교회에 설 자리도 없어질 것이며, 잔인한 20세기를 만든 악마주의도 서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나는 빨간색 잔이 아름답게 새겨진 흰 기 앞에 서 있다. 나의 생각은 195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나는 여기서 설교를 하였다. 설교가 끝난 후에 젊은 형제들이 찾아와 작은 은잔을 주었는데 나는 그것을 몇 년 동안 자켓 속에 넣고 다녔다. 고난 받는 교회의 상징인 이 고난의 잔은 여기 중유럽에서 개혁의 길을 예비했다. 이곳은 지하교회가 있던 곳이다. 갑자기 나는 바로 이곳에서 사역을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복음을 전 세계에 전하는 영광스런 목표를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주었던 사람들이 마신 잔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잔을 일찍이 고난을 받고, 그 고난을 통해 자유가 있는 미래를 건설하려고 부지런히 일했던 사람들의 고난을 함께 나누라는 하나님의 초대로 받아들였다. 법과 국경이 가로막지 못하는 신앙의 자유와 성경을 소유할 자유가 있는 미래를 위해서였다.

이것은 박해받는 교회가 결국 헤른후트(Hurrnhut, 우리 말로 ‘주님이 보호하시는 곳’)로 도망가 최초로 복음 선교가 시작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백 명이 가슴에는 하나님의 사랑을 품고 손에는 성경을 들고 세계 도처로 나갔다. 진실로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 때문에 세계로 나가 복음을 전했다.

브라더 앤드류(국제오픈도어선교회 명예총재)

한국오픈도어선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