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jpg‘사막의 영웅’으로 알려진 롬멜 장군은 뛰어난 전략으로 독일의 전차군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사막 전투에서 영국군을 모조리 격파했다. 적군인 영국의 처칠 수상도 그를 ‘전쟁의 달인’(Master Of War)라고 극찬했다. 50세에 히틀러에 의해 최연소 육군 원수로 임명되어 승승장구하던 롬멜이 첫 패배를 당한 것은 1942년 10월 연합군에 의하여 석유와 물자의 보급이 차단되었던 이집트의 엘알라메인 전투에서였다. 그것은 독일 패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아무리 잘 훈련되고 전략이 뛰어나고, 사기 충전한 군인들이라도 후방의 보급이나 지원이 없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것은 선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교단체 본부에서 ①선교자원의 동원과 훈련 ②선교사 지원자 심사를 통한 양질의 선교사 파송 ③선교사의 재정관리와 사역지원 ④위기관리와 자녀교육, 안식년, 의료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역이 있어야만 장기적으로 필드에서 원활하게 사역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섬기는 본부선교사들의 사역 환경은 필드선교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척박한 편이다. 사역지가 필드가 아니기에, 본부선교사들 스스로가 선교사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많은 교회나 동역자가 본부 사역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본부선교사들을 ‘선교사’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선교’를 생각하는 교회나 성도들의 시선이 즉각적으로 ‘해외선교지’에서 현지인 대상의 사역을 떠올리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본부선교사를 선교사로 여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필드 선교사와 교회들을 섬기는 본부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순종하여 헌신한 이들도 다른 선교사들의 사역은 기쁨으로 홍보하지만, 자신이 감당하는 본부사역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기는 어렵다.

한국의 물가가 대부분의 선교지보다 높고 생활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본부에서 사역해도 필드 선교사와 똑같이 후원금을 모금해서 생활하고 사역해야 하지만, 국내 본부에서 사역하고 있으면 월급이 나오는 줄로 아는 성도들도 있다. 본부선교사들이 교회에 ‘후원청원서’를 보내면 “우리 교회는 국내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는 파송하거나 후원하지 않습니다”, “필드로 나가면 후원해 드릴게요”라는 반응을 보내기도 했었다.

필드에서 10년간 훌륭하게 사역한 한 선교사는 300여 명의 선교사가 사역하는 선교단체 대표로 결정되어 국내에 들어왔다. 주거할 집을 마련할 수 없어서 곤란을 겪는 중에 ‘선교지를 떠났다’는 이유로 파송교회의 파송이 취소되고, 여러 후원교회가 후원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은사와 자질이 있는 선교사가 국내 본부사역을 주저하게 되고, 경험과 전문성이 쌓일 틈도 없이 가능한 빨리 ‘진짜 선교지’로 돌아가려 애를 쓴다.

선교단체 본부선교사는 감동적이고 현장감 있는 선교보고도 없고, 교회에서 단기팀을 파송할 수 없기에 단기적으로는 선교동원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인식과 후원 부족으로 본부에 전문성 있는 인력이 장기적으로 사역하지 못할 경우 필드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효율적이고 전문성 있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본부와 필드는 나눌 수 없는 연결된 하나의 몸이며, 어느 한쪽이 없다면 다른 한쪽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본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고, 마치 자기 사역의 중요함을 알아달라고 홍보하는 것 같은 민망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대부분의 선교단체 본부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의 말 못하는 어려움을 알리기보다는 선교사역이 장기적이고 건강하게 펼쳐지기 위해 ‘잊힌 전선의 병사’같은 본부선교사들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태정 선교사(HOPE 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