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jpg“복음이 어떻게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변화시키고, 심지어 국가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우리가 생각하는 선교의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이러한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 통전적 선교)를 바탕으로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비서구권 교회가 새로운 선교 아젠다를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스토트-베디아코 포럼(Stott-Bediako Forum)이 시작되었습니다.”

옥스퍼드선교대학원 학장 마원석 박사는 16일 서울 양재 횃불트리니티신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럼을 3년째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은, 삶이 총체적인 것처럼 선교도 총체적이라는 것”이라며 “발표되는 연구논문의 주제들도 절대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정치, 종교,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를 아울러서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마원석 박사는 1979년 필리핀에 파송된 한국교회 1세대 선교사로, 30여 년간 필리핀 선교사로 활동하며 23년간 교수 사역도 병행했다. 풀러신학교에서 구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옥스퍼드선교대학원 최초의 한국인 학장으로 취임해 9년째 섬기고 있다. 마 박사는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의 국제모임인 인페미트(NFEMIT), 이번 포럼 주최측인 안양제일교회(홍성욱 목사)와 함께 포럼의 준비와 이후 논문 출판 사역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20세기 후반에 세계교회가 크게 두 개로 갈라진 것은 바로 선교 때문이었다”며 “죽기 전 삶과 죽은 다음의 삶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의 차이었는데, 사실 기독교는 이 두 가지를 다 아우르지 않으면 반쪽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예 해방의 기치를 내건 윌리엄 윌버포스 등 2백 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사회개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마 박사는 “복음전도와 사회개혁은 항상 동전의 양면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교회가 갈라졌고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선교 때문에 교회가 싸우고 갈라진 것은 원수가 기뻐하는 것이지 결코 성령이 기뻐하는 일이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와 함께 “복음도 전인적이고, 우리의 삶도 전인적이기 때문에 선교도 반드시 전체를 아우르는 선교를 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것”이라며 총체적 선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음은 마원석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

-올해 포럼 주제가 작년에 이어 ‘선교학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2’이다. 작년에는 어떤 주제를 다뤘나.

“작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에서는 기독교와 국가건설, 베들레헴의 창을 통해서 본 선교, 바울과 상파울루에서 본 도시를 주제로 다뤘다. 비서구 세계는 대부분 식민지배를 받다가 20세기에 독립했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보다 늦은 60년대, 동유럽은 80~90년대에 공산주의를 청산하는 등 아직도 대부분 비서구 국가가 소위 ‘국가건설’ 과정 가운데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독교가 이들 국가에서 천당 가는 복음만 전하는 것이 제 사명을 다하는 게 절대 아닐 것이다. 이슬람이 97%인 파키스탄에서는 예수를 믿으면 ‘길바닥을 쓰는 사람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신분이 하락하고, 천시 받는다. 이런 곳에서 기독교가 국가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민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새로운 가치관 형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지 논의했다.

베들레헴신학교 총장이 발표한 베들레헴의 창을 통해서 본 선교 연구에서는 그 동안 소외되어 온 아랍인 크리스천이 겪는 어려움을 다뤘다. 사실 베들레헴 지역의 기독교인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이다. 우리는 평소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면서, 정작 우리와 같은 주를 믿는 아랍인 크리스천이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억압받는 것을 잊고 산다. 아랍인 크리스천은 역시 같은 아랍인 무슬림들에게 끊임없이 공격받으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루살렘에서 보는 종교, 정치, 문화 등에서의 총체적 선교를 나눴다.

브라질 여신학자는 사도 바울이 도시거점사역을 한 것처럼 상바울루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회악, 빈민 등의 문제를 기독교가 어떻게 섬기고, 새 길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에서는 ▲필리핀에서의 복음과 문화(멜바 매게이 박사·Melba Maggay) ▲무너진 이민 가정에서 땅끝까지 복음을: 이민과 선교(알 티존 박사·Al Tizon) ▲에이즈 환자의 관점에서 보는 기독교 선교, 국가 정책, 그리고 국제 정치(조슈아 반다 감독·Joshua Banda)에 대한 기조발제와 논찬, 질의응답 등이 진행됐다. 각 주제발표는 전혀 다른 사회환경에서 같은 주제에 대한 주 강사들의 경험을 소개하며, 신학적, 선교학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원석 박사는 특히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에서 사회개혁을 위한 교회의 노력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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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횃불트리니티신학교에서 진행된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에서 첫 기조발제와 논찬 이후
질의응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세 번째 주제인 ‘에이즈 환자의 관점에서 보는 기독교 선교, 국가 정책, 그리고 국제 정치’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다.

“조슈아 반다 감독은 3천5백 명~4천 명이 예배 드리는 잠비아 수도의 대형교회 목회자로, 교회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잘 믿는 집사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에이즈 환자이고, 대부분 과부, 아이들이 에이즈 환자로 자라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에이즈 문제가 교회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이제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세상으로 나가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고, 사회 변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조슈아 반다 감독은 잠비아 국립에이즈위원회(National Aids Council, NAC) 의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 유엔이 잠비아에서 동성애를 합법화하지 않으면 국제기관의 모든 원조를 줄이겠다고 했을 때, 조슈아 반다 감독이 가장 앞에서 유엔의 입장을 신랄하게 반대했다. 정확한 수치와 연구를 제시하며 잠비아의 문화제도 속에서 스스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이다. 또 그는 지난 10년간 기독교 가치로 사역했을 때, 많은 사람이 에이즈 보균자임에도 정상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살아가는 통계를 유엔에 제시했다.”

한편, 마원석 박사는 “우리는 이 포럼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상황화 선교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며 “옥스퍼드선교대학원도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답을 당당히 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독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베들레헴에서 스토트-베디아코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상황화 선교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서구권뿐 아니라 기독교가 힘을 잃으면서 또 하나의 선교지가 된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 상황화 선교는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그러나 전 세계 기독교가 힘을 잃어가는 것이 우리가 보기엔 안타깝지만 주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것 같다. 본래 기독교는 힘이 있고, 중심에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변방에서 멸시와 핍박을 받았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충분히 힘을 부릴 수 있지만 일부러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또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도 자신의 목숨을 드려서였다. 이 사랑을 세계에 전하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힘을 가지고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겸손히 섬기고 밟히면서도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서구교회가 그걸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안타깝지만, 그리스도께서 보시기에 자신을 많이 닮은 모습이다.”

-내년 포럼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하나.

“내년에는 중세 기독교의 종교폭력에 대한 반성과 회개에서부터 시작하는 오늘날의 종교폭력, 억압받는 교회를 위한 선교적 자세 등을 다룰 것 같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신실하게 따른다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한다. 북이라크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팔려가는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단순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딸이다. 함께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억압받는 교회를 향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

한국에 오면 글로벌 크리스천과 세계선교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매주 예배드릴 때 예수를 믿는다고 죽임 당하는 이들과 그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지 않는다면 절대 글로벌 크리스천이 아니고, 세계선교의 리더는 더더욱 아니다.”

-포럼 이후 한국에서 일정은.

“다음 주까지 옥스포드선교대학원을 후원하는 교회들을 방문하고 귀국한다. 한국인 한 분은 75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한국교회가 12명의 교수 중 2명을 후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한국 크리스천들을 특별하게 준비하셨다고 생각한다.”

존 스토트와 빌리 그래함의 헌신으로 시작한 옥스퍼드선교대학원은 지난 30년 동안 현대적 관점에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각 교회의 선교를 이끄는 선교신학자와 실천가를 양성해 왔다. 영국 옥스퍼드 도심에 위치한 이곳에는 서구권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유럽에서 온 120여 명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각 나라마다 주체적으로 신학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도자 양성과 함께 출판 사역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마 박사는 “출판을 통해 세계 기독교와 선교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20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를 기념하는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선교학술 시리즈 33권의 책 출판을 진행 중이며, 마지막 33번째 책은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조명과 미래를 다룬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