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jpg“올해 한국군종목사단의 비전은 소통과 개혁, 본질의 회복입니다. 군종목사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날마다 성경 말씀을 통해 새롭게 개혁하며 진중목회라는 본질을 향해 우리 마음과 생각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성일 신임 한국군종목사단장(사진)은 24일 선교신문과의 취임 인터뷰에서 ‘군종목사, 장병들에 대한 이해와 경청’, ‘말씀과 은혜, 성령 충만한 사역’,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선교’를 강조했다. 이 목사는 23일 충남 계룡시 육·해·공군 본부교회에서 이취임 감사예배를 드리고 이호열 목사에 이어 육·해·공군군종목사단을 대표하는 제22대 한국군종목사단장으로 취임했다.

이성일 목사는 “이 자리가 감투나 명예가 아닌 섬김의 직분이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린다”며 “교회에 군림하는 ‘종님’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마당쇠’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시대 변화와 신세대 병사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역으로 군복음화에 앞장서는 한국군종목사단이 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군선교의 특성과 중요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년이 살아야 한국교회가 살고, 이 나라가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이 모인 군은 차세대 한국교회와 세계선교를 위한 영적 일꾼을 배출하는 선교의 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혼구원을 위한 ‘황금어장’, ‘가두리 양식장’으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군선교가 활성화되면 그 영향력과 파장도 커 다른 영역 선교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20여년 간 군종목사로 사역하면서 군선교 현장에도 어떤 변화와 흐름이 있습니까.


“지금은 종교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절대성과 진리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상대화하고 해체와 파괴를 주요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2만 불 이상이 되면 종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갈수록 전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다르고, 기존 교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생활과 극도의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군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신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년 신병들이 입대하는 만큼 사역을 위해 요즘 신세대 병사들의 특징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요즘 세대는 감성세대입니다. 소위 말하는 ‘몸이 느끼는 대로 행하는 세대’지요. 윤리나 도덕, 가치보다도 느낌, 감정, 정서 등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부모의 요구나 부모가 못다한 뜻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인생 방향을 결정하지 않아요. 개인주의 영향으로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고, 사생활도 침해 받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신세대 병사를 대할 때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논리가 아닌 동기부여와 자발성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세대의 특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들을 이해한다면 역동적인 군선교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드온의 3백 용사처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군사역에도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리처드 니버가 저서 ‘그리스도와 문화’에도 말한 것처럼 기독교도 문화의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변할 수 없으나, 문화의 변화와 흐름에 함께 해야 합니다. 믿음의 본질에 위배되지 않는 가운데서 예배 양식을 신세대 병사들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모이는 진중교회뿐 아니라 흩어지는 진중교회에 대한 건강한 교회론에 대한 이해와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는 병사들에게 기도와 찬양,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인 대대, 포대, 중대, 소대 등에서 보냄 받은 자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신앙교육을 하는 일입니다. 진중교회에서 새로 시작한 ‘선샤인 운동(선한 사마리아인, 병영 내 사고 예방 및 건강한 병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바로 이 사역입니다.”

한국군종목사단은 현재 260여 명의 군종목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 1천여 개 군인교회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인원이다. 일부 군종목사들은 주일이 되면 2~3개 군인교회, 많으면 4개 군인교회를 순회하며 설교를 전하고, 수요예배를 화요일이나 목요일로 옮겨 드리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한다. “군인교회에서 사역하는 350여 명의 민간 교역자는 소중한 동역자”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소통·개혁·본질 회복에 집중해 군복음화에 앞장

-한국군종목사단의 올해 비전과 과제가 있습니까.

“소통과 개혁, 본질의 회복이 올해 비전입니다. 상명하복만 아니라 하의상달도 이뤄져야 합니다. 군 안에는 11개 교단에서 파송된 군종목사들이 사역하고 있습니다. 고참 목사와 신참 목사, 중간층 목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거리를 두어선 안됩니다.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또 구태의연하고 바르지 못한 것들을 개혁해야 합니다. 누구를 정죄하거나 비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날마다 말씀을 통해 새롭게 하는 일은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것은 벗어버리고, 성경을 통해 계시해 주신 거룩한 말씀에 군종목사들이 침잠해야 합니다.

군종목사들은 진중목회사역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나는 누구이고, 누구를 위해 어디에서 보냄 받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며, 기도하면서 주님의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영감을 주는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 영혼이 적셔지고, 본질에 충실하면 나머지 어려움은 안개 걷히듯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MEAK) 등 군선교 유관 기관과 민간 교역자들과의 연합사역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그 동안 군종목사를 위해 기도와 관심, 후원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진 MEAK 등 군선교 유관 기관들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또 민간 교역자들은 우리의 소중한 동역자입니다. 연합사역은 자기 의를 드러내지 말아야 합니다. 양보와 이해, 수용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올해 MEAK의 주요 사업인 연무대교회 예배당 신축을 위해선 적절한 역할분담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진중교회와 대형교회, 군선교 유관기관의 특성에 맞는 모금액을 설정하고, 예배당 신축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인 공지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육군훈련소 연무대에 교회를 세우는 일은 한국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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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목사는 23일 육·해·공군 본부교회에서 이취임 감사예배를 드리고 제22대 한국군종목사단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제공=한국군종목사단

종교 떠나 부대 내 모든 영혼 위로하는 목회 당부

-군종목사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군종목사들도 늘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주님의 은총과 긍휼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십자가 보혈로 이미 구원 받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우리는 계속해서 성령님의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군종목사들에게 현장 중심의 활동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장병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군종이 아닌, 지치고 상한 영혼들을 찾아가는 군종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군종목사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지만, 종교가 다르거나 무종교인 장병들에게도 동일한 관심과 사랑을 지속적으로 나누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는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합니다. 성도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중보기도는 진중교회와 장병들의 영적 강건함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성일 목사는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사촌이 목회자로 자연스럽게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공군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1989년 공군군종장교로 임관(특89기)했으며 작년 1월 공군군종목사단장으로 취임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공군 내 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모두 관장하는 제25대 공군 군종 병과장(공군본부 군종실장)으로 취임했다.

-군선교 현장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까.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셨나요.

“특별히 힘든 부분이라기 보다, 지휘관 및 참모와의 관계에서 생각이 다를 때는 인내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교회에 나오는 장병들만 사역하는 것이 아니라 부대의 모든 장병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군선교 현장에서 야전병원이나 부대 내 영창에 수감된 장병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새로운 결심과 헌신을 하는 것을 볼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개인과 가정, 군선교 사역과 한국교회를 위한 소망이 있습니까.

“제게 개인과 가정, 군선교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가정과 교회 공동체를 통해 천국의 기쁨을 맛보고, 십자가 보혈의 은총을 이웃과 진중 사역 현장에서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야기처럼 가정에서 아내로부터 신뢰 받고, 자녀들로부터 존경 받는 가장이 되고 교회공동체에서 자기 비움과 나눔, 존중과 배려, 섬김을 통해 주님의 ‘성육신적 마음’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는 우리의 연약함과 불순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의 세속화는 영적인 무기력함을 가져왔습니다. 마치 머리를 잘린 삼손의 모습 같습니다. 하나님이 계시한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군선교 현장이나 민간선교 현장에서 본질을 회복하고 보냄 받은 자로서 사명을 감당하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이성일 목사는 한신대학교와 같은 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및 연합신학대학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예일대학교 해외선교협력연구소, 미국 군종학교에서 수학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공군군종장교로 임관, 공군대학, 복지근무지원단, 국방부 군종실, 교육사령부 군종실장, 공군본부 군종실 계획담당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영문교회 전도사 및 교육목사, 서울종로2가 파고다외국어학원 설교담당목사, 세종정부청사 국무총리실 기독신우회 설교담당목사로도 활동했다. 가족으로는 김미옥 사모와 혜영, 찬영, 준영이 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