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한국교회 선교 대축제인 ‘2014년 세계선교대회’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작은 것 같지만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선교신학계, 전국 교회 등이 연합하는 큰 대회가 될 전망이다. 기간도 내년 6월부터 7월까지 1달 이상 계속된다.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선교대회 운영 방식과 방향에 대해 KMWA 사무총장 한정국 선교사(61)를 만나 들어보았다.
서울 가산동 KWMA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그는 3년 전 처음 KWMA 사무총장으로 취임했을 때에 비해 흰머리가 부쩍 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뜨거운 열정과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은 그대로였다.
2014년 세계선교대회는 크게 79개 국내 중소도시를 찾아가는 709선교대회, 18개 선교권역별로 국내외에서 열리는 권역별선교전략회의, 국내 3개 선교신학회가 함께하는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 전 세대의 선교 동원을 위한 패밀리 미션 캠프 등으로 구분된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아직 선교에 참여하지 않는 교회를 선교에 동원시키고 한국 선교신학 및 현지에 적합한 선교전략을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대회 진행 방식은 ‘찾아가는 선교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 중 동원집회 성격이 강한 709선교대회는 그야말로 국내에서도 대도시에 비해 소외됐던 중소도시로 직접 찾아가는 선교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 그는 말했다.
“2006년 세계선교대회 당시 익산선교대회, 경산선교대회 등이 열렸는데 전주, 대구에 늘 선교대회를 양보해야 했던 두 지역 목회자,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010년 세계선교대회 때는 26개 대도시를 찾아갔으니 이번에는 인구 10만 정도의 중소도시를 찾아가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교회가 선교에 동참하도록 격려할 계획입니다.”
709선교대회는 79개 중소도시에서 각각 중립적 교회를 선정하여 대회장소로 정하고, 내년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사이 선교사, 선교전략가, 교단 선교부 관계자 등이 찾아가 새벽기도회, 선교특강, 선교장터, 저녁부흥회 등을 인도하거나 운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선교장터에서는 부스를 마련해 선교관련 책과 CD를 판매하고 선교현지 먹거리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대회 다음 달인 내년 8월 청년, 대학생 선교동원을 위한 선교한국 대회 홍보부스도 마련된다.
한 사무총장은 709선교대회는 과시적 대회가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선교에 동참하지 못하는 작은 교회들을 찾아가 섬기는 대회가 될 것이라며 “선교가 많은 돈을 후원하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작은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작은 교회에 심어주고 싶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그는 KWMA 총무와 함께 예장합신총회 세계선교회 총무를 겸하던 시절 ‘찾아가는 선교집회’를 열어 놀라운 결과를 일궈낸 바 있다.
“2006년 당시 예장합신 소속 760여개 교회 중 30% 정도가 교단선교부를 통해 선교후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회를 직접 방문해보니 또 다른 29%의 교회가 선교단체나 선교사에 직접 선교후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총 59%의 교회가 선교후원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새롭게 파악됐는데, 선교집회 이후 5%의 교회가 추가로 선교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무총장은 당시 노회 목회자들과의 미팅에서 “매월 2만원으로도 선교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선교후원을 약정한 교회에 선교타임즈, KMQ 등의 선교잡지를 보내주었다. 또 선교후원에 동참하지 못한 교회에도 매월 20일이 지나 과월호가 된 선교타임즈를 무료로 보내주었다. “다음해 교단 총회 결산에서 이익잉여금으로 파악된 선교후원금이 약 7천7백여만 원에 달했다”며 “십시일반 모인 후원금으로 많은 선교사들에게 지원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이 작은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 선교사 자신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얻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교회가 세워진 이래 선교사가 처음 방문했다는 산골 교회 이야기, 너무 가난한 교회를 방문하게 되어 선교사가 주머니를 털어 도와주었다는 간증 등을 나누면서 2006년 당시 우리는 많은 한국교회가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1만5천여 명의 선교사를 보낸 사실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번 선교집회에서 선교사들도 한국교회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목회자들의 고난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13년 전부터 ‘안식년’을 ‘본국 사역(home assignment)’이라는 용어로 수정하기로 했으나 실천이 잘 안되고 있다며 “한 달은 안식하고, 열 달은 설교봉사, 심방, 교역자수련회, 목회토론회 등에 참여해 파송교회 담임목회자의 목회활동을 지원하며 마지막 달은 다음 선교사역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는 등 선교사들이 본국 사역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709선교대회를 위해 각 교단 선교부 총무들과 한 차례 모임을 가졌다는 그는 “다행히 한국 선교계가 진보와 보수로 분열돼 있지 않아 감사하다”며 “다만 개 교단, 개 선교단체 위주로 선교가 활성화 돼 있어 결집력은 약하다”고 말했다. 이번 709선교대회도 각 교단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세계선교대회 중 처음 시도되는 권역별선교전략회의(RCOWE, Regional Consultation Of Wo rld Evangelization) 역시 선교 현장을 찾아가는 전략회의가 될 예정이다. KWMA는 권역별 위원회를 국내와 해외에 각각 구성하여 주체적으로 RCOWE를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할 계획이다. 국내 권역별 위원들은 선교 현장을 찾아가 현지 위원들과 전략회의를 열며, 현지 위원들은 내년에 한국으로 초대해 7월 중순 패밀리 미션 캠프 기간 오전 전체전략회의 참여 및 오후 선택강의 등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3년 전 일본선교사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일본선교네트워크(가칭)를 중심으로 국내 및 일본에서 전략회의가 열렸다”며 “이 전략회의가 방송에도 나가면서 선교사들뿐 아니라 청취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RCOWE도 국내외에서 개최하고 방송에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RCOWE를 통해 현지에 적합한 선교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벌써 지난 5월 한국의 제1호 타문화권 선교사인 박태로 목사 파송 1백주년을 기념해 중국 4개 변방 지역에서 선교사들과 비공식으로 전략회의가 열렸다”면서 “GCOWE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역은 8년 전 한 교단선교부가 3백만 원을 희사하여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가 조사, 발표한 최전방 선교지역 12곳(중국 내지, 중국 변방, 힌두교, 인도차이나 반도, 아라비아 반도, 카스피해 연안, 서남아 무슬림, 중앙아시아, 페르시아창, 동남아 무슬림,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레반트)과 일반 선교지역에서 보다 전략적 접근이 요청되는 6곳(일본, 터키, 정교회, 가톨릭, 불어권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유럽)이 추가돼 18개 권역으로 구분했다.
한편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VI, National Consultation Of World Evangelization IV)는 건전한 한국신학과 한국선교학 정립을 위해 ‘선교관점에서 본 자신학으로서 한국신학과 자선교학으로서 한국선교학’을 주제로 정하고 세계변혁운동,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개혁주의선교신학회와 내년 7월 중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NCOWE VI에서는 자립(self-supporting), 자치(self-governing), 자전(self-propagating)의 3자 정책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가 복음화율 25%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학화(Self-Theologizing), 자선교학화(Self-Missiologizing)의 부족 때문으로 보고 복음주의적인 한국신학, 한국선교학 정립을 위해 활발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한국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기와 변혁신학’”이라며 “과거 한국교회는 수많은 민족사의 위기 속에서 한국사회를 변혁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개혁(reformation)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개혁보다 더 큰 개념인 변혁(transformation)이 필요한 때입니다. 종교개혁 당시 유럽 전역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지만 지금 한국교회는 다양한 종교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국교회 위기 상황 앞에서 교권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어떻게 이 사회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로 사회를 변혁시킬지에 대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신학 커리큘럼은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면서 “서구의 신학 커리큘럼으로 훈련 받은 한국 선교사들이 제3세계 선교지에 다시 서구신학을 전달하는 역할, 곧 김상근 연세대 신학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신학의 ‘중간 거래상’ 역할에 만족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제 한국 선교사들은 선교지 교회가 건전한 자신학, 자선교학을 개발하고 현지에 적합한 교회개척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겁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먼저 건전한 한국신학과 한국선교학을 개발해 선교지 교회에 참고 모델로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 그는 어린이, 청소년, 청장년 등 가족적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패밀리 미션 캠프에서 연령대에 맞는 맞춤식 프로그램, RCOWE 전체모임, 18권역별 선택강의, 폐회 및 파송식 등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한정국 사무총장은 세계선교대회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로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롬12:2)’라는 말씀처럼 개혁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변혁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교회 130년의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귀중한 가르침인, 사회 변혁에 앞장서 온 과거 한국교회의 모델을 신학화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교회 내부적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고(히10:24)’, 외부적으로는 한국사회에서 변혁돼야 할 부분을 한국선교계와 함께 논의하면 좋겠다”며 “한국선교계도 ‘큰 집’과 같은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이 일에 함께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국내 대표적 선교전략가이자 동원가인 한정국 목사는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영학 출신으로 5년 간 국제 무역업에 종사하다 부름을 받고 남서울교회 고등부, 대학부에서 목회 사역을 시작했다. 합동신학대학원(M. Div), 총신대 선교대학원 박사과정을 이수했으며 1985년 국제OMF 선교사로 파송돼 인도네시아 크리스챤대학교 경상대학 국제경제학 교수로 학원 사역, 싱가포르 선교사훈련사역 등에 동참했다. 한국OMF 대표, 예장합신총회 세계선교회 총무 등을 거쳤으며 한국미전도종족입양운동 본부장 등 미전도종족선교에 17년 동안 헌신, 현재 UPMA 이사를 맡고 있다. KWMA에서는 2001년부터 부총무, 총무를 거쳐 2010년부터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