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 선교의 최전선이자, 청년 복음화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군선교 현장을 이끌어 온 군선교 비전2030실천운동(2021~2030)이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국방개혁 2.0에서 국방혁신 4.0으로의 전환, 병력 구조 재편, 첨단 국방 과학기술 도입, 복무 환경 및 병영 문화의 변화, 군종목사와 군선교 사역자의 구조적 제약 등의 변화 가운데 비전2030실천운동도 지속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방향과 전략으로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과거의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비전2040실천운동, 비전2050실천운동에 대한 구상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비전2030실천운동의 신학적 조명과 미래’를 다룬 한국군선교신학회의 군선교신학심포지엄에서는 어느 해보다 군선교 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분석을 제시했다. <편집자 주>

제25회 군선교신학심포지엄
▲제25회 군선교신학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기독교군종교구, MEAK) 부설 한국군선교신학회(군선교신학회, 이사장 김삼환 목사·회장 곽요셉 목사)가 10월 31일 서울 강동 명성교회 글로리아 커뮤니티센터(GCC) 2층 은파홀에서 제25회 2025 군선교신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비전2030실천운동의 신학적 조명과 미래’라는 대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10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린 ‘제2회 육군 군종목사 역량강화 세미나’ 직후 같은 장소에서 이어져, 예년보다 현역 군종목사가 많이 참석했으며, 예비역 군종목사, 군선교사, 예비역 기독 장성, 군선교연합회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1부 경건회는 한국군종목사단장 윤창길 군종목사의 인도로, 한국군종목사단 중앙위원 문효빈 군종목사의 기도, 육군군종목사단장 김택조 군종목사의 성경봉독 후, 군선교신학회장 곽요셉 목사가 ‘나는 생명의 떡이다’(요 5:35~40)라는 주제로 말씀 선포를 했다.

곽 목사는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생을 받았다고 확신한다”며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은 우리에게 영생의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생을 받은 우리는 천국 시민권자로서, 이 땅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영생의 삶을 살아가고, 또 영생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군종목사단 중앙위원 정비호 군종목사의 축도에 이어 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는 인사 말씀에서 “사실 군선교는 ‘현장’과 ‘현장을 뒷받침하는 신학적 이론 및 앞으로의 군선교 방향 정립’의 두 축이 전체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며 “코로나 시기 (군선교가) 좀 약화되었으나, 이제 코로나를 극복하고 군선교를 주도하는 군목, 군선교사, 군선교 교역자들이 함께 군선교신학심포지움에 참여하여 귀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2030실천운동이 중반을 달려가면서 잘 평가되고, 앞으로 힘을 얻어 잘 마무리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곧이어 군선교연합회 총무 양재준 목사의 광고와 군선교신학회 주관 서평대회 경과보고 후 시상식이 진행됐다. 서평대회 결과 △대상=박종민 강도사 △특별상=강필구 군종목사 △우수상=이용재 목사 △장려상=조재선 목사, 차명훈 목사가 수상했다.

2부 군선교신학심포지엄은 이석군 군종목사(연무대군인교회 담임)의 인도로 군선교신학회 신학연구위원장 이규철 목사(안동성결교회 담임)가 기조강연으로 ‘한국 군선교 축적의 역사와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또 전요섭 교수(성결대 교양대학장)가 ‘군종목사의 정체성과 역할: 존재의 사역과 사역의 존재’, 위진섭 군종목사(백두산군인교회 담임)가 ‘비전2030실천운동의 중간평가와 과제(비전2020실천운동과의 비교 및 설문조사 분석을 중심으로)’에 대해 각각 발제하고, 논찬은 김영호 군종목사(문무대군인교회 담임), 김상만 교수(치유목회연구원)가 맡았다.

◇이규철 목사, 한국 군선교의 ‘총요소생산성’ 극대화 방안 제언

이규철 목사는 ‘한국 군선교 축적의 역사와 제언’에서 “국군 창설과 함께 평신도 기독전우에 의해 시작된 한국 군선교 77년의 축적의 역사는 군종목사, 기독전우회(MCF), 군선교사, 군선교연합회, 한국교회의 충헌이 함께 농축되어 한국교회의 선교 자산을 형성한다”며 “특히 한국 군선교는 10년 주기로 ‘전군신자화운동-신앙전력화-군복음화운동-비전2020실천운동-군선교 비전2030실천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현재진행형으로, 한국교회의 전폭적인 동역 속에 주창되고 가속화되는 특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군선교의 비전을 이루는 총요소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한국군종목사단과 한국군선교연합회는 △사명재무장운동 강화 △부흥 열망 △설교 역량 강화 △복음의 접촉점 강화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방안 추진 △포스트 비전2030실천운동 준비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특히 ‘복음의 접촉점 강화’를 위해 “MZ세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중요하다”며 “군 내 복음의 증거자들이 장병들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복음의 접촉점을 형성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함으로써 복음의 선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예배, 교육, 개인 면담을 통해 장병들과 깊은 인격적 유대를 형성하고, 복음에로의 ‘개인적 신앙 결심’을 적극 권면하는 지혜와 열정을 강화해 주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방안 추진’과 관련해서는 “패튼 장군(George Smith Patton Ⅲ)이 강조한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 다음 주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는 말처럼, 매년 기독 장병 10만 명을 한국교회로 파송하는 군선교 비전2030실천운동에 진력하도록 독려하되,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방안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 운동의 파송 체계를 재구성하여 군종목사들의 과중한 파송 업무를 감경하고 복음전도의 탄력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조언한다”고 말했다.

◇전요섭 교수 “군종목사, 종교의례 넘어 ‘존재 자체’로 장병 돌봄”

전요섭 교수는 ‘군종목사의 정체성과 역할: 존재의 사역과 사역의 존재’에 대한 발제에서 군종목사의 정체성과 역할의 본질을 ‘사역의 존재’(being of ministry)와 ‘존재의 사역’(ministry of being)이라는 이중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소개하며 “오늘날 군종목사는 종교의례 수행자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 자체로 돌봄과 치유를 제공하는 ‘존재의 사역’을 하는 것이 군이 요청하는 것이고 군 목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먼저 “군종목사는 군대에서 예배, 성례, 설교, 성경공부, 기도, 전도, 제자훈련, 심방, 상담, 행정, 예식 등 목회 돌봄을 담당하는 기능 및 직무적 존재이다. 또 장병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들과 항상 함께 존재함으로써 위로와 신뢰, 심리적·영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실존적 돌봄의 사역자”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전 교수는 “군종목사의 존재는 단지 예배당에서 거룩한 일을 수행하는 성직자라는 의미를 넘어, 전투 상황 속에서도 포기되지 않는 인간 존엄과 하나님의 동행을 군인들에게 체험시키는 영적 표지라 할 수 있다”며 “군종목사의 가시성은 부대 공동체의 통합성과 전투력 유지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존재론적 사역’의 본보기로, 미국에서는 군종목사가 장병들과 일상 공간에서 상시 동행하며, 이를 통해 부대 전체의 사기와 연대감을 증진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러한 근거로 전 교수는 “마이클 스네이프(Michael Snape)는 군종목사의 ‘존재의 사역’에 ‘확산적(diffusive)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이는 군종목사가 복음전도 차원에서 기독교 교리를 군인들에게 널리 전파(전도)한다는 개념이라기보다, 군종목사의 상징성인 기독교의 대표자, 하나님의 대리자, 성직자, 기도하는 자, 더 나아가 장병들을 위로하는 자, 돌보는 자, 함께 있어 주는 자가 부대에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한 군인들의 인식이 기독교의 확산이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데니스 쿠퍼(Denise C. Cooper) 등은 야전병원 및 의무대 등에서 부상당한 장병들과 함께 있어만 주는 것으로도 장병들이 큰 위안을 얻고, 군종목사에게 상당한 신뢰감과 만족감을 갖게 되었다고 진술한다”며 “군종목사를 빈번히 접촉함으로써 군의 위기 상황이나 전투 상황에서 위안, 위로, 신뢰감과 만족감을 주는 것은 기독교를 확산하기 위한 전략적 방편이다. 이러한 선한 이미지 확산이 직접적인 복음 전도는 분명히 아니지만, ‘확산적 기독교’는 신뢰 가능한 전도 환경으로 만들어 선언적 복음이 전파될 때 수용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목사는 논찬에서 “이 연구는 군종목사가 국가와 교회로부터 이중으로 위임받은 존재로서 ‘사역의 존재’라는 기능적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군이 요청하고 신학적으로 정당화된 ‘존재의 사역’이라는 존재론적 역할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며 “특히 ‘존재의 사역’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신뢰가 낮아지고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장병들의 영적 피난처이자 복음 확산의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결정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군종목사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시간적, 물리적 제약 속에서 이 두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모델이 필요하다”며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평시 요구되는 목사, 참모 장교로서의 임무가 증가하는 현실은 그 균형을 유지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또한 선교 현장과 병영 문화의 변화를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