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라는 용어의 시작
언제부터인가 ‘왕따(Wang-ta, 집단 따돌림)’라는 단어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듣고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친구들 간에, 직장 동료들 간에, 혹은 가정에서조차 미워하는 사람을 그 집단에서 소외시킨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 ‘왕따’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된 것일까?
‘왕따’라는 용어는 1990년대 초반에 한국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일본의 ‘いじめ’(이지메)라는 단어와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いじめ’는 19세기부터 사용되었으며, 주로 학생들 간의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왕따’라는 용어가 대중화된 계기는 1990년대 초, 특히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이다. 당시 언론과 사회에서는 학교 내 따돌림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왕따’라는 단어가 그 당시 문제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왕따’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 따돌림을 뜻했지만, 이후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 직장 내 왕따, 인터넷상의 따돌림(사이버 불링), 사회적 배척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왕따’의 시작은 언제일까?
한국의 대중들이 이 현상에 대한 용어를 접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던 것일까? 왕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이것이 최근에 발생된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었지만, 사실 이 현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던 문제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선시대에 존재하던 ‘면신례(免新禮)’라는 것에서 왕따의 특징에 해당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면신례는 일종의 신참 신고식으로, 새로 뽑힌 관리들을 기존 관리들이 괴롭히는 형태였다. 물론 이것은 신고식의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단순히 한두 번에 그치지 않았고 의도적인 공격적 행위들이었으며 더욱이 힘의 불균형에 의한 괴롭힘이라는 점을 볼 때, 이 모두가 왕따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정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임금이 그런 행동을 못 하도록 명을 내렸다는 기록도 조선왕조실록(중종 097 36/12/10(신유)001; 숙종 033 25/11/22(병진)001)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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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보면, 면신례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특이한 신고식이었음이 틀림없지만 왕따의 특징과 유사한 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즉, 왕따의 특징이 첫째 공격적인 행동이거나 고의적인 ‘harm doing’이며, 둘째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셋째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여 당하는 사람이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는 점들과 비추어 볼 때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왕따 연구의 시작과 변화 양상
외국의 경우 1950년대 중반부터 인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고 차별에 대한 금지 사항 등이 법제화되면서 불링(bulling)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된 반면, 국내에서는 1995년 이후 학교 폭력의 피해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왕따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이후에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국내에서 학교폭력 및 왕따와 관련되어 출간된 연구 논문들은 모두 1997년도 이후이며, 청소년보호위원회, 청소년 대화의 광장, 청소년종합상담실 등의 기관에서 학교폭력의 실태조사와 분석, 대처 방식과 해결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후 왕따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고, 주로 학술지, 대학원 석박사 논문, 그리고 정부 및 교육 기관에서 발표한 연구들이 많다.
즉, 초기 왕따 연구는 주로 왕따 현상의 정의와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주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왕따 문제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교육적 접근과 예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2000년대 이후 왕따 연구는 단순히 현상적 관찰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및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특히 사이버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 심리적 영향, 사회적 차별과의 연관성 등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며, 이를 통해 왕따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2020년대 이후에 이루어진 최근의 왕따 연구의 동향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왕따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이버 왕따와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괴롭힘이 중요한 연구 분야로 떠오르며, 정신건강, 다문화적 요소, 예방과 대처 방안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연구되고 있다. 즉, 피해자 및 가해자 분석, 예방 및 대처 방안, 그리고 왕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왕따’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왕따’ 문제는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건강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에 ‘왕따’라는 용어 사용의 시작과 왕따 현상의 시작, 그리고 그동안 진행되고 변화되어 온 연구들을 살펴보며 우리는 왕따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 11학년 김의진(문화비전코리아 학생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