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익 원로목사 “한 사람 사랑하는 것이 목회, ‘하나님 목회’하는 한국교회 되길”

 “은퇴 후 쉼과 자유함 있지만 처신에 대한 지혜 요구,
은퇴도 목회, 은퇴 전 4~5년 전이 ‘목회 황금기’ 되면 좋아”

47년간 목회 사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난 원로목사가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목회 현황과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또 은퇴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1991년부터 25년간 신촌성결교회에서 목회하며 교회를 성장시키고, 2016년 70세를 맞아 공식 은퇴한 이정익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가 18일 미래목회포럼(미목)이 주최한 포럼에서 은퇴 후 삶과 사역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에 대한 소회와 목회자의 슬기로운 은퇴 준비에 대한 지혜를 나눴다. 이 목사는 현역 목사 시절, 예배에 충실한 목회로 신촌성결교회를 부흥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성총회 총회장, 서울신대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등 한국 교계를 섬기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미래목회포럼 제20-2차 포럼(조찬)에서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 원로의 지혜를 듣는다’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 목사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아무래도 제가 은퇴세대이고 내용 속에 은퇴자의 권위적인 안목이 들어있지 않을까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정신없이 목회하다가 은퇴하고 원로가 된 지 8년 차를 맞이했다”면서 “사역에서 은퇴하는 것은 축복이고 잘 마쳤다는 마음에서 감사함이 있고, 무엇보다 은퇴 후 쉼과 자유함이 보장되어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감사하다. 주일이 다가와도 걱정이 없고, 마음의 쉼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은퇴 후 어려운 점으로는 은퇴목사로서 ‘처신’을 꼽았다. 이 목사는 “현직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은퇴하고 나니 지혜로운 처신이 참 중요하다고 새삼 느꼈다. 적절하게 앉고 일어섬과 갈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헤아리는 처신에 대한 지혜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를 어디로 가야 되나’는 은퇴한 목회자들이 한결같이 겪는 고민이다. 은퇴한 후 떠난 교회에 계속 출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동안 참여해 오던 각종 모임에도 계속 참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역시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된다”며 “은퇴 후 자유함은 주어졌으나, 절제된 지혜의 처신이 요청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현재 한국교회 목회 상황은?

이정익 목사는 이날 “은퇴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면, ‘현직 목회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목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목회자들이 눈물겹도록 열심히 사역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며 예배와 프로그램, 목회의 다양성을 한국교회 목회의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 목사는 “무엇보다 예배의 다양성이 눈에 띈다. 코로나 이후 침체한 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예배 형태가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한다”며 “주일에 인터넷으로 정해진 시간에 전 세계 목회자, 선교사가 예배하는 국제적인 교회가 생기는 등 예배가 상당히 다양화된 것은 코로나가 준 또 하나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의 열정도 새롭게 발견한 모습이다. 특히 젊은 목회자들이 상당히 열정적으로 깊이 있게, 성경도 많이 묵상하여 전하는데, 저는 (그러한) 안목과 열정이 있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익 목사는 또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사되고 있다. 각종 자료가 충분하고 챗 GPT의 출현으로 목회자들 곁에 새롭고 세련된 비서를 둔 격이 되었다. 현대의 목회자들은 많은 자료를 마음껏 활용하는 참 행복한 시대에 목회하지 않나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목회에 신개념이 도입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목회자의 이중직 개념이 자연스럽게 일반화되고 있고, 사회적 목회와 직능 목회, 다양한 기능적 목회형태들이 등장하며 목회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사회가 무섭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적절하게 발맞추어 나가기 위해 현대 목회가 상당히 넓고, 다양하고, 열정적이고, 은사를 최대한 발휘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원로목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늘의 목회에서 극복할 점들은?

이정익 목사는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진지하고 긍정적인 순수한 목회는 아니라는 것도 눈에 보인다”라며 “제일 아쉽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교회성장’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교회에서 ‘교회성장’이라는 말을 구태의연하게 보거나 터부시하고, 아직도 교회성장이라는 말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전도에 대한 소극적인 의식은 교회에서 전도프로그램의 약화를 가져왔고 전도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환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전도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위축되고 전도 분위기가 안 되는 것은 상당히 오류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의 내면에 교회성장에 대한 욕구까지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같은 (전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교회성장의 추구는 성령의 역사이자 교회의 생명 요소로, 교회성장은 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성령 사역의 본질이자 목회 사역의 뜨거운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목회를 끝내고 나니, 교회 갈등이 많은 이유는 교회가 가장 뜨겁게 해야 할 전도가 느슨해져서였다. 자리를 채우고 숫자를 늘리려는 의도가 앞서서 전도하려니 타락도 있다. 그러나 전도는 숭고한 것이고 성령의 역사는 전도에서 나타나니, 전도에 초점이 맞춰진 교회는 갈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성장해야 한다. 전도와 교회성장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며, 성령의 역사는 전도와 부흥 속에서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영성 시대에서 지성 시대로의 급격한 이동과 경쟁적인 목회 지향 방식도 지적했다. 이정익 목사는 “1세대 목회자는 정보에 어둡고 지식에 약점이 많지만, 기도와 열정과 헌신으로 교회성장을 이루었고 탄탄한 목회를 이루고 부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턴을 이어받은 2세대 목회자들은 각종 정보와 자료 활용에 익숙하고 지식이 월등하며 대부분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등 어디 내놓아도 엘리트인데 영성, 열정, 헌신적인 면에서 1세대들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영성 목회에서 지식 목회로 전환했기 때문에 영적 권위는 1세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본질의 문제이기도 한 ‘하나님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하나님께 묻고 목회 원리에 따른 목회가 아닌, 수단과 방법이 지나치게 많이 가미된 목회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단과 방법, 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목회 초점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것이 장점일 수 있지만, 오늘의 성도들로 하여금 목회 본질과 신앙의 본질에서 조금씩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웃 교회와 동기 교회와 지역의 큰 교회와의 경쟁 목회를 지향하고, 지나치게 홍보와 프로그램에 열중하고 부풀리는 목회, 교회 건축을 서두르고 올인하여 인위적으로 부흥을 추구하는 모습들도 하나님을 위한 목회가 아닌, 내 목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익 목사는 “신명기 17장에서 모세가 당시 왕에게 남긴 유언은 병마와 아내, 황금을 많이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종교인들에게 준 유언으로, 이 세 가지가 많으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며 “다윗은 이 말을 유념하여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한 것(삼하 8:6)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솔로몬은 이 세 가지를 다 어겼고, 그 결과 하나님께서 책임을 물어 나라를 둘로 나누셨다. 저 위에서 보시는 하나님이 눈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목회가 본질의 궤도를 떠나게 되면 곧바로 갈등이 유발되고, 그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이 발생된다”라며 “비본질적인 목회의 치명적인 오류로 성도들이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데, 이에 대해 목회자들이 둔감하다”고 꼬집었다.

전문화된 목회 철학의 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전통음식점에서 수십 가지 다 잘 만들면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기도 하다.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오늘의 컨셉에 맞지 않는다”라며 “오늘 잘나가는 음식점들은 전문화된 몇 가지 음식들만 고집한다. 그곳엔 전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분명한 철학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저도 (현역 시절) 그런 철학이 뚜렷하게 없었음을 느낀다. 은퇴하니까 눈에 보인다”라며 “철학도 없이 여전히 모든 분야를 터치하는 목회는 성공하지 못한다. 작지만 강점이 있고 전문적인 강소교회로의 특화된 목회철학이 요청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이 결여돼 있다고도 했다. 이정익 목사는 “1,000~2,000명이 모이는 교회의 일부 목사님들은 한 영혼이 괴로워 실족하고 상처받고 나가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주일에 10~20명이 모이는 교회의 일부 목사님들도 마음에 안 차서 열심히 밤새워 설교 준비를 안 한다. 영혼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며 목회자들이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있는지 되돌아볼 것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성경에서)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바리새인은 죽이려 하고, 예수님은 살리려 한다. 그 여인을 바라보는 초점이 다르다”라며 “예수님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과 상황을 보셨다. 상대방을 사랑하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처럼, 겉모습만 보지 말고 내면을 보고 속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은퇴도 목회다”… 목회자의 은퇴 과정, 자연스럽게 진행되려면?

이정익 목사는 “목회 사역을 정신없이 수행하다 보면 어느덧 은퇴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라며 “70세까지 목회를 성공적으로 해도 은퇴를 모양새 없이 하면 실패한다. 은퇴도 목회이기 때문에, 은퇴를 잘하셔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 목사는 근래 목회환경이 매우 열악해지면서 목회자들의 은퇴 환경도 더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은퇴 1~2년을 앞두고 목회자들이 내몰리는 경우들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 교회들은 원로에 대한 예우, 주거 문제, 후생 문제 등이 부담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늘 목회환경이 급격하게 새롭게 재편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세대 당회원들의 출현으로,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도 있음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은퇴도 오래전부터 준비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은퇴 후 주거 문제나 생활대책 등의 준비는 스스로 오래전부터 세워두면 좋다. 은퇴하면 최하 20년은 더 사셔야 되는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계획이 없으면 안 된다”라며 “그리고 만 70세까지 고집하지 말고 1년 정도 미리 은퇴를 구상하면 교회가 굉장히 여유로워진다. 그러면 은퇴 프로세스가 부드럽다”고 조언했다.

특히 “목회자들의 은퇴가 2~3년 남았을 시기가 ‘목회 마무리의 마의 고개’로, 그때 잘못하면 다 어그러질 수 있다”라며 “은퇴 마지막 날까지 목회하겠다는 생각은 자기를 위한 철학일 수는 있어도 교회를 위한 철학은 아니다. 교회로서는 목회자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하루가 천 년같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후임자 선정과 은퇴 후 대우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은퇴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는 후임자는 내가 선정하겠다는 고집이다. 목회를 아무리 잘했어도 후임자를 내가 선정하겠다고 하면 교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이웃교회 목사님만큼만 대우해달라는 요청도 함구하면 좋겠다”라며 “이는 평생 쌓아온 목회자의 덕목과 인식을 단번에 허물어 버리는 조건들로, 두 문제는 교회에 맡기는 것이 좋고, 할 수 있다면 측면에서 조언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마라톤 마지막 지점에 가까워져 오면 급피치를 올려야 하듯, 은퇴 4~5년 전부터 급피치를 올려 은퇴 시점에 이르러 내 목회 전체에서 최절정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때는 해외에 나가는 것을 줄이고, 안식년을 달라고 하면 교회가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40년 목회를 마친다면, 목회 40년 가운데 은퇴 2~3년 전이 최고로 올라가 황금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은퇴 시점에 레임덕이 발생되지 않고 은퇴 과정이 자연스럽고 만족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지혜로운 목회자라면 이 부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금방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퇴 목회자가 준비해야 할 4가지

이정익 목사는 “은퇴를 잘 마쳐도 준비해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다”라며 ‘정서 공간’, ‘만날 사람’, ‘아침을 먹고 갈 곳’, ‘매 주일 예배드릴 교회’에 대해 언급했다.

이 목사는 “첫 번째, 은퇴 후 나 혼자 머물고 생각할 정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집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며 “그 공간은 자주 다닐 책방, 도서관, 각종 모임과 대화방 등으로,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두 번째, 만날 사람들을 준비해야 한다. 은퇴한 후 어울릴 곳이 있어야 하고 대화를 나눌 친한 동료나 이웃이 있어야 한다”라며 “은퇴하기 전부터 만날 사람들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 후 20년 동안 제일 좋은 동반자이자 대화의 상대자는 배우자다. 부부가 1주일에 2~3일 식사하고 사모가 건강하도록 힘써야 한다. 사모들이 지금부터 건강을 잃으면 은퇴한 이후 그러한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세 번째, 아침을 먹었으면 갈 곳을 마련해야 한다. 은퇴 후 몇십 년을 보내야 하는데 매일 아침 먹고 갈 곳이 없다면 큰일”이라며 “혼자 고고하게 목회한 분들이 의외로 어울릴 동료가 없고,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별로 없어 이 부분이 취약한 것은 큰 문제다. 또 지금부터 자금 확보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는 “네 번째, 매 주일 예배드릴 교회를 지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은퇴하면 제일 어려운 것이 주일날 갈 교회”라며 “본교회 출석은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고, 옵션이다. 추천하는 것은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교회, 교파와 교회 크기를 불문하고 새벽기도 다니기에 가장 좋은 교회가 좋다”며 “그 교회 담임목사를 초청해 식사하면서 교회에 출석하겠다고 말하면 부담 갖지 않는다. 그러면 주일날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니는 문제는 사라지며, 작은교회에서 자리도 채우고 헌금하고 기도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영혼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부끄러워”

이 목사는 이날 “결론적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목회였는데, 정말 ‘하나님 목회’를 했느냐 하면 부끄러움이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은퇴 후에 아쉬움이 너무 많다. 너무 바쁘게 일했는데, 뭐 하느라고 바빴냐고 하면 대답 거리가 없다. 산에서 금식기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가도 5분 살짝 기도해 주고 나왔다. 5분 있다가 나오지 말고 차분하게 20분 동안 (환자의) 그 손을 잡고 기도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후회의 뜻을 비쳤다. 또 “대부분 목사님이 입관예배 할 때 시간에 딱 맞춰 가서 예배드리고 앉아서 얘기하고 30분 만에 돌아오는데, 담임목사님이 1시간 전에 가서 염을 할 때 마지막 고인의 손이라도, 얼굴이라도 닦아주는 일을 한다면 가족들은 그 담임목사님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니까 그게 목회였는데, 그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라고 한탄했다. 이 목사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부끄러움이 있고 만족하지 못함이 있다. ‘하나님 목회’를 했냐고 물으면, 저는 위선자이다. 사람들은 (제가) 목회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는데, 저는 내면적으로 죄송하고 미안함이 있다”고 고백했다.

◇변화된 환경 가운데 목회 대안은?

질의응답 시간에 이정익 목사는 과학기술과 문화가 발달한 시대에 현명한 다음세대 목회 방안에 대해 “젊은 층이 교회에 안 들어온다고 하는데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교회가 따로 있다”라며 “30~40년 전에도 젊은이들은 (교회에) 안 왔다. 오히려 요즘은 조금만 관심 가져도 교회에 올 수 있다. 목회자의 목회 초점이 중요하고, 담임목사의 은사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젊은이 목회가) 꽃피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세대에 (초점을) 두었다면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재정 투자를 하고 지도자를 세우면 젊은이들이 모인다”라며 “시대를 보고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자꾸 눈여겨보면 그것을 시도조차 못하게 되는데, 다음세대에 관심을 가져줄 때 사람들이 모인다. 저는 그것을 체험했고, 그것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이 목사는 특히 “200~300명이 모이지만 어느 대교회보다 강소교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 제 목회철학”이라며 “예를 들어 ‘예전’에 정통해서 악센트를 둔다면, 상징성과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에 (목회가) 가능하다. 선교도 그 교회의 70~80% 역량을 선교에 집중하면 일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시 목회한다면 최대 300명 정도의 교회를 목회하고 싶다. 선교에 방점을 두고 1년 내내 선교에 대한 말씀, 기도, 후원, 훈련을 하고 여름에는 일정 기간 아웃리치 하고 돌아와서 몇 달 동안 보고대회 하면 1년 내내 뜨거워진다”며 “저는 그것을 작지만 아주 강한 교회, 강소교회라고 본다. 큰 교회를 이루려는 욕심만 버리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교회가 초점이 분명하면 갈등과 분열이 없는데, 소명감, 교회론, 하나님 중심 등 초점이 약하니 자꾸 갈라진다”며 “목회는 전도를 강하게 해야 하고, 전도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또 목회자들이 우를 범하는 것 중 하나가 (성도들에게) 자꾸 나가서 전도하라고 하고 자기는 전도를 안 한다. 그러면 전도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학생들도 신학 공부가 끝나기 전에 전도훈련을 아주 강하게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전도해온 사람들을 정착시키는 기술을 배우고, 제자 만드는 것을 훈련하면 개척이 쉽다”며 “전도에 성령의 역사, 변화와 회심의 역사가 있으니 누구도 분열과 갈등이 없다.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교회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목회의 기초를 든든하게 세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미목 중앙위원 김영복 목사(사랑과평화의교회)의 사회로 이사 설동주 목사(과천약수교회)의 개회기도,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의 인사말, 이정익 목사의 발제, 집행위원장 박재신 목사(은혜광성교회)의 논찬, 이사장 이상대 목사(서광교회)의 총평, 질의와 응답, 김영복 목사의 폐회기도, 신입 회원의 인사 등으로 진행됐다.

이동규 대표는 “저는 원로목사님을 14년째 모시고 있는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어려운 일들과 곤경에 처할 때 멘토가 되어주실 분이 있어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한국교회 원로목사님들, 또 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감당하시고 일선에서 물러나신 원로목사님들은 교회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교계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이 조찬포럼은 한 교회와 한 목회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교계가 다 같이 귀 기울이고 마음 가운데 담아야 할 주제로, 우리뿐 아니라 교계의 모든 목사님과 성도들에게도 새겨지는 귀한 기회가 될 줄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재신 목사는 논찬에서 “과학의 시대, 지성만능주의로 간다 할지라도 목회자들만큼은 영성을 회복하고 영성의 시대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도 한 영혼을 사랑하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이 주신 사역을 감당하면서 은퇴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1세대 목사님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다음세대 목회자들이 한국교회를 더욱 부흥시킬 것을 기대하면서 이정익 목사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대 목사는 총평에서 “저도 은퇴가 4~5년 남았는데 뜨끔뜨끔한 것이 많아서 새로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목사님의 말씀으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면 좋겠고, 미목이 그것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신입 회원으로 남기곤 전주 순복음참사랑교회 담임목사가 인사했다. 미래목회포럼은 오는 6월 24~26일에는 2024년 리더십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