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두 가지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하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폐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에서의 낙태 논쟁은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동안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을 주 정부와 의회에서 제정하려고 할 때 1973년 대법원의 위헌 결정 때문에 불가능했으나, 이제는 가능하며 많은 주 정부가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판결은 ‘총기 소유를 허가받더라도 집 밖에서 권총을 소지할 수 없고, 공공장소 휴대 시 사전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뉴욕주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공장소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개인의 총기 소지를 제한한 100년 전의 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총기를 공공장소에서 특별한 제한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소지할 수 있게 됐다. 마치 서부 개척 시대와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낙태 제한과 총기 소지와 관련해 보수, 진보 진영 모두 무고한 생명 존중과 개인의 자유 존중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적용 지점이 상반되어 있다.
▲낙태 제한과 총기 소지와 관련해 보수, 진보 진영 모두 무고한 생명 존중과 개인의 자유 존중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적용 지점이 상반되어 있다.

위 두 개의 결정은 연방대법원 판사 중 다수가 보수 성향으로 바뀌면서 일어났다. 이러한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남부 보수기독교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었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과정에서 고민은 그의 개인적 성품과 그의 기독교적 정책 사이 인테그리티(언행일치)의 부조화였지만, 대부분의 보수기독교가 그를 지지했었다. 이러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등 진보 측의 입장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낙태법과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총기 사용 허락 모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 진영은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제한’해야 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총기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진보 진영은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사용을 제한’해야 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낙태를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진영 모두 무고한 생명 존중과 개인의 자유 존중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적용 지점이 상반되어 있다.

트럼프 선거 캠페인 당시 그를 지지한 기독교인이 사용한 구호는 ‘하나님, 총, 가정’(God, Gun, Family)이었다. 하나님이 세운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의 개인 총기 사용권은 사실 1791년 첫 헌법 수정안에서부터 들어가 있었던 것이고, 당시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한 청교도들은 어떤 권한도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이를 지지했다. 미국에서 총기 난동 사건으로 그렇게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는데도 이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 뒤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총기 사용 제한법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그룹이 총기협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독교인들이 가진 가치관이 실제 삶에서 적용되는데 직면한 다양한 측면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은 원래 낙태가 불법으로 되어 있던 나라다. 그런데 2019년 대법원이 기존의 낙태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여, 2021년 말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범위에 관련된 법률을 국회가 제정해야 했다. 그러나 총선 등으로 인해 그 논의가 미뤄진 상태이다.

또 한 가지 논쟁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에 있어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제한 항목 때문에 기독교 세력과 진보 세력이 충돌하면서, 이 법 제정도 2024년 5월로 연장되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낙태문제보다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쟁이 더 뜨거웠다. 기독교인은 낙태문제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고, 동성애 문제로 단순화된 차별금지법 철폐에 상당히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실제 여기에는 문화적 배경이 있다. 현재 50대 이상 장년 세대까지만 해도 정부의 인구억제 정책 때문에 산아제한이 장려되면서 불법 낙태가 방조 되었다. 기독교인들도 무지로 인해서 많은 가정이 낙태를 경험한 상황이기에 교인들의 낙태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단에서 동성애 문제는 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낙태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반면 동성애는 기독교인의 현실적인 문제와 좀 떨어져 있는 일부 집단의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 기독교인을 포함해서 많은 청소년에게 동성애 문제는 점차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한철호 선교사
▲한철호 선교사

갈 길이 멀다. 우리 교회가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를 통한 대안을 마련하여 접근하지 않고, 동성애 문제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접근하거나, 낙태와 관련된 우리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회개와 변화가 없이 접근한다면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복음을 드러내는 힘은 그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생명을 창조하신 이가 하나님이시고,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