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윤성렬 목사, 배재학당 초기 졸업생으로 선교사들을 도와 평생 목회활동을 하였다. 은평천사원의 설립자이다
▲산초 윤성렬 목사, 배재학당 초기 졸업생으로 선교사들을 도와 평생 목회활동을 하였다. 은평천사원의 설립자이다
1897년 배재를 입학하여 아펜젤러에게서 직접 교육을 받은 윤성렬 목사1)는 배재학당의 당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펜젤러 당장(堂長)은 1886년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當爲人役)이라는 당훈(堂訓)을 지었다. 마태복음 20장 26~28절을 옮긴 이 당훈은 한학자이며 학당 서기로 있던 조한규가 한역(漢譯)하였다. 기독교 전도를 위한 가교(架橋)로서 우선 학당을 세운 것이긴 했지만 아펜젤러의 이념(理念)은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근대문명의 지식을 넣어주어 기독교 진리를 실천하며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자는 것이었다.”2)

개교(開校) 7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배재사』에서는 「욕위대자 당위인역(欲爲大者當爲人役)」이라는 이 당훈(當訓)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대자(大者)라는 말은 크고 훌륭한 한 사람 또는 착한 사람, 고상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서 요구하는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크고 착하고 높은 인물이 되려면 체력(體力)이 강해서가 아니고,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지성(知性)이 크고 의지(意志)가 강하고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회와 국가 인류가 요구하는 크고 착하고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펜젤러가 만든 배재학당 교훈
▲아펜젤러가 만든 배재학당 교훈
인역(人役)이라는 말은 남을 종을 다루듯이 부리거나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다. 남에게 쓰임을 받으려는 높은 깨달음을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다면, 총이나 검이 필요 없고 원자탄이나 수소탄이 소용없을 것이며, 이러한 인류 파멸의 전쟁 군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쓰임을 받으려는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가지고 온 정신인 것이다.

인류를 위한 예수의 희생과 봉사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의 33년 동안의 생활은 남을 위한 부림을 받는 생활이었다. 그는 집도 없고 재물도 없고 권력도 없고 아내도 없이 온전히 일생을 인류를 위하여 살았다. 이러한 섬김은 배재의 교육 목표인 동시에 정신인 것이다. 우리가 비록 크게 인류를 위한 봉사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몸을 던져 민족의 행복을 위해 바치려는 것이 배재 교육 정신의 커다란 노선이다. 이와 같은 교육 정신으로 교육받은 많은 졸업생이 사회 각 분야에서 큰 애국심을 가지고 개교 이래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3) <계속>

[미주]

1) 산초(山艸) 윤성렬(尹聲烈) 목사는 1885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한새울에서 태어났다. 선생은 13살이 되기까지 고향에서 한학을 공부하다가 신학문을 열망, 1897년 배재학당에 입학하여 1902년에 졸업하였다. 졸업 후 공주 영명학교에서 영어 교사를 하다가 1917년 협성신학교(현 감리교신학대학)에 입학, 이듬해 정식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선생은 아현교회, 마포교회, 공덕교회, 한남동교회, 은평교회, 성광교회 등 여러 교회를 직접 창립하여 시무하거나 어려운 개척교회에 투신, 그리스도 공동체의 신앙적·물적 토대를 공고히 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도 이승만 박사, 장덕수, 송진우 선생 등과 두터운 교분을 가지며 독립운동가들을 도왔으며, 해방 후에는 역대 독재정권에 대해 비판적 발언과 태도를 견지하는 등 애국애족정신에 투철하였다. 6·25 동란 직후에는 거리에 넘쳐나는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은평천사원을 설립, 우리나라 사회사업의 단초를 열었다.

92살의 나이인 1976년, 서울대학교 ‘오둘둘 사건’(유신에 반대하여 할복자살한 서울 농대 김상진 군의 장례식을 기화로 시위를 벌인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되었던 학생 2명을 집에 숨겨주었다가 발각, 면전에서 수갑을 차고 중앙정보부로 연행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쓰러진 후 건강을 다시 찾지 못하고 이듬해 그리스도에 몸 바쳐 온 일생을 마감하였다.

2) 윤성렬, 『도포입고 ABC 갓쓰고 맨손체조』, p. 22.

3) 김세한, 『배재사(培材史)』, p. 50-51.

김낙환 박사(아펜젤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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