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는 순교의 역사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 성장의 씨앗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과 성경의 진리를 순교로 지키지 못한 교회는 희망이 없다. 기독교회는 역사의 고비마다, 결정적 순간마다 교회의 세속화와 박해 속에서도 순교로 교회의 정통성을 사수해 왔다. 순교자들이 생명의 복음을 지키고 순교의 잔을 마시기 전에 그들이 남긴 말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
종교개혁의 새벽 별인 체코의 얀 후스(Jan Hus)를 생각해 보자. 그는 체코 프라하의 예루살렘 채플에서 설교하면서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법칙은 하나님의 말씀이다!”라고 외치다가 1415년 로마 카톨릭 교황의 지시로 화형에 처하게 되었다. 그는 장작더미에서 불길이 온몸을 덮쳐 올 때, 사랑하는 지스카(Ziska) 장군에게 말하기를,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진리를 지켜라! 지금은 거위 한 마리가 타 죽지만 장차 여기서 백조가 나오리라!” 말하고 운명했다. 그의 말대로 꼭 100년 만에 마틴 루터가 나왔다.
한편 순교자 박관준 장로님은 통역 안이숙, 아들 박영창과 더불어 일본 중의원 참의원 개회식에 잠입해서 의장이 개회 선언을 하는 순간 회의장 2층에서 벼락같이 고함치기를 “여호와의 대명이다! 대 일본제국은 반드시 패망하리라!”고 외치면서 현수막을 늘어뜨리고, 삐라를 살포했다.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정의를 외쳤다. 그리고 그는 현장에서 체포되어 6년의 옥살이를 하다가 순교했다.
순교하기 얼마 전에 죽을 사(死)자 열두 자를 이용해서 한시를 지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예수께서 날 위해 죽었으니 이제는 내가 예수를 위해 죽을 차례다!”고 외치면서 그렇게 그는 장렬히 순교했다. 참으로 멋지고 통쾌하다. 그는 의사였고 장로였는데, 일제의 신사참배를 우상숭배라고 질타하고, 신앙의 정조를 지킨 평신도의 대표였다.
벨기에의 귀도 더 브레스(Guido de Bres)는 일찍이 칼빈에게서 신학을 배우고, 철저한 개혁주의 신앙을 가졌는데, 그는 벨직 신앙고백서(Belgic Confession of Faith)를 작성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는 47세의 나이로, 로마 카톨릭과 정부의 합작으로 교수형을 당하고 순교의 잔을 마셨다. 그는 40세에 결혼했고 결혼 7년 만에 순교했는데, 교수형을 며칠 앞두고 감옥에서 사랑하는 아내 케더린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나는 그 편지를 우리 말로 번역해서 소중히 간직하고, 강의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읽어 주는데, 지금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내가 사랑하고 우리 주 예수님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아내에게. 당신의 고난과 고통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지나치게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오. 우리가 결혼을 했을 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횟수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소. 그러나 주님께서는 인자하시게도 우리에게 7년을 주셨습니다. 만약 주님께서 우리가 더 오랫동안 함께 살기를 바라셨다면, 주님께서는 쉽게 그리하셨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않았군요. 그러니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합시다. 더욱이 내가 원수의 손에 들어간 것이 우연이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하시오. 이와 같은 생각이 나의 마음을 기쁘고, 평화롭게 해주니 나의 사랑하고 충실한 동반자인 당신께서도 나와 함께 기뻐하고, 좋으신 하나님께 그렇게 하시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기를 간절히 바라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전적으로 선하고 의로운 일만 하시기 때문이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주님 안에서 위로를 받고, 당신 자신과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주님께 맡기시오. 주님은 과부의 남편이 되시고, 고아의 아버지가 되시니, 주님께서는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으시고, 당신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내가 많이 사랑하는 Catherine 안녕히! 나는 나의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로해 주시고, 당신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따르게 해달라고 기도하겠소. 당신의 진실한 남편 귀도 더 브레스로부터」
나는 귀도 더 브레스가 감옥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에 뜨거움과 전율을 느낀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위해서, 성경의 진리 파수와 주의 나라와 교회를 위해서 기꺼이 교수대의 자리에 나아갔다.
한국교회 목사님들이여! 설교시간에 인문학 강의는 이제 그만하고, 번영주의 신앙은 그만 외치고, 복음과 함께 고난받으면서 순교적 각오로 진리를 파수하자! 그래야 한국교회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