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회개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승화
회개는 나부터…다시 회개운동으로 통일해야
통일은 과정, 아시아·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참석자 단체사진.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문화 발전,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가 서울 삼성제일교회 대예배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도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로 순서자 등 최소 인원만 현장에 참여하고, 유튜브와 줌으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1987년 민족화합기도회를 시작한 발기인 5인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산 증인인 정근모 장로(전 과기처 장관, 전 명지대·호서대 총장)는 환영인사에서 “1987년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믿는 사람이 기도밖에 할 수 없어 이 운동이 시작됐다”며 “이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고, 대한민국이 희망의 횃불로 전 세계를 밝혀야 한다. 우리 모두 하나님이 주신 초일류 대한민국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정근모 장로는 이날 환영인사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초일류 대한민국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도하자”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민족을 가슴에 품고 화합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열린 기도회 1부 예배에서 이정익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증경총회장, 신촌교회 원로)는 ‘지금은 기도할 때’라는 주제로 말씀을 증거했다. 이 목사는 “일제에 의해 민족이 탄압을 받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정치화된 한국교회는 민족과 함께하면서 성장했다”며 “1905년 비정치화를 수용한 이후에도 속으로 불태우는 ‘내연’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때 회개운동과 사경회, 성경공부, 도덕운동, 새벽기도 등으로 잠재력과 영성이 터져 나오고 교회가 크게 부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30년 기독교 역사 가운데 가장 뜨거운 시기가 이 시기였다”며 “12년이 흘러 1919년 영적인 힘,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폭발적으로 외연하는 모습이 3.1운동이며, 이 3.1운동과 이후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민족에게 용기와 희망, 저항심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정익 목사는 또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세가 출애굽을 모르는 세대에게 전한 유언을 인용하면서 한국교회 역시 “옛날 일을 기억하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미완의 과제인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는 등불과도 같았다. 나라가 몰락할 때마다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여기까지 왔으므로 더욱 기도해야 한다”며 “지나간 해방은 지나간 역사라면, 다시 와야 할 해방은 남북통일로, 34년 된 이 기도회를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반드시 선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이정익 목사는 1부 예배 설교에서 “지나간 해방은 지나간 역사라면, 다시 와야 할 해방은 남북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어 ‘세상과 교회를 위한 기도’로 장폴 목사(한국전력그룹선교회 지도목사), 이선희 장로(C-LAMP)가 차례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치유 회복을 위하여 △평화통일의 새 역사를 위하여 뜨겁게 기도를 인도했다.

특별히 마련된 ‘다음세대가 본 3.1절’ 순서에는 노준우 학생(봉은중 1학년)이 ‘시베리아의 난로 최 페치카,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읽고 난 후 감상을 전했다. 노 군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여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이들과 싸우고 있다. 100여 년 전 최재형 선생이 연해주에서 독립을 위해 싸우고 노력한 일이 21세기인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공부하고 지나간 세월의 뼈아픈 고통을 공감하며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며 “세계 열강 사이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민족이 아닌,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후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이덕주 교수는 “100년 전 나부터 되찾는 회개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승화된 것처럼, 오늘 우리가 다시 철저한 회개운동으로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통일운동의 과업과 아시아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을 제안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2부 세미나에서 ‘삼일운동, 그 미완의 과제, 통일을 넘어 평화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덕주 교수(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이날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온 지 25~30년밖에 지나지 않아 일어난 평양대부흥운동이 3.1운동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평양대부흥운동은 단지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는 데서 끝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양심을 회복시키고 윤리적 기준을 그대로 실천하게 한다”며 “기독교인들의 선한 행실을 보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인들을 존경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며, 이것이 3.1운동의 원동력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록 1.5%밖에 안 되는 기독교인들이지만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 지도자들이 하는 말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며 “부흥운동이 없었다면 한국교회는 정화되지 못했을 것이고 대사회적인 지도력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민족대표로 서명한 기독교 대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제일 먼저 하나님께 기도했고,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고 운동에 참여했다”며 “그래서 저는 3.1운동을 단지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기 위한 종교저항운동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민족화합의 노래로 ‘민족을 위한 기도’(조운파 작사, 손정우 작곡)를 부르면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이 교수는 “3.1독립선언서를 보면 핵심은 독립이지만, 독립이 끝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독립을 통해 우리 민족이 자주민주국가가 되어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 선배들의 가르침을 따라 오늘 우리도 통일이 목적이 아니라 통일을 넘어 평화까지 내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샬롬(shalom, 평화)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쉐렘(shelem, 온전·완전·화합)이라는 단어에서 왔다”며 “잃어버린 하나가 제자리를 찾을 때 하나님께서 원래 만들어놓으신 본모습으로 회복되는 그것이 바로 평화다. 100년 전 나부터 되찾는 회개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승화된 것처럼, 오늘 우리가 다시 철저한 회개운동으로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한국교회의 떨어진 권위와 존경을 회복하며 통일운동의 과업을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1부 예배는 성창용 목사(충무교회)의 사회로 진승호 장로(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대표회장)의 대표기도, 백영현 장로(삼성제일교회)의 성경봉독, 그라티아 혼성중창의 특송에 이어 이정익 목사의 말씀, ‘세상과 교회를 위한 기도’, 김수영 권사(시인, 동화작가)의 축시, 애국가 제창, 정기선 장로(RUK운동협의회)의 인도로 만세삼창, 이정익 목사의 축도로 드려졌다. 2부 세미나는 윤성원 목사(삼성제일교회)의 사회로 정근모 장로의 환영인사, 손정우 장로(삼성제일교회 원로)의 특별연주, 이덕주 교수의 세미나, 유태환 장로(민족화합기도후원회 총무)의 단체소개 및 광고, 민족화합의 노래, 이도재 장로(Korea CEDAR)의 마침기도 등으로 이어졌다.

제34회 3.1절 민족화합기도회
▲민족화합의 노래로 ‘민족을 위한 기도’(조운파 작사, 손정우 작곡)를 부르면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민족화합기도회’는 1986년 미국 세다 그룹(Cedar Group) 예배 가운데 민족 화합을 위해 기도하라는 소명을 받은 정근모 장로가 1987년 초 귀국하여 고 최태섭 장로(전 한국유리 회장, 전 한국경영자 총연합회 고문)의 전폭적인 지지로 고 김인득 장로(전 벽산그룹 회장, 전 총회신학교 재단 이사장), 고 이한빈 장로(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전 숭전대 총장), 고 서영훈 장로(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전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대표) 등 5명의 발기인에 의해 1987년 3월 시작한 초교파 평신도 기도운동이다. 1987년 5월 15일 첫 기도회 이래 매주 토요일 오전 기도회를 열어 1,500회 이상 모임을 이어왔다. 1988년 3월 1일에는 제1회 민족화합기도회를 개최한 이후 매년 3.1절을 맞아 예수 안에서 진정한 민족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민족화합기도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 기도회는 삼성제일교회, 충무교회,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민족화합기도후원회가 공동주관하고 국가조찬기도회, 국가기도운동본부, 한국전력그룹선교회, C-LAMP, Korea CEDAR, RUK운동협의회, CBMC, 국제기증본부가 공동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