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현숙 폴리 대표(왼쪽)가 에리트레아 교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가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기독교 박해국인 에리트레아 교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법을 강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달 초 한국VOM 사역자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는 물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교인을 도울 수 있도록 긴급 훈련을 실시했다. 현숙 폴리 한국 VOM 대표는 "오랜 세월 기독교인을 극심하게 핍박한 나라 중 하나인 에리트레아는 카톨릭, 개신교 루터교, 콥트교, 이슬람 수니파 등 4개 종교만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나마도 매우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제한다"며 "개신교에서는 루터교회만 인정되므로, 다른 복음주의 교회는 결국 지하로 내려가야 하고 결혼식, 장례식 같은 의식도 철저히 비밀리에 치러야 한다"고 알렸다.

에리트레아에는 10년 넘게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는 목회자들이 많으며, 이들이 수용되는 감옥은 뜨거운 사막에 놓인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가혹한 핍박을 피해 이웃 국가인 에티오피아로 탈출해 난민 생활을 하는 성도들도 많다.

폴리 대표는 "작년 에리트레아 난민에 국경을 개방한 공로로 에티오피아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사실 에리트레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가 국경을 개방하기로 협상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에리트레아가 국경을 다시 폐쇄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트라우마 치유 훈련에는 폐쇄된 국경을 어렵게 넘어온 에리트레아 목회자를 비롯하여 에티오피아 북부 국경에 있는 에리트레아 난민 캠프에서 온 목회자 등 총 36명이 참석했다. 폴리 대표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많고, 가족을 잃은 사람, 감옥에서는 나왔지만 고질병과 장애를 안게 된 사람도 있다"며 "그들은 평안을 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감당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에리트레아 교회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 사역을 진행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이번 훈련에 참여한 한 여성은 몇 년 전 남편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순교했으며, 자신도 독방에 갇혔다. 교도관에게 강간을 당한 뒤 에이즈에 감염됐고, 석방된 후에도 수치심에 자신의 고통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기고 있었다. 에이즈약을 받으러 병원에 갈 때도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폴리 대표는 "그 여성을 만나 트라우마를 치료하면서 시편 34편 4~5절('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을 암송하라고 처방했다"며 "수치심이 들 때마다 이 구절을 큰 소리로 외우라고 말했고, 그 여성은 수치심 때문에 남몰래 고통당하는 똑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위해 자신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기독교대학에서 트라우마 극복 테라피를 전공하고 임상 상담 석사학위를 취득한 현숙 폴리 대표는 작년 12월 아프리카 카메룬을 방문해 현지 목회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도왔다. 또 현지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과 벨기에, 태국에서 활동하는 사역자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는 "어떤 기독교인이 핍박을 받을 경우, 전 세계 교회가 가장 먼저 보살펴주어야 할 부분이 바로 트라우마 극복"이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으면, 핍박받는 나라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전 세계 교회가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원조나 예배당 건축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VOM은 에리트레아 순교자와 기독교인 수감자 가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 중이다.(www.vomkorea.com/donation)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