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회의사당
▲인도 뉴델리에 있는 국회의사당 산사드 바반(Sansad Bhavan) ⓒ위키미디어
지난 12월 11일 시민법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Bill)이 인도 상원을 통과하였습니다. 이 법안은 12월 9일 하원에서 311대 80으로 압도적인 찬성을 얻었고, 12월 11일 상원에서는 125대 105로 무난히 통과해서 이제 대통령의 사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개정된 시민법의 주된 내용은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3개 나라에서 소수종교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힌두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파시, 기독교에 속한 사람들이 인도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기존에는 11년이라는 기한이었는데 5년으로 줄어들었으니 상당한 기간이 줄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외부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 북동부의 주 아쌈 지역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2백만 명이 최종 시민 명단에서 제외되어 무국적자가 되거나 강제추방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번에 개정된 이민법이 세 개 나라에서 핍박 때문에 인도로 피해서 들어온 소수종교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무부 장관 아미뜨 샤는 인도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가리켜 '침입자' 또는 '좀벌레'라고 지칭하면서 인도를 무너뜨리는 존재들로 묘사를 하였는데요. 결국 이 말은 무슬림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가 됩니다.

모디 수상은 이 법안의 통과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법안의 통과가 "인도를 위해서, 또한 인도의 긍휼과 형제애의 정신을 위해서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칭송하면서 "이 법안이 오랫동안 핍박을 받아 온 많은 사람의 고통을 완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이 법안의 반대자들은 이 법안이 결국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힌두국가를 추진하는 것이며 인도헌법에서 주창하고 있는 세속국가의 가치나 다원주의 국가의 이상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종교의 자유를 위한 미국 위원회(the U.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에서도 이 법안을 위험스러운 전환(dangerous turn)이라고 규정하면서 인도가 지닌 세속적인 다원주의의 오랜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무슬림 단체는 이번에 있었던 시민권 개정안이 앞으로 추진될 힌두국가 건설이라는 큰 그림의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무부 장관이 일컬었던 좀벌레가 결국 무슬림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무슬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떨쳐 버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법안의 통과되자마자 상대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 북동부 지역에서 과격한 시위와 폭력 사태가 뒤따르면서 군대가 동원되고 인터넷 서비스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수많은 외부인이 시민권을 얻게 됨으로써 자신들이 조상 적부터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인종적인 구성과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망가질 뿐 아니라 취업의 기회도 대폭 박탈당하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델리의 무슬림대학에서는 과격한 시위로 한 명이 총에 맞아 죽고 수백 명이 부상하는 불상사도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 법안의 상원 통과 이후 야당의 대표 격인 국민회의당은 이번에 개정된 법안이 2억이나 되는 무슬림 인구를 소외시키는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이 문제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경고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해서 종교 간의 갈등을 촉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정치적인 태도가 필요할까요?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어야 할까요?(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