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순종으로 이어져 일어난 '실로암의 기적'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 할 수 있어
영적 장애가 가장 어려워...먼저 나를 내려놓아야
1983년 4월 30일 토요일 임진강이 펼쳐진 서부전선. 전자공학을 전공하여 방공포병 부대에 자원한 20세의 청년은 전우들과 진지를 돌면서 레이더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었다. 정비를 마치고 막 돌아서는 순간, 레이더 시스템이 갑자기 폭발하며 수백 개의 파편이 강한 충격과 함께 날아와 그를 공격했다. 얼굴이 갈기갈기 찢기고 뜨거운 피가 폭포수와 같이 눈, 코, 입과 목덜미를 타고 온몸에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죽는구나!' 의식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전우들에게 "미군 적십자병원에 나를 이송해달라"고 말한 후 정신을 잃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었으나 깊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거쳐 주님을 만나고,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우들의 재활과 선교, 봉사 사역에 평생을 바친 목회자가 있다. 미주 유일의 시각장애우를 위한 선교기관인 비전시각장애인센터(HSMA, Hope Sight Mission Association) 대표 추영수 목사(5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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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수 목사는 이날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이 시각장애우를 치유하는 장면을 소개하며 차분히 간증을 이어나갔다. "예수님이 날 때부터 소경된 형제를 보시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하신 말씀에 굉장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 추 목사는 "성경 본문에서 시각장애우 형제는 믿음과 순종으로 육신의 눈을 밝히 떴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믿음의 눈까지 열렸다"고 증거했다. "더 나아가 내 속에 계신 구원의 주이신 예수님을 발견한 그가 이제 주님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거하기 시작하는 놀라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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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함께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눈을 제거하라는 권유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떠보고 싶어 수술을 받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결국 눈을 뜨진 못했지만 '눈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각장애인 사업가로 10년 가까이 열심히 노력하여 넉넉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살아갈 힘을 키웠다. 그러나 평온하고 순탄한 삶도 잠시, 욕심을 내 투자를 했다가 그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고통과 원망의 나날 속에서 방탕한 삶을 살던 그는 한밤중 홀로 있을 때, 심장마비 증세로 극심한 고통과 마주하게 됐다. 그 순간 거래했던 기독교백화점에서 받은 성경테이프가 생각나 말씀을 트는데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 등 성경구절들이 살아서 그의 가슴에 꽂히는 경험을 했다. 추 목사는 "우리는 세상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번뇌하고 고민하고 방탕한 삶을 역력히 드러내고,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너무 빨리 요동친다"며 "저 역시 흔들렸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말씀의 능력이 임하니 지나간 잘못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세상이 주지 못한 고요한 평화가 찾아오면서 삶의 놀라운 전환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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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병을 고친 이유로 예수님을 죄인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추 목사는 "주님은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요 9:39)고 하셨다"며 "영적인 장애는 어떤 장애보다 더 어려운 장애다. 주님을 믿지 않고 맡기지 않는 것이 교만이며, 교만하면 하나님의 복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이 원하는 대로 풀어지지 않고 문제 해결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대부분 내 안에 교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주님께 맡기면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이 말이 응하게 될 줄 믿는다"고 말했다.
추 목사는 마지막으로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처럼 복음의 증인이 되어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심는 일에 온전히 쓰임 받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 원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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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