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에 등장하는 한나의 기도와 그녀의 기도로 탄생한 사무엘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이 사사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시시대가 끝나고 왕권이 등장하고, 하나님 나라의 모형으로 이스라엘 왕국이 세워지는 전환기에 한나와 사무엘의 이야기를 통해 구약성경은 무엇을 말하고자했던 것일까?
한나는 어느 날 성전에 올라가서 아들을 낳으면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기도를 드리게 된다.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 하겠나이다"(삼상 1:11). 얼핏 전체 이야기를 보면 자식 없던 여인이 서원기도를 통해서 자식 없는 설움과 한을 푸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어차피 자식을 못 낳을 팔자라면, 서원이라도 해서 아들을 낳아 보자!"
하지만 한나와 사무엘의 탄생 이야기에는 이와 다른 더 중요한 주제가 담겨 있다. 왜냐하면 한나의 기도 속에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와 왕권을 세워가는 하나님의 아들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가지는 의미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육신으로 펼쳐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하나님의 대변자로서 육신을 입고서 하나님의 형상이 무엇인가를 삶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들이라는 표현은 남녀성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를 의미한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빛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대변자로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인 것이다.
한나의 이야기는 당시에 하나님의 아들들이 부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없어 고통하는 한나는 곧 하나님 자신의 아들들이 없어서 고통하는 하나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나가 성전에 기도할 때, 이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아들이 없어 고통하는 자신처럼 하나님도 자신의 형상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는 아들이 없어서 고통하고 있다고. 그래서 하나님 아들의 부재로 인해 고통하는 하나님을 보면서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내게 아들을 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들로 당신의 아들 삼으소서!"
누가 내게 부르짖어 저들을 구원케 할까
누가 나를 위해 가서 나의 사랑을 전할까
나는 이제 보길 원하네 나의 자녀들 살아나는 그날
기쁨 찬송 소리 하늘에 웃음 소리 온 땅 가득한 그날
-찬양 '그날' 중에서-
이종만 목사(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