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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항상 황홀한 시간들이었지만, 내 아들 마티가 여덟 살이던 해의 크리스마스는 그중 최고였다. 마티는 12월 내내 우리들 중에서 가장 생기가 넘쳤고 또 바빴다. 막내아들인 마티는 놀기 좋아하는 명랑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면, 강아지가 한쪽 귀를 쫑긋하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고 올려다보는 묘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런 습관은 마티의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수주일 동안 마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마티는 잠자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형과 누나가 저녁 준비하는 걸 열심히 도왔다. 그리고 대가로 받은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몰래 감추어 두고 있었다. 나는 마티의 이런 은밀한 행동이 잘은 몰라도 무언가 케니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만 짐작했다. 케니는 마티의 친구였는데 이번 봄에 서로 알게 된 이후로 거의 붙어다니다시피 했다. 

당시는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절약하며 살아야 했다. 우리 가정은 고기를 포장하는 내 직업과 알뜰함 덕분에 적은 돈으로 그런대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케니의 집은 너무 가난해서 애들 어머니가 홀로 힘겹게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매년 그랬듯이, 크리스마스가 되자 우리는 집 안을 축제 분위기로 꾸미기 시작했다. 쿠키 반죽을 하고 있는데, 마티가 조용히 내게로 와서 자랑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케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어요. 이건 케니가 정말 갖고 싶어 했던 거예요!” 마티는 조심스레 상자 하나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뚜껑을 열자, 아들이 용돈을 몽땅 털어서 산 휴대용 나침반이 보였다.

“멋진 선물이구나, 마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 케니 어머니의 성격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들이 같은 정도의 선물을 줄 수 없는 한, 선물받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마티에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음… 그렇다면 비밀로 하는 건 어때요? 그걸 ‘누가’ 주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면 되잖아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비가 오면서 날씨가 추웠고 하늘은 어두웠다. 밤에도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부엌의 싱크대 너머로 창밖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가 오다니 너무 멋없는 일이야. 동방박사가 이런 밤에 말을 타고 왔을까? 크리스마스의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은 오직 청명한 밤에만 일어났을 것 같았고, 적어도 그 밤엔 별을 볼 수 있었으리라.

오븐의 빵을 살펴보고 있는데 마티가 문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애는 파자마 위에 외투를 걸친 채 색색깔로 포장된 조그마한 상자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목초지 건너 전기 울타리 밑으로 기어들어가 케니의 집 마당을 가로질렀다. 신발이 물에 젖어 철벅거렸기 때문에 계단을 발끝으로 살금살금 올라가 선물을 현관 앞에 놓고는, 손을 뻗어 초인종을 힘차게 눌렀다. 그리고 마티는 황급히 돌아서서 계단을 뛰어 내려와 사람 눈에 띄지 않으려고 마당을 가로질러 달렸다. 하지만 그 순간 전기 울타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비틀대던 마티는 젖은 땅에 넘어졌다. 잠시 후 마티는 허우적거리며 집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티!” 나는 현관으로 들어선 마티에게 소리쳤다. 
마티의 아랫입술이 떨리고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전기 울타리가 있다는 걸 깜박했어요!”

나는 진흙투성이가 된 아들의 작은 몸을 껴안았다. 마티의 얼굴에는 입에서 귀까지 붉은 상처가 나 있었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먹여 진정시킨 뒤 상처를 치료해 주었더니 다행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는 정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에게 베푸는 일,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주려고 한 어린아이가 그런 사고를 당하다니 너무도 속상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너무나 평범하고 오히려 문젯거리로 가득한 밤, 그 어떤 신비로움도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이 몹시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비가 멎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마티 얼굴에 난 상처 자국은 아직도 불그스레했지만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선물을 펴보고 있을 때 케니가 문을 두드렸다. 그 애는 자신의 새 나침반을 마티에게 보여주며 그 신비스러운 선물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 둘이 얘기하는 동안 마티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런데 두 아이가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손짓도 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비교하고 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마티가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비스듬히 젖히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몇 주일 후 학교 간호사로부터 진단서 한 장이 왔다. <마티는 현재 ‘양쪽’ 귀의 청력이 모두 정상입니다.>

마티가 어떻게 청력을 회복했는지는 여전히 하나의 신비로 남아 있다. 물론 의사들은 어쩌면 전기 울타리에서 받은 충격이 그 원인일 것으로 짐작한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그날 밤에 이루어진 훌륭한 선물 교환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 『삶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중에서
(가이드포스트 편집부 엮음 / 가이드포스트 / 414쪽 / 11,000원) <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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