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전도는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첫째, 진리에 목마른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는 성령님께서 하시는 것이고, 둘째 내 입술을 통한 것이긴 하나 하나님 말씀의 강력한 힘으로 하는 것입니다. 결국 기도 없이 이슬람 사역은 불가능합니다.”

1989년 파키스탄으로 파송돼 15년간 활발히 사역하다 미국으로 이주, 현재 뉴욕개혁신학교 교수이자 워드미니스트리(Word Ministry)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차모세 선교사가 ‘무슬림 전도의 실제’를 소개했다.

6일 사랑의교회에서 진행된 홀리라이터스 무슬림선교 중보기도연합 월요기도회에 초청된 차 선교사는 12년 만에 방한해 무슬림 전도의 접근 방식과 전략 등을 사례를 들며 명쾌하게 소개했다. 그는 영국 이슬람선교전문단체인 홍해선교회(Red Sea Mission)와 GMS에서 파송되어 파키스탄 구즈란왈라 신학교 교수 및 전도훈련 사역을 했으며, 파키스탄 GMS 지부장, GMS 실크로드 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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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사랑의교회에서 홀리라이터스 무슬림선교 중보기도연합 월요기도회가 진행됐다. 사진=이지희 기자
차 선교사는 이날 “무슬림 전도는 접근법”(How to reach out to Muslim)이라며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말로 복음을 전하면 예수를 믿으나, 이슬람권에서는 특성상 말로 전도되지 않고 성령님의 강력한 역사 가운데서만 열매 맺는다”고 강조했다. 우리 방식, 우리 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로써 전적인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를 전도(행 8:26~31)하는 장면을 들어 무슬림 전도의 3가지 중요한 요소로 ‘전도하는 자’(빌립), ‘연결해주는 자’(성령님), ‘알고자 하는 자’(무슬림)를 꼽으며, 특히 성령의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무슬림 개종자 중 전도자의 전도로 예수를 믿었다고 간증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개종자의 70~80%는 꿈과 환상 등 초자연적 경험으로 예수를 믿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위성 및 인터넷 방송, 성경, 소책자 등으로 예수를 영접한다. 북미, 유럽 등 서구교회를 비롯해 한국교회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이슬람권 선교를 후원했지만, 사실상 많은 선교사가 파송교회에 보고할 열매가 거의 없는 현상이 설명되는 대목이다. 20~30년간 수백 명의 무슬림 친구를 사귀어 성탄절만 되면 초청잔치를 성대히 벌이지만, 정작 예수를 믿거나 세례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목격담도 같은 맥락이다. 이쯤 되면 무슬림 전도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온 대부분 선교사가 힘이 빠지고 답답해지기 쉽다.

그렇다면 이슬람권 선교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차모세 선교사는 “이슬람 선교는 처음부터 성숙된 교회, 선교가 무엇인지 아는 교회가 해야 하며, 무슬림 선교가 무엇인지 아는 선교사들만 가야 한다고 본다”며 “현지에 이미 존재하는 크리스천들이 무슬림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도 좋다”고 제안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기독교 인구비율은 약 3%이지만, 기독교 인구는 600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게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무슬림과 접촉할 기회가 없는데, 이들에게 도전하여 무슬림들이 복음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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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슬람권 선교사들이 무슬림에게 접근하려면, 이슬람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선교사는 “이슬람은 알다시피 문화와 종교가 하나인데, 종교보다 문화가 더 중요하고 강하다”며 “이슬람 문화를 종교적 도그마(dogma)로 묶었기 때문에 좀처럼 이슬람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슬람 문화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일부 중동 여성은 유럽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자유분방하며, 비늘이 없는 장어가 비할랄식품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만 오면 장어를 ‘씨푸드’라며 즐겨먹는 모습이나 라마단 기간 금식을 피해 해외로 떠나는 모습 등이 그 예다.

무슬림에게 접근하는 두 번째 방법은 ‘펠로우십’이다. 이 역시 이슬람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가능한데, 짧은 시간이라도 접근할 포인트를 찾아낸다면 우리가 믿는 신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최근엔 무슬림 난민들이 선교단체의 구호사역에 마음을 열고 예수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온다고 한다.

차모세 선교사는 “하나님의 인도로 예수에 관심이 생긴 무슬림들이 선교사나 현지 기독교인들을 찾아가 믿는 경우가 많다”며 “성령께서 무슬림들을 직접 만져주시지 않으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사역은 바로 여러분이 하는 중보기도사역이다. 기도 사역 자체가 무슬림 전도의 가장 핵심 역할을 하며 가장 큰 선교전략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홀리라이터스 중보기도연합 인도자이자 리버사이더스선교회 대표 강승빈 목사는 “우리의 말과 정성으로는 무슬림 전도가 되지 않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는 것이 소망이 된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소책자로 만들어 뿌리는데 이를 통해서도 많은 개종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성경을 전해주었다고 개종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이 서가에 꽂힌 성경을 읽고 개종한 사례처럼 성령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빈 목사는 “무슬림 전도가 현 시점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상당히 많은 그리스도인을 이슬람 국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선교사들이 뿌린 씨앗이 싹터서 열매 맺은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권에서 선교사는 다만 씨앗을 뿌리는 것이지, 싹이 나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성령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슬람권에서도 다른 어떤 사역보다 말씀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중요한데, 뒤집어 생각하면 오랜 기간 친교하여 많은 친구를 사귀었더라도 말씀의 씨앗을 뿌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열매가 없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 목사는 “성령께서 개입하면 우리의 말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내 입술을 통해 나온 말이지만, 하나님 말씀의 강력한 힘이 있으면, 좌우의 어떤 날 선 검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어 무슬림을 개종시키는 열매를 맺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접촉하여 사랑을 전하는 것이며, 기도는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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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연합 이슬람대책위 이슬람대책연구원 및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슬람대책위 이슬람연구원 공동원장인 이만석 목사는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고 두려울 수 있으나, 20년간 이슬람권에서 살다 보니 진리에 아주 갈급한 무슬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무슬림 전도는 말로 설득해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목마르고 갈급한 자들, 이슬람의 사회 문화와 시스템에 불만이 많은 자들을 만나게 하시는 성령님에 의해 이뤄진다”며 “평소 내가 기독교인인 것을 밝히면 그들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만석 목사는 “그 다음 선교사들은 이 무슬림들에게 질문하면서 전도의 접촉점을 만드는데, 삼위일체나 성경타락 등 무슬림들이 가장 공격하고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해 미리 답변할 자료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교사들은 현지 언어로 복음을 전할 것을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준비가 부족하다면, 갈급해 하는 무슬림들에게 성경을 소중하게 전달하면 무슬림들이 성경을 읽는 중 말씀의 역사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슬람권에서 열매가 없다고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가 있으나 목말라하는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은 전적으로 성령께서 하시니 기도가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슬람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또 부모와 형제, 조국을 잃는 대가를 치르고 기독교를 믿은 개종자들이 한국의 기성 교인과 교회를 보고 실망하지 않도록 기도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강승빈 목사는 “이슬람 개종자들 안에 많은 상처와 실망이 있다”며 “한국에서 만난 많은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실망감 때문에 마음이 점점 식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개종자들을 소수정예로 복음전도자로 훈련시키는 일을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