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교리 믿던 그에게 찾아오신 하나님
중앙아시아에 이어 북한에서 장애인 섬겨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
‘장애 국가’ 벗어나려면 ‘통일’ 연습해야
북한 농아축구팀은 작년 12월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호주에서의 단체사진. 사진제공=손짓사랑
뿌리 깊은 원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승려가 되었다. 7년간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원불교를 전했지만, 환자들은 오히려 그를 불쌍히 여기며 예수를 전했다. 소록도 법당에서 염불하던 어느 날 갑자기 찬송과 방언이 터졌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소록도 장례식에서 수없이 듣던 노래, 듣기 싫어 더 크게 목탁을 두드리게 했던 찬송을 부르다니. 입을 틀어막고 법당을 뒹굴며 몸부림쳤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뼛속까지 불교 교리로 가득했던 이민교 선교사(53)는 그렇게 하나님을 만났다. 그가 원해서가 아니라, 성령님이 그를 찾아오신 것이다.
1997년 이 선교사 가족은 4년 전부터 단기선교를 다니던 우즈베키스탄에 장기 선교사(GP 선교회)로 떠났다. 2살, 4살 된 자녀와 함께였다. 아내가 운영하던 약국을 정리한 돈으로, 아마추어 축구 실력이었지만 농아들과 축구공을 신나게 차며 그들을 섬겼다. 1년도 안 돼 우즈베키스탄 농아협회 산하 체육부에서 농아축구팀 국가대표 감독으로 일하게 됐다. 그리고 2000년 대만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그가 이끈 농아축구팀이 누구도 예상 못 한 3등을 했다. 2004년까지 7년간 감독으로 섬기다 이슬람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결국 두 번이나 추방당했다. 카자흐스탄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카자흐스탄 농아축구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농아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메달도 받고 성적도 좋았던지 카자흐스탄 영주권을 가진 그에게 북한이 농아축구팀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2012년 12월 3일, 평양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생전 처음 북한 장애인을 보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했다. 소록도 법당에서 목탁을 치다가 하나님을 만난 날이 첫 번째 임신(臨神)이었다면, 북한 장애인을 본 그날은 생에 두 번째 임신이었다. 북한 장애인과 북한을 마음에 품게 된 그는 2013년 북한 최초 농아축구팀을 만들기로 했고, 2016년 10월까지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민교 선교사의 굴곡진 인생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담아낸 신간 ‘하나님이 보낸 사람’(넥서스CROSS)이 지난달 출간됐다. 2010년 ‘복음에 빚진 사람’(규장)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지난 17일 종각 민들레영토에서 열린 출판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첫눈에도 건강하고 다부져 보였다. 내내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특유의 활력과 유머도 넘쳤다. 하지만, 신앙과 사명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려버려 ‘장애 국가’가 된 남북한의 통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더 없이 진지하고 절실하게 보였다.
-‘하나님이 보낸 사람’으로 책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나.
“‘하나님’이 주인이 되는 제목을 가지고 고민했다. 요한복음 1장 6절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다, 이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나도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고, 너도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구나! 우리 모두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길 원했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숨’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 시절 그는 삶과 죽음,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으려 화장터를 다니며 시신을 갈무리하기도 하고, 장의사와 묘 이장하는 사람들도 따라다녀 봤다.
“죽음은 간단하다. 숨에 있다. 들숨을 내쉬지 못하면 죽는다. 동토의 땅에서 맨손으로 땅을 일궈 살아남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숨 잘 쉬셨습니까’가 평소 인사이고, 최고의 감사 인사는 ‘숨이 막힐 정도로 고맙습니다’다. 처음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해졌을 때 성령을 ‘숨님’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불어넣어 주신 생기’, 곧 ‘하늘의 숨’을 쉬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모두가 남북통일의 물꼬를 트는 삶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책이 ‘산속에 살았던 물고기 물음을 만나다, 바다를 만나다, 하늘을 만나다’의 3부로 구성돼 있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에게 스님에서 선교사가 되었다고 간증했더니, 그들이 나를 ‘산속에 사는 물고기’였다고 말했다. 그 표현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내 간증을 타자로 쳐서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1부 ‘물음을 만나다’에서 물음은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한다. 물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다. 코스타 강사로 유학생 집회를 많이 다녔는데, 내게 주어진 강의 주제는 ‘존재와 사명’이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만나야지, 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존재의 분명한 이유를 알 때 이 땅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사명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나를 원래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는데, 산속에서 스님으로 살다 물음을 만났고, 한센병 환자들의 전도로 예수를 믿고 더 넓은 바다로 갔다. 마지막에는 하늘을 만나서 새로운 사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물고기는 크리스천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2012년 12월 3일 평양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장애인들과 함께한 이민교 선교사.
사진제공=손짓사랑
-새로운 사명이란, 북한과 북한 장애인을 위한 사명을 말하는가.
“북한을 다니면서 조국이 허리 신경이 마비된 중풍 병자 같은 ‘장애 국가’라는 인식이 생겼다. 구약에는 38년의 광야 생활이 있고, 신약에는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가 나오는데, 우리의 38선이 겹쳐졌다. 분단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많은 사람이 통일을 위해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달라졌다. 예수님이 38년 된 병자에게 ‘낫고 싶으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낫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나를 못에 던져줄 사람이 없다고 변명한다. 만일 병에 걸린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바로 낫고 싶다고 말했을 거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어봤을 때 지금 바로 통일을 원한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 변명하진 않을까. 현 상태로 안주하는 환자에게 예수님은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하신다. 38년 된 병자가 구약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었고, 지금은 우리 민족이다. 이제 일어나 걸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가 북한 장애인들을 가슴에 품고 사역을 막 시작하려 할 때, 은현교회 김정명 원로목사는 그에게 사역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김정명 목사는 이 선교사가 전도사 시절 담임목사로 섬겼었다. 김 목사는 그에게 “북한에 왜 가려고 해? 일하려고? 아니면 사랑하려고? 일 때문에 가야만 하면 가지 말고, 북한 장애인들을 사랑하려고 하면 가라!”고 말했다. 20년째 통일을 한 날을 기다리며 오전금식을 하는 원로목사의 말은 그에게 힘이 됐다. “한국교회가, 한국의 크리스천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라 제대로 살았다면 지금 북한이 저렇게 되어 있을까.”
호주에서 훈련하고 있는 북한 농아축구팀. 사진제공=손짓사랑
-북한 장애인 사역이 남북통일에 도움이 될까.
“지금의 남북 관계에서 장애인이 통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 땅도 장애 국가인데, 장애인들이 통일의 물꼬를 트는 일에 선두에 서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스포츠 교류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특히 남북 장애인 간 스포츠, 예술 교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장애인 관련 일들이 많이 열려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나도 통일운동을 시작한 지는 2년이 좀 넘었다. 대한민국이 정말 통일을 원하면 통일 연습을 해야 한다. 장애인을 연습시켜 축구를 잘하게 하는 것처럼, 통일하려면 통일을 실제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면 좋을까.
“첫 번째는 ‘통일금식’이다. 옛날 우리나라 믿음의 선진들이 드렸던 월삭기도처럼 통일을 위해 매월 한 끼라도 금식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통일예배’다. 교회가 드리는 많은 예배 가운데 통일이라는 주제로, 동방의 예루살렘이었던 평양의 영적 회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예배드리는 것이다. 가정에서 나 혼자서도 드릴 수 있다. 세 번째는 ‘통일성경’이다. 딱딱한 북한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하루 한 번이라도 읽으며 말을 배우면 좋겠다. 다윗의 고백인 시편만이라도 좋다. 자료는 인터넷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네 번째는 ‘통일저금통’이다. 사복음서에 공통으로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 예수님께서는 ‘남은 조각을 버리는 것 없이 하라’고 말씀하신다. 대한민국이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일어났다면, 통일자금은 집안에 버려진 동전들을 모아 준비하면 좋겠다. 다섯 번째는 ‘통일선교사’다. 나는 사단법인 평화한국의 ‘통일선교사 1호’다. 통일금식과 통일예배, 통일성경, 통일저금통을 실제로 행하는 자가 통일선교사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진격해 들어오기 위한 천국 독립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민교 선교사가 출판기자간담회에서 통일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통일금식, 통일예배, 통일성경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면, 통일저금통, 통일선교사는 이웃과의 관계의 표현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십자가의 도가 든든히 세워질 때, 그래서 남북이 충분한 형제애가 회복된 다음에야 ‘평화한국’이 ‘통일한국’이 되고, 열방을 섬기는 제사장의 나라 ‘선교한국’이 될 것이다. 38년 된 병자에게 일어나 걸어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장애인 국가인 대한민국이 일어나 걸어서 온 열방을 섬길 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는 것 아닐까.”(손짓사랑 www.nkmilal.org, 미션펀드 www.missionfund.org/a.asp?a=NKMILAL)
중앙아시아에 이어 북한에서 장애인 섬겨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
‘장애 국가’ 벗어나려면 ‘통일’ 연습해야
북한 농아축구팀은 작년 12월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호주에서의 단체사진. 사진제공=손짓사랑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소록도 장례식에서 수없이 듣던 노래, 듣기 싫어 더 크게 목탁을 두드리게 했던 찬송을 부르다니. 입을 틀어막고 법당을 뒹굴며 몸부림쳤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뼛속까지 불교 교리로 가득했던 이민교 선교사(53)는 그렇게 하나님을 만났다. 그가 원해서가 아니라, 성령님이 그를 찾아오신 것이다.
1997년 이 선교사 가족은 4년 전부터 단기선교를 다니던 우즈베키스탄에 장기 선교사(GP 선교회)로 떠났다. 2살, 4살 된 자녀와 함께였다. 아내가 운영하던 약국을 정리한 돈으로, 아마추어 축구 실력이었지만 농아들과 축구공을 신나게 차며 그들을 섬겼다. 1년도 안 돼 우즈베키스탄 농아협회 산하 체육부에서 농아축구팀 국가대표 감독으로 일하게 됐다. 그리고 2000년 대만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그가 이끈 농아축구팀이 누구도 예상 못 한 3등을 했다. 2004년까지 7년간 감독으로 섬기다 이슬람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결국 두 번이나 추방당했다. 카자흐스탄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카자흐스탄 농아축구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농아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메달도 받고 성적도 좋았던지 카자흐스탄 영주권을 가진 그에게 북한이 농아축구팀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2012년 12월 3일, 평양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생전 처음 북한 장애인을 보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했다. 소록도 법당에서 목탁을 치다가 하나님을 만난 날이 첫 번째 임신(臨神)이었다면, 북한 장애인을 본 그날은 생에 두 번째 임신이었다. 북한 장애인과 북한을 마음에 품게 된 그는 2013년 북한 최초 농아축구팀을 만들기로 했고, 2016년 10월까지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민교 선교사의 굴곡진 인생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담아낸 신간 ‘하나님이 보낸 사람’(넥서스CROSS)이 지난달 출간됐다. 2010년 ‘복음에 빚진 사람’(규장)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지난 17일 종각 민들레영토에서 열린 출판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첫눈에도 건강하고 다부져 보였다. 내내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특유의 활력과 유머도 넘쳤다. 하지만, 신앙과 사명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려버려 ‘장애 국가’가 된 남북한의 통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더 없이 진지하고 절실하게 보였다.
-‘하나님이 보낸 사람’으로 책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나.
“‘하나님’이 주인이 되는 제목을 가지고 고민했다. 요한복음 1장 6절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다, 이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마다 ‘나도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고, 너도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구나! 우리 모두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길 원했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숨’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 시절 그는 삶과 죽음,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으려 화장터를 다니며 시신을 갈무리하기도 하고, 장의사와 묘 이장하는 사람들도 따라다녀 봤다.
“죽음은 간단하다. 숨에 있다. 들숨을 내쉬지 못하면 죽는다. 동토의 땅에서 맨손으로 땅을 일궈 살아남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숨 잘 쉬셨습니까’가 평소 인사이고, 최고의 감사 인사는 ‘숨이 막힐 정도로 고맙습니다’다. 처음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해졌을 때 성령을 ‘숨님’으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불어넣어 주신 생기’, 곧 ‘하늘의 숨’을 쉬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모두가 남북통일의 물꼬를 트는 삶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책이 ‘산속에 살았던 물고기 물음을 만나다, 바다를 만나다, 하늘을 만나다’의 3부로 구성돼 있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에게 스님에서 선교사가 되었다고 간증했더니, 그들이 나를 ‘산속에 사는 물고기’였다고 말했다. 그 표현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내 간증을 타자로 쳐서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1부 ‘물음을 만나다’에서 물음은 불교에서는 ‘화두’라고 한다. 물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다. 코스타 강사로 유학생 집회를 많이 다녔는데, 내게 주어진 강의 주제는 ‘존재와 사명’이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만나야지, 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존재의 분명한 이유를 알 때 이 땅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사명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나를 원래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는데, 산속에서 스님으로 살다 물음을 만났고, 한센병 환자들의 전도로 예수를 믿고 더 넓은 바다로 갔다. 마지막에는 하늘을 만나서 새로운 사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물고기는 크리스천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2012년 12월 3일 평양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장애인들과 함께한 이민교 선교사.
사진제공=손짓사랑
“북한을 다니면서 조국이 허리 신경이 마비된 중풍 병자 같은 ‘장애 국가’라는 인식이 생겼다. 구약에는 38년의 광야 생활이 있고, 신약에는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가 나오는데, 우리의 38선이 겹쳐졌다. 분단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많은 사람이 통일을 위해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달라졌다. 예수님이 38년 된 병자에게 ‘낫고 싶으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낫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나를 못에 던져줄 사람이 없다고 변명한다. 만일 병에 걸린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바로 낫고 싶다고 말했을 거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어봤을 때 지금 바로 통일을 원한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 변명하진 않을까. 현 상태로 안주하는 환자에게 예수님은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하신다. 38년 된 병자가 구약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었고, 지금은 우리 민족이다. 이제 일어나 걸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가 북한 장애인들을 가슴에 품고 사역을 막 시작하려 할 때, 은현교회 김정명 원로목사는 그에게 사역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김정명 목사는 이 선교사가 전도사 시절 담임목사로 섬겼었다. 김 목사는 그에게 “북한에 왜 가려고 해? 일하려고? 아니면 사랑하려고? 일 때문에 가야만 하면 가지 말고, 북한 장애인들을 사랑하려고 하면 가라!”고 말했다. 20년째 통일을 한 날을 기다리며 오전금식을 하는 원로목사의 말은 그에게 힘이 됐다. “한국교회가, 한국의 크리스천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라 제대로 살았다면 지금 북한이 저렇게 되어 있을까.”
호주에서 훈련하고 있는 북한 농아축구팀. 사진제공=손짓사랑
“지금의 남북 관계에서 장애인이 통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 땅도 장애 국가인데, 장애인들이 통일의 물꼬를 트는 일에 선두에 서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스포츠 교류만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특히 남북 장애인 간 스포츠, 예술 교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장애인 관련 일들이 많이 열려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나도 통일운동을 시작한 지는 2년이 좀 넘었다. 대한민국이 정말 통일을 원하면 통일 연습을 해야 한다. 장애인을 연습시켜 축구를 잘하게 하는 것처럼, 통일하려면 통일을 실제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면 좋을까.
“첫 번째는 ‘통일금식’이다. 옛날 우리나라 믿음의 선진들이 드렸던 월삭기도처럼 통일을 위해 매월 한 끼라도 금식해서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통일예배’다. 교회가 드리는 많은 예배 가운데 통일이라는 주제로, 동방의 예루살렘이었던 평양의 영적 회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예배드리는 것이다. 가정에서 나 혼자서도 드릴 수 있다. 세 번째는 ‘통일성경’이다. 딱딱한 북한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하루 한 번이라도 읽으며 말을 배우면 좋겠다. 다윗의 고백인 시편만이라도 좋다. 자료는 인터넷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네 번째는 ‘통일저금통’이다. 사복음서에 공통으로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 예수님께서는 ‘남은 조각을 버리는 것 없이 하라’고 말씀하신다. 대한민국이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일어났다면, 통일자금은 집안에 버려진 동전들을 모아 준비하면 좋겠다. 다섯 번째는 ‘통일선교사’다. 나는 사단법인 평화한국의 ‘통일선교사 1호’다. 통일금식과 통일예배, 통일성경, 통일저금통을 실제로 행하는 자가 통일선교사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진격해 들어오기 위한 천국 독립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민교 선교사가 출판기자간담회에서 통일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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