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30년의 한국교회 선교를 평가할 때, 처음에는 ‘선교동원가’들이, 그 후엔 ‘선교정치가’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선교현장과 소통이 안 되고, 일부 정치하는 선교 리더십들로 인해 한국선교에 많은 위기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선교를 회복시키려면 이제 선교 현장과 사역 분야에서 열매가 있을 뿐 아니라, 그 분야를 전공한 ‘선교전문가’들을 발굴하고 길러야 합니다.”

k1.jpg한인세계선교사회(KWMF) 회장 김종국 인도네시아 선교사(사진)는 인터뷰에서 한국교회 선교가 번성하려면 ‘선동가(선교동원가)’, ‘선정가(선교정치가)’의 시대를 지나 총체적으로 준비된 ‘선전가(선교전문가)’가 이끄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젠 한국교회에도 학위를 갖고 선교현장에서 30년 이상 일한 전문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계, 기업계에서는 30~40대가 리더십을 맡고 있는데, 한국 선교계는 50~60대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변화돼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차세대 리더십의 개발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도 기득권 세력이 너무 두터워 40~50대의 젊은 리더십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 것이 적폐 중 하나”라고 말한 그는 “마이클 오 로잔 총재도 40대다. 선배 선교사들은 후배 선교사들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만들어주고, 젊은 리더를 발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한국선교가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도 50~60대 리더십의 영어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기존 리더십들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서 그들이 리더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국 선교사는 1983년 예장고신 총회에서 인도네시아로 파송(서울 중앙교회 후원) 받아 1989년 인도네시아 복음장로교단(GPII)을 설립, 교단장을 역임하고 2004년 인도네시아 장로교신학교 설립 및 강의 사역, 인도네시아 선교사파송훈련원(IBADA) 디렉터, 인도네시아 장로교신학대학원 원장 등 30여 년을 인도네시아를 위해 섬겼다. 지난 8월부터는 전세계 2만 5천여 한국 선교사의 친목과 협력, 선교전략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인 KWMF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시카고에서 열린 제12회 한인세계선교사대회 총회에서는 박명하 온두라스 선교사, 한도수 브라질 선교사, 김종국 인도네시아 선교사, 송충석 케냐 선교사가 제18대 공동회장으로 선출돼, 차례로 1년씩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ACTS29 비전빌리지에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KWMF가 공동 주최한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VI), 제1차 권역별선교전략회의(RCOWE I)의 모든 일정에 참석한 김 선교사는 “선교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선교에 대해 진솔한 반성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한국교회에 총체적 위기가 왔다고 말하지만, 과연 우리 선교계는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KWMF 지도력개발회의 주제 ‘한국선교의 반성과 혁신’


KWMF는 내년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 비치호텔에서 제7차 지도력 개발회의 및 중앙총회를 연다. 4년 회기 중간에 열리는 지도력 개발회의 및 중앙총회는 10년 이상 사역한 선교사들이 참여해 최신 현장 소식과 전략, 사역 방향 등을 나누고 도전받으며 다음 총회를 준비하는 자리다. 특별히 KWMF는 올해 국내에서 진행된 선교전략회의들의 연장 선상에서 한국선교의 변화와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선교의 반성과 혁신’을 모임의 주제로 정했다.

김종국 선교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선교사의 모습을 지적받고, 스스로 한국선교의 반성에서만 끝나면 안 될 것”이라며 “선교사로서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월 25일에는 한국선교에 대한 반성을, 26일 오전에는 한국선교의 미래 혁신을 집중해서 다루며, 26일 오후에는 올해 NCOWE와 RCOWE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룬 선교사 은퇴 문제, BAM(Business As Mission), 디아스포라 선교, 선교 리더십 이양, 자신학화와 자선교학에 관한 신학 이슈 등을 분과별로 발제하고 토의한다. KWMF는 올해 국내 선교전략회의에서 다룬 발제와 오는 9월 말과 10월 초, 11월에 열릴 ‘자신학과 자선교학 후속 대회’에서 발표되는 자신학화와 자선교학 현장 사례 등을 참고해 가장 적합한 강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 선교사는 “오는 11월 KWMA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발표할 한국선교의 적폐에 관한 리서치 조사가 이미 시작됐다”며 “이 리서치 내용을 내년 2월 25일 한국선교의 반성을 위한 시간에도 프레젠테이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회자·선교사 서로 소통, 선교사 회복 기회 될 것

k2.jpg또 미주의 젊은 목회자들과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선교사들과 교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12살에 미국에 이민 간 1.5세 목사로, 1990년 자신의 모교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내 커버넌트 펠로우십 교회를 개척, 성장시킨 정민용 목사(Min J. Chung) 등이 강사로 초청됐다. 이 교회는 지난 24년간 4백여 명의 목회자와 선교사 등을 배출한 캠퍼스 교회다.

김종국 선교사는 “한국교회 선교가 발전하려면 건강한 목회자들이 선교에 앞장서야 한다”며 “교회가 크고, 행사 후원금을 많이 내서가 아니라 각 교단을 대표할 만한 존경받는 목사들을 강사로 추천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목회자들이 맡은 강의만 하고 일찍 돌아가거나, 다른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3박 4일간 전 일정에 참여하며 선교사들과 충분히 교제하고 선교 현장의 고민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 김 선교사는 “이제까지 늘 해왔던 대로 전통적인 모임이 아닌, 참석자들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이번 지도력개발회의를 통해 한국 선교사들의 신앙적, 사역적 건강이 회복되길 기대했다. 김 선교사는 “많은 한국 선교사가 본국교회에 대한 아픔과 상처, 자격지심, 정체성과 사역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져 있기도 한다”며 “한국교회가 침체되고, 선교 후원도 줄면서 노후대책, 자녀교육문제 등으로 건강한 선교를 하기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친 한국 선교사들의 건강이 회복되면 한국교회 회복 운동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김 선교사는 “KWMF 리더십이 본연의 사명을 감당할 뿐 아니라 현장 선교사들이 힘들어할 때 함께 울어주고, 일으켜 세우며,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적극 케어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리더십들이 풀뿌리 현장에서 가장 힘든 선교사들에까지 다가가지 못했고, 지도력개발회의도 리더십만의 행사로 끝났었다”고 반성했다.

김 선교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선교지에서 10년 이상 된 리더십이 회복되면, 이들이 현장에 돌아가 풀뿌리 선교사들과의 영적 혈연관계를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과거보다 네트워크가 쉬워졌지만, 마음의 SNS는 더 어려워졌다”며 “인격과 삶의 열매가 있는 리더십이 겸손히 마음으로 다가갈 때 한국선교 현장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50~60대의 선배 리더십이 후배 선교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하고, 선교사가 현지인에 리더십을 이양하는 작업이 모두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참석자들에게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선교학의 목표는 ‘교회개척’이 아닌 ‘선교하는 교회’

“하나님의 말씀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것이 신학이라면, 그 말씀을 해석학적으로 볼 때 자신의 문화와 가치관 등에 따라 해석이 다 다릅니다. 그동안 한국의 신학은 서구에서 학위를 딴 교수들이 서구신학을 여과 없이 들여오면서 다분히 서구적인 신학이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실제로 선교 현장에 나간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신학을 가르칠 때, 서양 신학자들의 말을 자꾸 인용하게 된다”며 “한국적 인성과 영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올바른 한국적 신학 해석학일 텐데, 한국의 거의 모든 신학이 서구적이 되면서 결국 신학이 신학교에 갇히고 교수들의 전유물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신학교와 목회 현장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게 된 것은 한국적 자신학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선교 현장에서도 내 것이 아닌 서구적 신학을 심으니 한국 선교사들부터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국 선교사는 선교지의 자신학화를 위해 선행해야 할 것은 한국 선교사 스스로가 한국적 신학, 곧 자신학화를 가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초로 변화하는 선교 현장에 있는 사람에 어떻게 잘 전할지 △신학과 하나님 말씀, 문화가 조화를 이뤄 어떻게 말씀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할지 △자연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현장에 뿌릴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얻은 결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또 “자선교학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지 않고 그들 문화 속에서 하나님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가 돼야 할 것”이라며 “자신학화와 자선교학화는 문화와 사람이 변화함에 따라 진행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적 자신학화와 자선교학이 필요한 이유는 선교지의 자신학화와 자선교학을 잘하기 위해 우리 것을 먼저 알고 돕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자선교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회개척(church planting)에 끝나지 않고, 선교하는 교회(mission planting)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선교사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적 행위를 강조하는 ‘선교사 교회’(missionary church)와 모든 성도가 선교적 마인드를 갖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는 다르다”며 “전자가 행위를 강조하여 많은 선교사는 보냈지만 정작 교인은 선교와 거리가 멀다면, 후자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회”라고 강조했다.

김종국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 수가 2만 5천여 명이 돼도 정작 교회는 변화되지 않고,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바로 선교적 존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일차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바르게 가르쳐야 할 목회자들의 책임이고, 이차적으로 목회자들에게 한국적 상황에 맞는 자신학을 가르치지 못한 신학 교수의 책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신학은 교회의 초신자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학문’이 돼야 하는데, 너무 서구적이고 사변적이어서 신학생들조차 신학을 잘 모르고 신학교는 신학의 성지처럼 갇힌 것이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김종국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KWMF 발전 방향에 대한 질문에 “리더십이 현장의 가장 어려운 선교사들의 땀을 닦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전환되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임원을 맡은 모든 분이 기쁘게 희생을 감수하고 현장 선교사를 격려하며, 멤버케어하는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uw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