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데 선교사는 7일 로고스호프 선상투어를 하고 있던 기자를 캐빈으로 초대했다. 2평 남짓한 방에는 펼치면 침대가 되는 소파와 식탁, 붙박이 옷장 등 간단한 가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커피메이커와 싱크대도 있었다. 가족사진과 그림, 화분, 각종 소품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아늑했다. 가이드와 통역을 맡은 로고스호프 한국방문위원회 홍보담당 강민구 선교사는 “캐빈은 원래 공개 안 하는 곳”이라며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샬롯데 선교사는 좁은 선상에서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난 이 생활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때로는 장소가 제한돼 힘들 때가 있다”며 “밥을 먹을 때 꼭 4백여 명과 같이 먹어야 하고, 사실 개인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샬롯데 선교사는 “나의 세 자녀가 배에서 같이 지내면서 학교에 다녔고, 가족단위로 사역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싱글, 부부, 가족이든 로고스호프에 있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인 샬롯데 선교사는 둘로스에서는 4년, 로고스호프에서는 2년을 생활했다. 선교선이 소속된 GBA Ships(Good Books to All nations, '좋은 책을 모든 사람에게')의 본부인 독일 모스박에서 남편과 함께 일한 것을 비롯해 배 사역을 모두 합치면 무려 38년이다. 2001년 이희호 여사가 둘로스를 방문할 때, 당시에도 둘로스 단장이었던 로이드 니콜라스와 함께 승선해 있었다.
니콜라스 부부의 세 자녀, 막내 대니얼과 둘째 바네사, 첫째 스티븐(왼쪽부터 순서대로) 사진=채경도 기자
그녀는 특히 크리스천 라이프로 살아가는 것을 선상 공동체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샬롯데 선교사는 “우리는 주일만 교회에 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우리 마음대로 살아간다”며 “그런데 이 배에서는 일주일에 ‘주일’만 있어서 항상 크리스천 라이프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 안에서 교회에도 가고 집에도 가지만, 사실 교회 있는 것이나 집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녀의 세 자녀, 스티븐, 바네사, 대니얼은 모두 배에서 자라 독립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배에서 각각 1년간 봉사했다. 첫째 스티븐은 음식을 만드는 부서에서 1년 있었다. 샬롯데 선교사는 “스티븐은 이벤트 팀에 있기 원했지, 처음엔 이 부서를 원하지 않았다”며 “리더십에 순종하는 것, 곧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항상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둘째 딸 바네사는 서점에서 일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탈진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며 “그래서 바네사는 유연성 있게 사람들을 대처하고, 각각의 사람이 존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배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막내 대니얼은 갑판에서 일하며 페인트칠을 하고 키를 잡기도 했다. “대니얼은 특별히 되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배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자신이 사람을 섬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호텔 매니지먼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세 자녀가 배에서 배운 것들이 삶과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GE(General Electric)에서 일하는 첫째는 국제팀에서 사람들에게 순종하고, 이끌어가는 것을 배에서 배웠고, 호주 국제학교에서 일하는 둘째는 다국적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도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셋째는 호텔에서 국제적인 손님들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아이들이 여기서 배운 것을 통해 더 나은 직업뿐 아니라, 더 나은 삶과 사람들을 섬기는 법을 배운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샬롯데 선교사는 “이 배에서는 직업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마음으로 하나님을 배워나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리더십에 있는 사람도 매일같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향후 사역 계획에 대해 “로고스호프에 2년 더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아직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실 것을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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