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교수(사진)는 “BAM은 그리스도인들의 사업과 기업 현장 자체가 선교 현장이라는 생각으로 국내외
선교지에서 기업과 사업을 일으켜 세우는 일 자체를 선교 사역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선교신학적 착상”이라며
“이는 분명 신학적으로도 좋은 통찰이며, 급속도로 변화되는 현 시대에도 꼭 필요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정성욱 교수
북미 등 서구교회가 비즈니스 선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선교사의 입국 및 활동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면서 기업인이나 실업인 신분으로 활동하는 비즈니스 선교가 대두된 것이다. 이후 한국에서도 비즈니스 선교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제 선교단체인 큐리오스 인터내셔널(Kurios International) 대표 정성욱 교수는 23일 선교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즈니스 선교는 궁극 목적이 이윤 획득이나 축적이 아닌, 관대하고 희생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비즈니스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관대하고 희생적으로 나누는 삶을 실천할 때,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선교의 목적인 ‘관대하고 희생적인 나눔’과 모든 그리스도인이 지향해야 할 ‘선교적 삶’을 인터뷰에서 수 차례 강조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복음주의신학자인 정성욱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1993~1996)에서 석사학위(M.Div.), 영국 옥스퍼드대학 신학부(1996~2000)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의 지도 하에 조직신학 박사학위(D.Phil.)를 받았다. 2000년부터 미국에서 신학교수로 활동하며 교회의 정체성과 신앙의 본질 회복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그는 미 장로교총회 산하 ‘삼위일체교리위원회’ 위원, 미국 코스타(KOSTA) 강사, 미주 장로회신학대학 특별강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콜로라도 주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즈니스와 선교, 하나될 수 있나
한국교회에서는 평신도 선교사, 비즈니스 선교사, 전문인 자비량 선교사 등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들이 많다. 정 교수는 “목회자로 안수 받지 않은 평신도 선교사 중에도 비즈니스가 아닌 교회사역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평신도 선교사가 비즈니스 선교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비즈니스 선교사와 전문인 자비량 선교사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비즈니스 선교사라고 해서 반드시 전문인은 아니기 때문에 두 용어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월 방한 때 열린 BAM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교회가 비즈니스와 선교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정 교수는 정말 비즈니스와 선교가 하나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교를 넓은 의미에서 이해하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선교를 좁은 의미로 이해하면 타문화권에서 영혼구원을 위한 복음전도와 교회개척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1974년 작성된 ‘로잔언약’에서도 이미 언급된 것처럼 “개인 영혼의 구원과 기독교적인 사회 참여는 선교의 양 날개”라고 강조한 그는 “선교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넓은 영역에서 성경적 세계관으로 침투하여 변혁을 일으키고, 그 거룩한 영향력의 씨앗이 발아하여 영혼구원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비즈니스 자체도 당연히 선교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주님의 명령도 결국 그리스도인들의 비즈니스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선교적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직업 관계 없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사’
그는 더 나아가 복음전도와 교회개척에 하루 종일 헌신하는 사람만이 선교사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선교사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님이 선교대위임(마28:18~20)을 특정한 그룹의 목회자나 선교사에게만 준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것이 분명하다면, 공간, 시간, 직업 등과 관계없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사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행하는 모든 일은 선교적인 행위이며,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선교이고, 선교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로 ‘관대한 나눔’을 꼽았다. 그는 “관대한 나눔은 그리스도인들이 행해야 할 선행의 본질”(딤전6:18, 히13:16)이라며 “선하신 하나님은 관대하고 희생적으로 나누어주시는 분이며,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본받아 관대하고 희생적으로 나누는 삶을 살도록 초청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를 실천할 때 성경(마5:16)이 증거하는 대로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난다”고 확신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스도인들의 비즈니스도 관대하고 희생적인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에 본사를 둔 전국 단위의 패스트푸드 기업 칙필레는 성경적 가치관을 중요시 여기고
이를 회사 경영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1946년 설립 당시부터 주일에 문을 닫았는데도 매출은 계속 증가해
2010년에는 맥도날드를 제치고 점포 당 매출액이 업계에서 최고로 많았다. 젊은이들을 고용해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고,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관대하고 희생적 나눔의 기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선교사, 확고한 성경적 세계관 가져야
선교 현장에서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비즈니스 선교를 선택했지만, 교회개척과 비즈니스의 경계에서 정체성 혼돈을 겪는 선교사들을 향해 그는 “눈물로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멀리 보고 사역하라고 권면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즈니스 선교는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거나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만큼의 열매가 없을 수도 있다”며 “열매를 얻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기에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선교사로 헌신했거나,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성경적 세계관과 신학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별히 비즈니스 선교가 성경적으로 볼 때 정당한 선교사역인지에 대한 성경적 조망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 않다면 쉽게 지치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비즈니스를 하는 목적이 이윤 축적이 아니라 관대하고 희생적인 나눔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럴 때 탈세나 편법을 동원하는 세상적인 방법으로 하지 않고, 법을 지키면서 정직하게 행할 수 있으며 선교라는 목적도 자연스럽게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훈련된 비즈니스 선교사 파송 후 계속 지원해야
비즈니스 선교에 관심이 높아진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각 교회가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신학적, 선교학적 지식을 갖추고, 파송할 선교사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무조건 선교사를 많이 보내겠다는 업적주의에서 벗어나, 선교사를 충분히 준비시키고 훈련시켜서 파송해야 하고, 동시에 파송 후에는 좀 더 면밀하게 지원사역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졸속으로 파송하고 이후에는 책임지지 않는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6월부터 안식학기를 맞아 서울에 머물 예정인 정성욱 교수는 한국에서 큐리오스 인터내셔널 회원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인도할 계획을 밝혔다. 또 7월 26일에는 큐리오스 인터내셔널 창립 2주년 기념 ‘선교후원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날 테너 김정권, 소프라노 안영주, 바이올린 연주자 임희정, 백정진이 이끄는 베스퍼스합창단 등이 출연해 성가곡, 클래식을 중심으로 멋진 무대를 선보일 예정으로, 티켓 수익금은 전액 인신매매 및 아동성매매 근절 사역, 북한 결핵아동 돕기, 개척교회 및 선교사 지원 등에 사용한다.
오는 9월에는 워싱턴의 트리니티연구원과 함께 ‘청교도 신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청교도 신학과 신앙, 영성을 고찰하고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 적용할 점을 제안하고, 10월에는 건강하고 투명한 재정운영을 위한 감시감독단체인 ECFA(Evangelical Council of Financial Accountability)와 글로벌 제너러시티 운동 등과 공동으로 투명한 재정 운영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불투명하고 불건전한 재정 운영으로 홍역을 앓는 한국교회에 갱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11월 10일 ‘인신매매와 아동성매매’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특히 필리핀 등 동남아 등지에서 많은 한국 남성들이 아동성매매의 주 고객이 된 현실을 타파하고 성노예로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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