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슬로바키아 목사의 설교
1980년 나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 해 신학생 전체수련회가 수유리에 소재한 영락기도원에서 진행되고 있을 때 마침 한국교회를 방문한 체코슬로바키아 개혁교회 총회장이 특강 강사로 말씀을 전했다. 설교본문은 요한복음21:18~23이었다. 그는 이 말씀을 갖고 베드로와 요한의 미래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공산치하에서 핍박 받는 체코슬로바키아교회와 평안한 가운데 신앙생활을 하는 한국을 비롯한 자유국가의 교회를 비교하면서 설교했다.
그 설교를 요약하면, “베드로는 자신의 장래가 어떤 고난과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예수님의 사랑 받는 제자 요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여쭈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핍박과 고생이 없는 편안한 인생이 되건 말건 너는 상관 말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마찬가지로 자유세계의 교회와 한국교회가 평안하게 신앙생활을 하거나 말거나 체코슬로바키아 교회는 상관 말고, 핍박 받는 그 상황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최선을 다해 주님을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성도들은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 말라. 우리 체코슬로바키아 교회는 우리의 길을 간다. 다만, 기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산권에서 환란과 핍박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체코슬로바키아 교회목사의 설교는 담대하고 의연하고 고상했고, 내게 충격을 줬다. 내 마음에 감동으로 다가왔다.
므비보셋의 다윗의 고난 동참
므비보셋은 사울의 손자요, 요나단의 아들이었다. 사울 왕조만 탄탄했더라도 그는 왕이 될 수 있는 왕세손이었다. 사울왕과 요나단이 길보아산 전투에서 블레셋 군대에 패하고 전사하자 이 소식을 들은 유모가 5살짜리 므비보셋을 안고 뛰다가 떨어뜨려서 두발이 다 절뚝발이가 된다. 그는 몰락한 왕가의 후손으로 숨어살다가 다윗왕의 은총으로 사울 집안의 재산을 다시 돌려 받고, 왕자의 하나처럼 왕의 식탁에서 먹게 됐다. 후에 압살롬의 쿠데타로 다윗이 피난을 가게 되고, 다윗의 군대가 반군들을 제압한 후에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귀환했다. 므비보셋은 다윗왕이 피난간 날부터 평안히 돌아오는 날까지 그 발을 맵시내지 아니하며, 그 수염을 깎지 아니하며 옷을 빨지 아니하였다(삼하19:24). 이 같이 므비보셋은 자기를 절제함으로 다윗의 고난에 동참했고, 이것이 다윗왕의 은혜에 보답하는 자기의 마음가짐임을 알고 그대로 행했다.
요한복음 21장을 설교한 체코슬로바키아 목사의 말대로 우리는 다 각기 제 갈 길과 자기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의 고난과 핍박을 모른체하고 자유와 평안을 마음껏 누리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풍요와 자유의 신앙생활에 감사하면서도 자기를 절제하고, 검소하게 살며, 핍박 받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최선을 다해 주머니를 털어 그들을 물질적으로 도움으로써 그들의 고난에 동참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므비보셋의 마음으로 핍박 받는 교회의 고난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시기를 바란다.
노창영 목사 (한국오픈도어 부이사장, 개봉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