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1:23)”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님이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념하고 기뻐하는 성탄절에 가장 많이 읽고 암송하는 성경구절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예배와 칸타타 성가곡, 그리고  성극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우리와 가까이 있으나 가까울 수 없는 곳에 있는 북녘의 성도들은 예수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성탄절에 세상 누구보다 더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성탄절

12월 24일 북한 쫜쫜시의 한 마을,

“오마니! 이거이 뭡니까?”

“내일이 너희 아바이 생일이라 내래 아껴 두었던 입쌀로 떡을 좀 했으니, 너는 날래 삼촌 오마니에게 가서 식구들 데리고 저녁 먹으러 오라 말하라…”

“오~ 벌써 기렇게 됐시오? 그럼 내래 인차(금방) 갔다 오겠습네다.”

영식(가명)이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재빨리 작은 아버지댁으로 달려갔습니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 벌써 날이 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아들을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솥에서 쪄낸 떡을 그릇에 담아 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떡이라고 하지만 쌀이 반이고 팥고물이 반인데다, 쌀이 좋지 않아 범벅처럼 부슬부슬 흩어지는 떡이었습니다. 상차림은 떡과 멀건 배추국물이 전부였습니다. 조금 있으니 영식이와 작은댁 식구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영식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영식이네 식구 4명은 깨끗하게 빨아서 정돈해 놓은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작은집 식구들도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왔습니다. 그리고 8명이 둥그런 밥상에 둘러앉았습니다.

“형님 저희는 이걸 준비해 왔습네다.”

“그냥 와도 되는데 뭘 이런 것을…”

영식이 엄마는 작은 어머니가 주신 사탕봉지를 받아 놓았습니다.

“그럼 큰 형님 생일로 함께 모였으니 밥을 먹디요.”

작은 아버지의 말에 식구들 모두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입을 오물거리며 무슨 말인가를 시작하였습니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눈을 뜨자 영식이 아버지는 천국에 가신 할머니가 좋아하던 찬양을 같이 부르자고 하셨습니다.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구주 예수님은 아름다워라
산 밑에 백합화요 빛나는 새벽별
주님 형언할 길 아주 없도다
내 맘이 아플 적에 큰 위로되시며
나 외로울 때 좋은 친구라
주는 저 산 밑에 백합 빛나는 새벽별
이 땅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
내 몸의 모든 염려 이 세상 고락간
나와 항상 같이 하여주시고
시험을 당할 때에 악마의 계교를
즉시 물리치사 날 지키시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
끝까지 나를 돌아보시니~
내 맘을 다하여서 주님을 따르면
길이 길이 나를 사랑하리니
물불이 두렵잖고 창검이 겁 없네
주는 높은 산성 내 방패시라
내 영혼 먹이시는 그 은혜 누리고
나 친히 주를 뵙기 원하네 ~

식구들과 찬양을 부르는 영식이는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매일같이 환한 미소를 띠고 부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습니다. 그 할머니가 지금 자기들과 같이 앉아 찬양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데 다시 찬양이 시작되었습니다. 

빈들에 마른 풀 같이 시들은 나의 영혼
주님의 허락한 성령 간절히 기다리네 ~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생명 주옵소서~
반가운 빗소리 들려 산천이 춤을 추네
봄비로 내리는 성령 내게도 주옵소서~
철따라 우로를 내려 초목이 무성하니
갈급한 내 심령 위에 성령을 부으소서~

8명의 식구는 찬송가 없이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불렀습니다.

“이 찬양은 할머니가 아주 좋아하시던 노래야. 해방이 되고 핍박이 심해 결국 할머니는 순교하셨지만 끝까지 우리에게 하나님 찬양하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셨디.
우리가 해마다 이렇게 아버지(예수님) 생일에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도 할머니가 처음 시작하셨디…”

영식이 아버지가 작은 소리로 할머니가 살아계셨던 때를 떠올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삼촌이 좋아하셨던 노래를 부르자는 영식이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양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나그네 되어도
화려한 천국에 멀잖아 가리니
이 세상 있을 때 주 예수 위하여
우리가 힘써 일하세
주 내게 부탁하신일 천사도 흠모 하겠네
화목케 하라신 구주의 말씀을
온 세상 널리 전하세
주 예수 말씀이 온 세상 만민들
흉악한 죄에서 떠나라 하시니
이 말씀 듣고서 새 생명 얻어라
이기쁜 소식 전하세~
영생의 복락과 천국에 갈 길을
만백성 알도록 나가서 전하세
주 예수 말씀이 이 복음 전하라
우리게 부탁 하셨네~

“작은 삼촌은 순교하는 그 순간에도 이 찬양을 부르며 가셨디… 지도자인 삼촌이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누구보다 조선의 백성들 모두에게 복음이 증거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복음전하는 사명을 잊어버려서는 안되는기야.  그거이 생각나네?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3일 동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천국에 다녀왔다고 이야기 했던 거 말이야?”

“아~ 형님 그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습네까? 삼촌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루며 마지막 날 입관하려는데 눈을 떠서 우리 모두 얼마나 놀랐습네까?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립네다. 어디 그거 뿐입네까? 살아난 삼촌이 천국에 가서 예수님을 만나고, 성도들을 만났다고 하면서 우리 아바지도, 오마니도 천국의 좋은 곳에 계시다고 했잖습네까?“

“기래 천국에 다녀오기 전까지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삼촌이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디. 확실한 믿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하늘의 말을 해서 놀랐고, 삼촌이 하시는 방언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천사들의 소리처럼 들렸었지… 아름다웠던 방언소리가 우리 마음과 영혼을 위로하고 감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영식이 아버지와 삼촌은 식구들에게 그때의 놀라웠던 순간을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살아계신 하나님이 우리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성탄절을 맞이하는 영식이네 가족들의 예배는 조용하지만 아름답고 거룩하게 드려졌습니다. 집안 전체가 하나님의 거룩함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 가족들은 상에 차려진 떡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영식이네 가족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맞이하는 성탄절의 예배가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밤 12시가 지났습니다.

“이제 아이들 올 시간이 되었으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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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버려진 아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돌보는 북한성도들

영식이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는 작은 봉지에 준비했던 떡과 사탕을 조금씩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영식이 남매와 사촌들이 묶었습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영식이 아버지에게 3년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영식이네는 친척의 도움으로 굶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식이 아버지는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처음보는 모습도 아닌데 그날따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돌려보냈습니다.

그 날부터 한 명, 두 명 더 많은 아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어려웠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형편에서 그런 일들이 알려지면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 쉬워 조심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영식이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는 늦은 밤에 찾아오도록 하였습니다.

주변의 꽃제비 아이들에게 그 집을 찾아가면 먹을 것을 준다는 소문이 퍼져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쓰레기를 뒤지고 추위를 피해 쓰레기를 태운 통 곁에서 잠을 자는 아이들이 적어도 하루에 한끼 정도는 먹을 수 있도록 나누어 주었습니다.

점점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영식이 부모님과 가족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저희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가진 것으로는 찾아오는 아이들을 먹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버려지고 굶주린 아이들이 찾아올 때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버려진 아이들을 우리 가족이 먹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하고 몇 날이 되지 않아 해외의 일꾼이 찾아왔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이렇게 묻는 일꾼에게 꽃제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영식이 아버지의 말을 듣던 일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일 제가 힘껏 돕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아이들 먹이는 일을 하십시오.”

그 때부터 일꾼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영식이 집에 준비해 놓고 꽃제비 아이들 돕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합네까?”

“응?”

“아니 저 소리 안들립네까?”

“아바이~ 아바이~”

대문고리를 흔들며 부르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신을 차린 영식이 아버지는 재빨리 문을 열어 아이들을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집안에 들어온 아이는 덥수룩한 더벅머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커먼 손은 추위에 쩍쩍 갈라져 있고, 머리와 얼굴 여기저기에 부스럼이 생겨서 몰골이 흉했습니다.

“오늘은 뭐 좀 먹었니?”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네다. 아바이 오늘은 동무와 같이 왔습네다.”

“그래, 배고프겠구나~ 먼저 여기 따뜻한 물에 씻기부터 해야디…”

영식이 어머니와 작은 어머니는 집에 찾아온 아이들의 얼굴과 손을 따뜻한 물에 씻기고 머리를 감겨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터진 손에 일꾼이 보내준 피부약을 발라주고, 바세린 크림도 발라주었습니다. 그리고 떡과 사탕을 담아 준비한 봉지를 하나씩 주었습니다.

“어~ 아바이 오늘은 다른 것입네다. 이거이 뭡네까? 아바이 이거 수령님이 해주는 겁네까? ”

13살의 철호가 떡과 사탕이 들어있는 봉지를 보며 물었습니다.

“오늘은 큰 아바이(예수님을 간접적으로 표현)생일이라 떡과 사탕을 선물로 주는기야.”

떠돌아 다니는 꽃제비 아이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음식이었고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돌아가고 조금 지나면 또 다른 꽃제비 아이들이 새벽까지 계속 찾아왔습니다. 떡과 사탕이 들어있는 봉지를 받아 품에 안은 아이들은 기뻐하면서 웃음가득 행복한 모습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식구들의 마음에도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예수님도 그들과 함께하며 기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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