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쓰러진 나무들

지난 주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와서 오랜만에 제가 살고 있는 고덕동 뒷산을 올라가보았습니다. 산에 오르니 지난 추석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뿌리째 하늘을 향해 아직도 여기저기 정리가 덜 된 채 허망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나무들이 쓰러지는지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부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나무들이고, 또한 뿌리가 깊이 내려져 있지만 가지의 균형이 잡히지 못한 나무들이었습니다. 옮겨 심어졌고, 관리가 소홀한 나무들은 어김없이 뿌리가 뽑혀졌고, 특정 지역, 경사진 위치에서 거센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나무의 경우는 더 치명적이었습니다. 나무가 뿌리 채 뽑혀있는 모습을 보며 그 나무를 태풍에도 꿋꿋하게 버텨내게 할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뿌리내리기 둥지 호스텔

대학을 다니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 온 MK, 고국에서 뿌리를 잘 내려야 하는 MK들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여러 나라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성장을 해야 했던 MK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국 땅에서 또다시 뿌리를 잘 내리는 것입니다. 이들이 한국인으로 그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도록 한국교회 성도님들의 많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섬김도 중요합니다. 상도동에 있는 남학생 MK 호스텔에는 처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동역하고 있는 다애교회 외에도, 반찬을 정성껏 만들어 갖다 주시고, 식당에 와서 정리도 해 주시는 천사들이 생겼습니다. 남서울은혜교회 김권사님과 최집사님, 그리고 백집사님, 감사합니다! 그런 사랑의 힘으로 MK들은 한국에서 올곧게 뿌리를 내릴 거라는 확신을 합니다.   

지난 103일 주일 저녁 린수호스텔(목동)에서 세 곳의 호스텔 MK들의 전체 가족모임이 있었습니다. 매년 세 번 정도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바비큐를 구워서 먹고 각자 자신을 소개하고 게임도 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하나가 되는 시간입니다. 이들은 함께 모이면 즐겁습니다. 서로 환경과 처지를 이해하는 MK들이기 때문에 쉽게 화합되고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흐뭇하답니다.

 

호스텔 사역자 워크샵

그동안 선교지의 기숙사나 호스텔 현장에서 사역하셨던 선교사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정리하며 호스텔 사역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앞으로 새로운 호스텔 사역자들을 개인적으로 훈련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지난 15일 첫 만남을 가졌는데 아주 풍성한 나눔과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5~6회 주말마다 더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내년에 치앙마이 둥지 호스텔에 대리부모 사역을 하실 윤정호, 강애련 선교사님도 GMTC 훈련중 주말의 시간을 이용해서 참여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치앙마이 푸른 초장에서 오랫동안 사역하셨던 김창수, 김장숙 선교사님 부부께서 주축이 되어 앞으로 이 일에 전문성을 더하여 섬기게 될 것입니다. 조금씩 MK 사역 전문가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둥지 학교 리트릿

둥지학교가 시작한지 벌써 여섯 주가 흘렀습니다. 이달 초에는 수원에서 1 2일 리트릿을 가졌습니다. 마침 수원 화성축제와 맞물려 저녁에는 축제 현장과 행궁을 돌아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동안 둥지학교의 학구적인 모습(?)에서 일탈하는 느낌이어서 그랬는지 사뭇 가볍고 흥겨웠다고 할까요? MK 사역자 훈련 중반을 넘어가면서 개인적으로 더 사귀고, 자기 이해를 위한 워크샵도 가지며 모처럼 팀빌딩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수원중앙기독학교에서 박영주 교장선생님과 김영환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서 MK사역과 교육현장의 실제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마침 둥지학교의 튜터인 정미선 선생님이 그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서 학교 안내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와 교회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특히 MK 교육을 위해 한국 선교계를 섬기고 있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무실 스케치

요즘 마당에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감들을 거의 매일 추수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햇빛, 바람에 묻어오는 것들이 우리를 풍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점심시간 이후 한두 개의 익어가는 감을 따는 일은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 사무실에는 청년 MK들이 가끔 찾아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한 자매는 와서 백대표님의 일을 돕기도 합니다. 잘 자라서 둥지로 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MK 얼굴의 등장은 사무실 분위기를 신선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네스트 사무실에 MK들이 더 많이 와서 같이 동역하게 될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의 손길과 마음에 항상 감사함으로 기도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맺은 열매는 비록 네스트라는 텃밭에서 나오는 소산이지만 여러분들의 기도와 섬김, 후원의 마음을 먹고 자란 귀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소식들은 바로 여러분께서 주님께 올려드리는 감사제목이 될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이 무르익어가는 시월 어느 멋진 날에,

양승순, 방준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