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글라데시의 한 법정은 파타(fatwa)라고 불리는 이슬람 율법의 명령서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방글라데시의 시골 지역에서는 마을의 장로들에 의해 죄(offence)라고 정죄된 행위를 한 여인들을 때리거나 혹은 막대기나 채찍으로 때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방글라데시 고등 법원이 내린 결정은 이러한 관습을 금지시킬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고등 법원은 마을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독자적인 종교적 체벌 결정은 무효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법 체계를 초월하여 처벌을 결정하거나 집행한 사람들도 범죄자로 규정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전체 인구에서 이슬람을 따르는 신도들의 비율이 90%에 이르며, 1억4천만 명의 무슬림을 자랑하는 세계 제3대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여성들은 간음이나 혼외 임신을 할 경우 잔인하게 처벌을 받아 왔으며, 심지어는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단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이유 만으로도 처벌을 받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여 왔다. 이번 소송은 이러한 비인도주의적인 관습을 반대하는 인권 단체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가장 악명 높았던 사건은 지난 2010년 1월 방글라데시 동부의 브라만바리아(Brahmanbaria) 지역에서 16세의 한 소녀가 강간을 당하여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의 장로들이 소녀를 채찍으로 101번을 때리는 처벌을 결정한 사건이었다. 당시 마을의 장로들은 이 소녀가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고 결정하여 이러한 체벌을 결정하였는데, 정작 이 소녀를 강간한 20세의 남성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용서를 받았다. 또한 소녀가 강간을 당하던 현장에 마을의 장로들이 입회하고 있었던 것이 알려져 방글라데시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렇게 마을 단위의 처벌 행위가 지역에 만연해 있는데, 사람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을의 소수 지도층들은 이슬람 율법을 이용하여 월권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에 있는 브락 대학교(BRAC University)의 법대 학장이자 인권 운동가인 샤딘 말릭(Shahdeen Malik) 교수는 이번 판결문 내용에는, 어느 누구도 종교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문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명시하였으며, 이번 판결로 인해 지방에서 행해지고 있는 처벌 관습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 율법 명령인 파타가 악용되어 왔다고 주장해온 인권 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다카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Daily Star는 사설을 통해, 인권 상황이 취약한 지방에서 여성과 같은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불법적인 체벌이 실제로 근절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논평했다.
출처 : The Independent,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7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