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나그 함마디(Nag Hammadi)라는 작은 도시의 입구에는 검은 제복을 입고 무장한 정부 보안 요원들이 지키고 서 있고, 도로에는 군용 차량들이 끝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지역 경찰들과 비밀경찰들도 이 시의 거의 모든 거리에 배치되어 있었다.

주민들은 겁에 질렸고 경찰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지역 안보 담당자는 나그 함마디에 찾아온 기자들에게 당장 도시를 떠날 것을 재촉했다.

e.jpg지난 2010년 1월 6일 이 도시에 있는 한 콥트 교회에서 성탄절 전야 행사를 하던 기독교인들을 향해 무장한 무슬림들이 총격을 가해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콥트 교회력에 의하면 2010년 성탄절은 1월 7일이다. 이 사건 이후 이 도시에서 수일간 폭동과 폭력이 난무했고, 상점들은 약탈당했으며, 주택들은 불 탔다. 이 사건은 이집트에서 지난 수년 간 발생한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의 충돌 중에서 최악의 사건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중무장한 경찰들을 이 도시로 보내었고 언론의 취재를 차단했다. 정부는 이전에 발생했던 기독교인 남성이 무슬림 소녀를 강간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이 사태를 애써 축소시키려 했다.

이집트 정부는 자국에서 지난 수년 동안 심각한 종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왔으며 이번 사건도 그러한 입장을 견지하였다. 정부와 지역 경찰은 이번 사건에 종교적 연관성을 부인하였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으로 14명의 무슬림과 28명의 기독교인들이 체포되었고, 기독교인들의 가게들과 무슬림들의 주택이 불에 탔다.

언론인이자 정치 분석가 아므르 엘 쇼웁키(Amr el-Shoubky)는 이집트 사회와 도시가 종교로 인해 분리되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이 고립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한 일간지에 썼다.

이집트는 최근 수년 동안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과 소수 종교 단체인 기독교인들 간의 충돌을 겪어왔지만 언제나 토지 소유 문제, 개인적 원한, 또는 다른 돈을 노린 범죄 사건 등으로 포장되어 왔다. 이집트는 8천만의 인구 중 10%가 기독교인들이다.

그러나 이집트의 기독교인들과 무슬림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공무원들 까지도 정부가 편협적인 시각으로 이집트 사회의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종교들 사이의 충돌의 이유가 무엇이었든, 계속되는 충돌과 폭동은 종교 간의 분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왔다.

쇼룩(Shorouk)이라는 신문의 편집장 아흐메드 살라마(Ahmed Salama)는 이번 나그 함마디 사건의 범인이 종교적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청부 살인업자라는 경찰의 발표는 콥트 기독교인들이 왜 총격을 받아 죽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피라미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이 위치한 룩소르(Luxor)에서 북쪽으로 56킬로 떨어져 있으며 나일강을 끼고 있는 나그 함마디는 인구 5만의 산업 도시이다. 나그 함마디의 거리에는 택시와 마차와 그리고 과일 노점들로 넘치고, 이슬람 사원과 콥트 교회들이 여럿 있다. 이 도시의 인구의 10%는 기독교인들이다.

도시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창고에서 일하는 무슬림 코라시 알리 마흐란(Korashi AliMahran)은 자신의 직장 동료 중 절반은 무슬림이고 절반은 콥트 기독교인들이지만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 친구가 있다고 밝힌 마흐란은 직장에서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他)종교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개종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고 마흐란은 털어 놓았다.

실제 생활 속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분리는 미묘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함께 일하고, 공부하지만 각기 다른 길을 간다. 이웃들은 섞여있지만 개인적인 삶은 분리되어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이 일어나자 무슬림과 기독교인 직장 동료들은 서로에게 이웃일 수는 있으나 각자 종교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마흐란은 밝혔다.

이 도시에서 무슬림 소녀들과 기독교인 소년들이 함께 있는 핸드폰 동영상이 퍼지고, 공립학교에서 기독교인 학생들이 코란 공부를 강요 받은 일이 불거지자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긴장이 발생했다.
정치분석가와 언론인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종교 간 분쟁들을 치안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 간 문제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일들은 시내 밖에서 은밀하게 이루어 진다.

이 도시의 여러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은 일상 생활에서 타종교인들과의 교류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기독교인 변호사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무슬림들이라고 했고, 기독교인 사업가는 대부분의 고용인들이 무슬림이라고 말하였으며, 무슬림 여성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기독교인도 했다. 그러나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타종교에 대한 긴장이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사회 사업가이며, 나그 함마디에서 여성 단체를 운영중인 라샤드(Rashad)는, 정부가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강간했다고 하지 말고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강간했다고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종교는 한 때 사람들을 연합하게 만든 요소였지만, 지금은 이전과 같지 않다고 라샤드는 덧붙였다.

출처 : The New York Times,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711호